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ㅇㅇ 존'에 이어 등장한 '노 20대 존'
개인의 문제로 봐야할 것을 특정 세대의 문제로 치부하는 것을 경계해야
무조건적인 차별보다는 평화적 절충안 마련 필요

고희주(중국학과 2) 씨는 최근 외출 중에 흔치 않은 공간을 발견했다. 그가 본 것은 바로 '노(No) 20대 존'.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한 술집의 문에는 '30세부터 입장 가능하십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가게 측에서는 30대처럼 보이지 않으면 신분증을 확인한다고 공지했다. 젊은이의 거리라 불리는 홍대에서 20대 입장을 거부하는 술집이다.

해당 술집 직원은 "홍대에서 장사를 오래 했는데 이 근처 클럽엔 30대가 들어갈 수 없다"며 "사장님이 그런 이상한 규칙에 화가 나서 30대만 받는 것이다"고 노 20대 존이 된 배경을 밝혔다.

 

▲ 서울시 마포구의 한 술집은 20대 대학생과 직장인의 입장을 제한하고 있다. 30대 이상 손님만 입장 가능하며, '노 20대 존'이 된 이후 방문 고객이 늘어 최근에는 2호점을 냈다. ⓒ 조선일보
▲ 서울시 마포구의 한 술집은 20대 대학생과 직장인의 입장을 제한하고 있다. 30대 이상 손님만 입장 가능하며, '노 20대 존'이 된 이후 방문 고객이 늘어 최근에는 2호점을 냈다. ⓒ 조선일보

고 씨는 "노 ㅇㅇ 존은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는데 출입 제한 당사자가 되니 낯선 느낌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이런 사회 현상을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이번 일로 노 ㅇㅇ 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노 ㅇㅇ 존의 시작, '노키즈존'

노 ㅇㅇ 존은 어린이의 가게 출입을 제한하는 '노키즈존'에서 시작됐다. 2014년 무렵 한국에 처음 등장한 노키즈존은 영유아 및 어린이의 출입을 제한하는 음식점과 카페다. 표면적으로는 안전사고 예방과 조용한 분위기 조성을 위함이나 실상은 아이를 동반한 무례한 손님을 막기 위함이다.

 

▲ '노 ㅇㅇ 존'의 시작이 된 '노키즈존'. 어린이들의 부주의 및 부모의 방치 등으로 영업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업주들의 선택이다. ⓒ 게티이미지
▲ '노 ㅇㅇ 존'의 시작이 된 '노키즈존'. 어린이들의 부주의 및 부모의 방치 등으로 영업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업주들의 선택이다. ⓒ 게티이미지

2017년 국가 인권위원회는 노키즈존 운영 식당이 아동 차별이라며 시정 권고를 내렸다. 국가 인권위원회는 아동이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사업주들이 누리는 영업의 자유보다 우선한다고 강조했다. 국가 인권위원회의 시정 권고에도 노키즈존은 계속해서 그 수가 늘어나고 있다. 오히려 그 차별 대상의 연령층이 다양해지며 차별이 만연해지고 있다.

노키즈존이 엄연한 차별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지만, 업주의 영업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며 업주의 자유라는 의견도 있다. 업주가 정하는 영업 기준은 구속력이 없다. 차별이라고 반기를 들어도 이를 제한할 법적 수단은 없다.

 

점점 늘어나는 '노 20대 존'

노키즈존과 노인의 출입을 제한하는 '노 시니어 존'을 이어 최근엔 '노 20대 존'까지 생겼다. 노 20대 존의 등장은 많은 옹호와 비판을 동시에 받았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서울시 마포구의 노 20대 존 술집을 두고 "20대에게 복수해서 쾌감을 느낀다"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못 가는 술집이 많은데 너무 감사하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반면 "유동 인구 대부분이 20대인 홍대 상권에서 노 20대 존이 생겨난 것이 의아하다"와 "아무 생각 없었는데 막상 출입을 제한당하니 황당하다"처럼 노 20대 존에 대한 반대 의견도 다수다.

술집에 이어 노 20대 존 카페도 등장했다. 일명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에 골머리를 앓는 카페 업주들이 내놓은 해결책이다. 카공족은 적은 주문 금액에 비해 오랜 시간 동안 카페를 이용한다. 따라서 회전율을 낮추고, 과도한 전기 사용 등으로 영업에 방해를 줘 카페의 기피 대상이 됐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카공족 빨리 내보내는 방법'이라며 이용 시간제한, 와이파이 차단, 콘센트 없애기 등 방법이 공유되기도 했다.

 

▲ 서울의 한 카페에 설치된 안내문. 주로 20대로 구성된 '카공족'의 매장 사용을 금지하기 위한 안내문이다. ⓒ 헤럴드경제
▲ 서울의 한 카페에 설치된 안내문. 주로 20대로 구성된 '카공족'의 매장 사용을 금지하기 위한 안내문이다. ⓒ 헤럴드경제

서울의 한 카페에선 '공부와 노트북 작업을 하러 오신 분은 매장을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의 안내판을 게시했다. 카공족 입장 제한을 노골적으로 나타낸 문구다.

 

너무 쉬워지고 가까워진 일상 속 차별

노 ㅇㅇ 존은 연령대 차별을 정당화한다. 이런 차별이 만연해진 이유 중 하나는 세대별로 우려되는 문제 발생의 가능성을 원천 봉쇄한 것이다. 어린이가 매장을 이용하면 큰 소리로 소리를 지르거나 뛰어다녀 다른 이용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이런 문제를 막고자 노키즈존이 생긴 것이다. 노 시니어 존의 경우 반말로 주문하거나 개인 간식을 가져와 먹는 등의 피해 사례로 생겨났다. 노 20대 존은 카페에서 공부와 과제의 이유로 과도한 전기 사용, 회전율 악화의 해결책으로 생겨났다.

위 사례 모두 특정 고객에게 피해를 본 업주들의 해결책이다. 몇몇 특정 사레 때문에 그 세대에게 특정 프레임을 씌우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영업에 피해를 준 일부 고객으로 인해 특정 연령대 전체의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엄연한 차별이다. 연령으로 차별하는 것은 특정 세대를 향한 공격 수단이 될 수 있다. 사회 갈등을 심화시키는 행동은 지양해야 한다.

연령대로 차별하는 것을 넘어 직업과 종교까지 차별 기준이 세분되고 있다. 교회 관계자의 출입을 막는 '노 빌리버 존',  교수를 받지 않는 '노 교수 존' 등 일상의 차별이 만연해지고 있다. 세대와 직업 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고 갈등하는 세태를 경계해야 한다.

 

차별 대신 절충하는 평화적 해결책 필요

우리 사회는 차별 행위를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고 교육한다. 교육이 무색할 정도로 우리 사회는 다름을 차별 요인으로 삼는다. 심지어 특정 나이대를 차별하는 것이 정당하다며 이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등장한 모습은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세태의 원인은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비수용적인 사회 분위기다. 다른 사회 구성원을 향한 노골적인 차별은 사회적 연대를 저해하고 분열을 조장한다.

 

▲ 어린이들의 매장 사용으로 인해 우려되는 문제점을 해결함과 동시에 차별을 지양하는 절충안인 '케어키즈존'이 주목 받고 있다. ⓒ 인터넷 커뮤니티
▲ 어린이들의 매장 사용으로 인해 우려되는 문제점을 해결함과 동시에 차별을 지양하는 절충안인 '케어키즈존'이 주목 받고 있다. ⓒ 인터넷 커뮤니티

이런 사회 갈등을 방지하기 위한 해결안도 등장했다. 바로 '케어키즈존'이다. 일괄적으로 아동 및 유아들의 출입을 금하는 것보다 아이에게 주의 시킬 것을 당부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있는 구역의 출입을 부분적으로 금하는 '부분 노키즈존' 등 절충안이 주목받고 있다.

배제와 차별은 갈등 해소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차별은 더 심한 갈등과 분열을 일으킬 뿐이다. 적절한 절충과 상호 배려가 해결의 실마리가 돼 줄 것이다.

관련기사

키워드

샬롬토토'샬롬토토위키' 키워드 보기 #SDG10
쪽티비 스포츠토토 ERICA, 경기도 RISE 사업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