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7일 자 「[시론] 이야기의 범람과 부재」 기사

박기수 ERICA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1월 7일 자 <한국대학신문>에 칼럼 ‘이야기의 범람과 부재’를 기고했다.

박 교수는 조지 밀러 감독의 <3000년의 기다림>(2022)의 감상평을 소개하며 “이 작품은 스토리텔링 연구자로서 ‘이야기의 가치는 무엇일까’라고 스스로에게 되묻게 했다”고 전했다. 그는 “적어도 콘텐츠와 관련된 이야기는 ‘가치 있고 즐거운 체험’이 돼야 한다”며 이를 세 가지 관점에서 살펴봤다.

첫째, ‘가치 있다’라는 것은 삶에 대한 성찰이 가능해야 한다는 의미이며, 그 성찰의 내용이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을 만큼의 의미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둘째, ‘즐거움’은 반드시 ‘가치 있는’과 연동되는 것이어야 하며, ‘즐거움’ 자체가 가치가 되기도 하지만 그때 그 즐거움은 반드시 지속가능한 것이어야만 한다. 셋째, ‘체험’은 향유 과정의 참여와 체험을 말한다. 여기서 향유는 주체적으로 작품을 즐기는 행위를 말하며 그것은 단지 작품의 속도를 따라가는 것뿐만 아니라 향유자의 향유 속도까지 포함한 과정이다. 박 교수는 주체적 체험을 방해한다는 점에서 “최근 작품을 요약해 보여주며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패스트 무비가 아쉬운 이유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언제든 어디서든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양적 증가가 질적 향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이야기는 장르 문법과 극렬한 자극, 그리고 이분법적 구도의 사이다 결말만 남음으로써 현실의 무게는 한없이 가벼워지고 사유의 깊이는 휘발되고 있다”며 “이야기는 범람하는데 정작 이야기다운 이야기는 부재하는 이율 배반적 상황이다”고 꼬집었다. 그는 “콘텐츠의 근간이 이야기라고 할 때 텅 빈 이야기, 휘발성 강한 이야기로는 어떤 가치 있는 즐거움 체험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만은 분명하다”며 칼럼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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