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적 위험 밝히기 위해 국가 구성원의 죽음을 검토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 필요"
"사회의 위험을 적극적으로 의논할 수 있는 세상 만들어야 한다"

5월의 인권 주간을 맞이해 법의학자 이호 토토사이트 무신사가 한양대를 찾았다. 그는 전북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과 토토사이트 무신사, 인문사회의학교실 주임 토토사이트 무신사, 전 국립 과학수사연구원 법의학과 법의관, 경찰청 과학수사 자문위원,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 위원, 현 대한법의학회 부회장, 현 대검찰청 법의학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이 토토사이트 무신사는 법의학자가 하는 일, 죽음을 대하는 한국 제도의 한계, 마지막으로 대형 참사를 대하는 사회의 태도에 대해 강연했다.

 

▲ 인권 주간을 맞아 지난 13일 한양대 제2법학관 모의법정실에서 이호 토토사이트 무신사의 강연이 진행됐다. ⓒ 한양대 인권센터
▲ 인권 주간을 맞아 지난 13일 한양대 제2법학관 모의법정실에서 이호 토토사이트 무신사의 강연이 진행됐다. ⓒ 한양대 인권센터

 

죽음이란 하나의 사건보다는 과정이다

▲ 이호 토토사이트 무신사가 삶과 죽음에 대한 그의 정의를 설명하고 있다.  ⓒ 최민서 기자
▲ 이호 교수가 삶과 죽음에 대한 그의 정의를 설명하고 있다.  ⓒ 최민서 기자

이 교수는 죽음을 정의하며 강의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삶과 죽음 사이에는 회색지대가 있고 그 둘을 딱 잘라 나눌 수 없다"며 죽음이 사건보다는 과정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어디까지가 삶이고 죽음인지는 모호하다. 그는 법의학자가 누군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주목하는 사람임을 말하며, 그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설명했다.

이 교수는 법의학자가 수많은 전문가와 '함께' 일하는 의사임을 강조했다. 시신을 수습하는 구급대원부터 경찰, 법의간호사, 검시관, 법생물학자, 법독물학자, 법치의학자, 법인류학자, 법곤충학자 등의 전문가들과 협업함을 설명하고 그들이 각각 무슨 일을 하는지 소개했다.

 

'아무도 그날의 신음 소리를 듣지 못했다'

▲ 피터르 브뢰헬의 '추락하는 이카루스가 있는 풍경'(1555~1558). 그림의 우측 하단에, 물에 잠겨 다리만 솟은 이가 바로 이카루스다. 
▲ 피터르 브뢰헬의 '추락하는 이카루스가 있는 풍경'(1555~1558). 그림의 우측 하단에, 물에 잠겨 다리만 솟은 이가 바로 이카루스다. 

이 토토사이트 무신사는 피터르 브뢰헬(Pieter Bruegel the Elder)의 <추락하는 이카루스가 있는 풍경>(1555~1558)을 보여주며 죽어가는 이카루스를 가리켰다. 바다에 빠진 이카루스는 구석에 작게 그려져 있고, 그마저도 상반신이 가라앉아 두 다리만 물 위로 솟은 채였다.

넓은 화폭을 채운 것은 그의 죽음이 아닌 한결같이 평화로운 다른 이들의 일상이었다. 이 교수는 다음으로 이상복 시인의 <그날>을 보여주며 '아무도 그날의 신음 소리를 듣지 못했다'는 구절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죽음에 대해 무관심하고 허술하다

다른 나라는 사망신고를 마쳐야만 장례 허가증이 나온다. 한 사람의 죽음에 이상이 없으며, 그의 주민등록번호가 말소되는 과정에서 한 치의 걸리는 지점에 없을 때 화장 및 매장 허가증을 발급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장례 이후 사망신고를 하게 돼 있다. 가족들이 임의로 화장하고, 그 후 사망등록을 한다. 이와 같은 제도적 특성으로 우리는 '누군가 죽음에 이른 과정'을 놓치게 된다. 실제로 이 토토사이트 무신사가 제시한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주요 사망 원인 2위는 사인 불명이다.

이 교수는 "한 해에 사인 불명으로 사망 등록된 2만 8천 명 중 혼자 사는 사람이나 사회경제적 기반이 약한 사람들이 과연 아무런 문제 없이 죽음을 맞이했을지 의문이다"며 "그들의 죽음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망등록 이후에 장례를 치르도록 제도를 바꾸는 것이 평생에 꼭 이루고 싶은 일이다"며 간절함을 표했다.

 

▲ 장례 이후 사망 등록을 하는 절차상,  다수의 사망자는 그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 게티이미지
▲ 장례 이후 사망 등록을 하는 절차상,  다수의 사망자는 그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 게티이미지

그는 이어 죽은 이의 사망 원인을 밝히기 어려운 한국의 수사 제도를 설명했다. 외국에는 검사를 받아야 하는 시신의 목록이 정해져 있다. 변시체가 발생했을 때, 해당 목록에 속하는 시신이라면 과학수사대에 넘겨 즉시 검시한다.

한편 한국에서는 경찰이 변시체를 수습하고, 이후 검사가 영장을 청구하면 법원이 판단해서 시신을 검사하도록 지시한다, 즉 한국의 과학수사대는 변시체가 발견된 후 24시간이 지나서야 검시가 진행된다. 그러나 사후 몸에 발생하는 변화인 시체 현상은 사망한 시점으로부터 대게 10시간 이내로 파악해야 한다.

이 교수는 이와 같은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 해 2만 8천 명이 사인 불명으로 죽어가는데 실제 부검되는 건수는 8500정도다"며, "범죄 연관성이 의심될 때만 검시하지 말고, 국가 구성원의 죽음에 대해 두루 검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누군가에게 일어난 일은 나에게도 일어난다"며 "사망 이유를 알 수 없는 2만 8천 명을 들여다봐야 잠재된 위험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죽음은 그들의 부주의가 아니다

▲ 이 토토사이트 무신사가 그간 대한민국에서 발생했던 집단 참사를 설명했다. 표에 적힌 것 외에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청해진해운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등 다수의 참사가 발생해왔다. ⓒ 이호 토토사이트 무신사
▲ 이 교수가 그간 대한민국에서 발생했던 집단 참사를 설명했다. 표에 적힌 것 외에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청해진해운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등 다수의 참사가 발생해왔다. ⓒ 이호 교수

이 토토사이트 무신사는 대형 참사가 반복되는 이유에 의문을 던지며, 대형 참사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를 성찰했다. 그는 그들의 죽음을 그들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되며, 장례를 끝으로 그 죽음들을 닫아 버려서도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우리 사회는 죽은 이들에게 죽음의 원인을 뒤집어씌우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안전한 세상에 살고 있으며, 그 죽음은 그들의 부주의였다고 여긴다. 그러나 산 자들이 생각해야 할 것은 그것이 아니다.

국가는 그들이 현장 속에서 어떻게 죽었으며, 그 환경은 어땠는지를 밝혀야 한다. 국가는 구성원이 사망하면 그 죽음의 육하원칙을 밝히는 책무를 져야 한다. 산 자들이 던져야 할 질문은 '이것만 했다면 그들을 살릴 수 있었겠다'이다. 안전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주검과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관찰해야 한다.

 

▲ 이 토토사이트 무신사는 그의 메시지로 많은 청중을 감동시켰다.  ⓒ 최민서 기자
▲ 이 교수는 그의 메시지로 많은 청중을 감동시켰다.  ⓒ 최민서 기자

이 교수는 "사람은 두 번 죽는다"고 말했다. 첫째는 생물학적으로 죽었을 때, 둘째는 그 죽음을 기억하는 사람이 없을 때다. 그는 "장례를 치르되 죽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타인의 죽음에 완전한 공감은 하지 못하더라도 공명하자"며 "우리 아이의 죽음으로 무언가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사상은 불확실하고 인간은 반드시 잘못을 저지른다, 그러므로 잘못을 인정하고 그것을 끊임없이 수정해 가는 열린 사회야말로 이상적인 사회다"는 칼 포퍼의 말로 그의 강연은 끝을 향했다. 이 교수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지점도 여기라고 말했다.

그는 청중에게 이문재 시인의 <지금 여기가 맨 앞> 중 '나무는 끝이 시작이다, 언제나 끝에서 시작한다'는 구절을 공유했다. 이 교수는 "삶의 끝에서 새로운 삶을 외치고 싶다"며 "죽음으로부터 세상을 더 안전하게 만들 방법을 고민하고 싶다"고 뜻을 밝혔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강연이 끝나고 한 청중은 "한국의 제도를 바꿀 힘이 있는 권력자가 되려는 꿈은 없지만,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할 수 있는 노력에 무엇이 있을지 알고 싶다"고 질문했다. 이에 이 교수는 다음과 같이 답하며 강연을 마쳤다.

"제가 슬라이드 맨 마지막에 'Blaming Shaming Naming'이라고 써 뒀습니다. 사회의 평범한 구성원으로서 누군가가 실수하더라도 그 사람을 비난하면 안 돼요. 누구나 다 실수를 합니다. 그리고 자기가 실수한 것을 말하기를 부끄러워해서는 안 돼요. 마지막으로 누군가의 실수로 그 사람을 낙인찍지 말아요. 실수한 사람을 썩은 사과 취급하지 말아요. 사과가 아니라 사과가 담긴 통이 썩은 거예요.

어떤 일이 부당하다면 과감히 손들어야 해요. 권력자들을 움직이는 힘은 바로 그 아우성이에요. 여러분들이 부정의한 것들에 대해 언제든지 손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완전히 안전한 사회를 꿈꾸기보다 사회의 위험을 적극적으로 의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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