2017년 국내에 도입된 AI 역량 검사는 팬데믹 이후 비대면 채용 방식이 증가하며 덩달아 급부상했다. AI 역량 검사 개발사 마이다스인에 의하면, 지난 2021년 AI 역량 검사를 도입한 기업은 전년 대비 50%가 늘어 약 450여 개를 기록했다. 현재 대기업을 비롯해 공공기관 등에서도 직원 채용에 AI 역량 검사를 시행 중이다.

한양대 역시 지난 2020년 7월부터 직원 채용 과정에 AI 역량 검사를 도입한 바 있다. 인사팀 이종현 직원은 “2020년 당시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이 최고조인 시기였기에 간소화된 채용 단계와 더불어 비대면 면접의 필요성을 느꼈다”며 “이러한 맥락에서 2단계 전형을 인적성 검사에서 AI 역량 검사로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AI 역량 검사는 대표적으로 ‘성향 파악’, ‘영상 면접’, ‘전략 게임’으로 이뤄져 있다. 성향 파악은 객관식 문항에 대한 답변을 분석해 도덕성, 책임성 등을 평가한다. 영상 면접은 주관식 문항에 답하는 응시자의 모습과 내용을 녹화해 목소리와 표정, 답변 속도를 분석하는 항목이다. 이를 통해 의사 표현능력과 자신감, 신뢰도 등을 평가한다. 마지막으로 전략 게임은 ‘도형 회전하기’와 같은 게임을 수행하도록 해 응시자의 인지력과 분석력을 판단한다. 이러한 항목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점수와 순위 등이 인사 담당자에게 전달돼 채용 과정에 활용되고 있다.

기업 별 차이는 존재하지만, 아직까지 AI 역량 검사는 지원자의 성향을 참고하기 위한 정도로 이용되는 중이다. 이 직원은 “한양대 직원 채용 시에도 전체 프로세스에서 AI 역량 검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며 “비중은 적더라도 이후 대면 면접에서 검사 결과를 검증하는 과정이 있어 최대한 성실히 답변하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 반면 일부 기업에서는 AI 역량 검사가 일정 점수에 도달하지 않을 경우 지원자를 채용 단계에서 탈락시키기도 하는 등 큰 비중을 두고 있기도 해 지원자들은 세부 점수를 꼼꼼히 알아보는 것이 좋다. 

AI 역량 검사는 채용 담당자와 지원자 간 대면 접촉을 줄이면서도 지원자의 성향 파악이 가능할뿐 아니라 채용에 대한 공정성 관련 문제 또한 감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기업들의 수시 채용이 늘어나면서 채용 횟수가 증가함에 따라 지원자를 효율적으로 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강점이 두드러진다. 수시 채용의 보편화로 인한 인사 담당자들의 업무 및 지원자 평가 방식을 자동화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 직원은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지원자의 역량을 파악할 수 있고, 이후 대면 면접에서도 신뢰성이 높은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어 유용하다”며 “학력과 스펙에 따른 선입견 없이 AI 빅데이터 분석에 따라 지원자들의 성향과 능력을 파악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원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편한 장소에서 면접을 볼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인 면으로 꼽혔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아 긴장감이 감소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더불어 주관적인 기준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는 사람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 평가로 더욱 신뢰가 간다는 점 역시 AI 역량 검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긍정적인 의견과 반대로, AI 역량 검사가 보편화되며 취업준비생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중적으로 AI 역량 검사가 시행된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지 않다 보니, 정보가 부족해 사설 학원에 다니는 등 취업준비생들에게는 비용 부담과 불안감 등이 가중된다는 의견이다. 이외에도 AI 역량 검사 결과를 믿기 어렵다는 의견도 다수 존재한다. 꼬리 질문이나 돌발 질문의 부재로 지원자의 본 성격이나 모습보다는 AI 역량 검사를 통과하기 쉬운 연출된 모습으로 응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에 따라 특히 기업과 지원자 간 입장의 간극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지원자들이 면접 평가 방식을 신뢰할 수 있도록 평가 방식이나 데이터 활용 방식 등 정확한 기준 제시가 필요하다. 이외에도 기업에서는 알고리즘 관리를 통해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분석해 지원자에게 신뢰감을 제공해야 한다. 기업 측에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채용을 진행할 수 있도록 여러 노력을 기울인다면, AI 역량 검사에 대한 응시자들의 부정적인 시선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