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0일 자 「‘진보정부 세 번째 ‘부동산 급등 징크스’ 깨려면」 칼럼
이창무 도시공학과 교수가 6월 10일 자 <중앙일보>에 ‘‘진보정부 세 번째 ‘부동산 급등 징크스’ 깨려면’을 기고했다.
이 교수는 대학 연구실 회식 자리에서 있었던 일로 글을 시작했다. 회식 자리에 한 졸업생이 자신이 ‘영끌’한 강북 아파트 가격이 회복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고. 이 교수는 아직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큰 그림이 제시되지 않아 현실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최근 강남 아파트 가격 상승에 관한 기사가 적지 않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현재 상황을 앞선 진보정부인 노무현·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두 시점 모두 강남 아파트 가격이, 그중에서도 특히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며 “두 정부는 당시 아파트 가격 상승 원인을 다주택자에게 돌렸고 약속이나 한 듯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몰았다”고 말했다.
앞선 진보정부 집권 당시 부동산 가격 급등 상황과 우려도 표했다. 이 교수는 “노무현·문재인 정부는 수요 규제와 다주택자 중과 정책을 점점 강화했고, 그 결과 풍선효과가 생기면서 강남을 넘어 수도권 전체로 가격 급등 현상이 번졌다”며 “이재명 정부에서도 유사한 실패가 예약된 것 같은 표피적 정책 선택을 하지 않을까 벌써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인구 축소기와 함께 도래될 도시 축소기에 대비하는 부동산 정책 제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대표적 대도시권의 성장 동력을 유지하는 부동산시장 정상화와 합리적 공급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 교수는 “불행하게도 국가경쟁력의 핵심인 서울 대도시권은 거주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비효율적인 공간 구조를 갖게 됐다”며 “수도권에서 출퇴근에 2시간가량이 걸릴 정도로 통근 패턴이 낭비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장기간 왜곡된 부동산 정책이 도시 공간구조의 비효율성을 키웠고, 이는 국민경제 활동의 생산성 저하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이 교수는 ‘직주근접’을 언급했다. 낭비적 통근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여 효율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그는 “좀 더 많은 시민이 직장 가까이에 살 수 있게 하는 직주근접이 최적의 대안”이라며 “도시 외곽에 택지를 개발하기보다는 그동안 높이지 못했던 중심도시의 주거밀도를 충분히 높이고, 중심도시인 서울과 경기 사이 공간을 채워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를 위해서는 관련 규제를 합리적으로 완화함으로써 재건축·재개발을 좀 더 활성화하고, 중심도시 인근의 가용한 그린벨트 활용을 좀 더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실현 방안도 들을 수 있었다. 이 교수는 “과거처럼 개발 이익 환수를 통해 도시기반시설을 개선하고 무작정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성장기에 제도화한 개발이익환수 장치의 한계를 인식하고, 합리적인 조정과 공공의 부담을 민간의 역할을 대체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건축·건설 관련 비용 급등으로 극심하게 위축된 주택공급의 이면에는 재건축부담금이나 공공임대주택 공급 요건 같은 개발이익환수 장치들이 야기한 저항이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재 극심해진 주택시장 양극화의 원인으로 과도한 다주택자 규제를 짚었다. 그는 “다주택자 규제는 안정적인 자산 보유자가 안정적인 민간임대주택 공급 및 운영자라는 사회적 역할을 인정하지 못하고, 똘똘한 한 채에 대한 과소비를 조장한다”며 “일본처럼 부동산시장 붕괴에 대한 우려는 똘똘한 한 채에 대한 과수요를 더 자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주택자의 규제로 인한 여러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 이 교수는 “다주택자 규제의 대표주자인 종합부동산세는 피할 수 없는 재산세 전가 효과로 월세 급등을 초래했다”며 “양도세·취득세 중과는 시장의 원활한 거래를 위축시켜 서민들의 효율적인 주거 입지 선택과 소비 조정을 방해했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파생되는 소비, 고용, 소득 증가를 위축시켜 경기 침체를 부추겼다”며 “다주택자 규제 때문에 안정적인 투자자를 떠나보낸 다세대주택 시장은 전세 사기라는 심각한 사회현상을 촉발하는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김대중 정부의 시장 친화적 부동산 정책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며 “시장 친화적 정책은 가격 통제보다 가격 상승 압력을 활용한 공급 활대를 기반으로 역대 정부 중 자가 보유율을 가장 높게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덧붙여 “역설적으로 ‘1가구 1주택 소유주의’를 내세운 노무현 정부에서는 자가 보유 비율이 크게 하락했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제자리걸음이었다”며 “지금 부동산 시장의 기초체력을 보면 두 번의 큰 실패에 이어 또다시 실패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