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와 취업을 위한 공부로 가득한 한국 교육 시스템에서 국어 교육도 예외는 아니다. 국어 교육의 본질을 생각하기보다는 '국어는 입시의 핵심'이라는 인식 아래, 특수 목적을 위한 공부가 주를 이루고 있다. 현재 한국어교육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류수열 국어교육과 교수는 “국어 공부는 사고력과 정체성을 키우는 일이다”고 강조한다. 국어 교육에 대한 명확한 철학을 갖고 있는 그는 교육과 연구 현장을 오가며 끊임없이 국어 교육의 가치와 방향성을 모색하고 있다.

류 교수는 서울대 국어교육과 졸업 후 2년여간 중학교 교사 생활을 했다. 이후 국어 교육에 대해 깊이 공부하고자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중·고등학교 국어와 문학 교과서를 집필했으며, EBS에서 수능국어 스타강사 테마 특강 ‘열아홉 살, 내 인생을 밝혀줄 국어’를 강연했다.

저서로는 한국 고전 소설을 풀어 쓴 「홍길동전: 춤추는 소매 바람을 따라 휘날리니」, 「흥부전: 박을 타네 박을 타 흥부가 박을 타네」, 한국 고전 시가 해설집 「시를 품고 옛 노래를 부르다」 등이 있으며, 「문학교육개론」, 「고전산문교육론」, 「문학교육을 위한 고전시가작품론」 등 국어 교사를 위한 교육이론서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한국어교육학회는 1955년 고 이응백 선생의 주도로 창립된 이래 올해로 70주년을 맞았다. 현재 회원 수 1,600여 명에 달하는 이 학회는 국내 최대 규모의 국어 교육 관련 학술 단체로, 매년 학술대회와 국어 교육 포럼을 개최하고 학술지를 간행하며 국어 교육 관련 이슈를 선도하고 있다. 류 교수는 ‘AI 시대에 국어 교육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와 같은 시의성 있는 주제를 중심으로 학회가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도록 힘쓰고 있다.

국어 교육은 일제강점기 조선어가 억압받던 시절을 지나, 해방 후에는 문맹 퇴치라는 시대적 사명 아래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류 교수는 “1980년대 이후에는 읽기와 쓰기 중심의 교육으로, 최근에는 사고력과 비판적 읽기에 중심을 둔 교육으로 변화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식 암기 중심에서 사고력 중심으로의 전환은 국어 교육의 중요한 진화다”며 “국어 수능 평가도 그러한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오늘날 국어 교육이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한다. 디지털 매체의 확산과 AI 기술 발달로 인해 학생들은 그 속에서 얻은 정보나 결과물이 '내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그는 “AI가 글을 잘 쓰고 요약도 잘하지만, 그것이 곧 학습자의 사고력을 대신할 수는 없다”며 디지털 의존이 학습자들의 자율적 사고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어떤 종류의 글이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류 교수는 고전 문학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고전문학이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바로 그 낯섦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며 “고전문학은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성찰하게 하는 의미 있는 타자다"고 설명했다.

류 교수는 “우리가 오랜 시간 문학을 향유해 온 것은 인간이 꿈꾸고, 추구하고, 상상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그는 옛 노래와 옛이야기를 통해 ‘나’와 ‘우리’가 서 있는 자리, ‘세계’가 걸어온 길과 걸어갈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하며 한국 고전 읽기의 진정한 재미와 매력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류 교수는 "국어 능력은 단순히 언어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전반에 연결된 역량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을 잘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은 전공을 막론하고 대학 생활, 나아가 직업 세계에서도 핵심 역량이다"고 국어 교육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국어 공부는 '축적과 습관의 문제'라는 그의 조언은 학생과 학부모 모두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의 언어적 축적이 중요하며, 글을 읽고 생각하는 습관이 국어 능력의 핵심이다"고 말했다. 또한 국어 성적은 단기간의 학습으로 오르기 어려운 만큼,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학회장으로서의 임기는 곧 마무리되지만, 류 교수의 국어 교육에 대한 여정은 계속된다. 그는 앞으로 조선시대 인물들의 일화와 유머를 엮은 책을 집필할 계획이다. 류 교수는 "우리 선조들이 얼마나 재치 있고 유쾌했는지를 보여주는 작업이 될 것이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류 교수는 국어와 문학을 사랑하고 가르치고자 하는 한양인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가르치려면 먼저 사랑해야 합니다. 사랑하지 않으면 알 수 없고, 알지 못하면 잘 가르칠 수 없습니다. 국어 교육은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사람을 키우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