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수 교수(국문대·문화인류)

폭력보단 분노의 치유가 중요해

 

최근 국제사회의 화두는 단연 ‘IS’이다. IS에 붙잡힌 일본인 인질이 잔인하게 처형돼 논란이 됐고, 요르단의 조종사가 산 채로 화형을 당해 요르단 국왕이 직접 전투기를 끌고 공습에 참여하는 일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IS에 참가하려는 각국 젊은이들의 시도 또한 논란이 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IS에 참여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고등학생 한 명이 시리아를 거쳐 IS에 참여한 것으로 공식 확인돼 온 나라가 충격에 빠지기도 했다. 과연 IS란 무엇이며, 왜 논란이 되고 있는 걸까.

 

   

 

지금껏 없었던 새로운 테러 집단의 등장


IS란 Islamic State(이슬람 국가)의 약자로,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Abu Bakr al-Baghdadi)를 지도자로 삼고 있는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이다. IS는 2003년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Al-Qaeda)의 이라크 하부조직으로 출발했다. 이라크에서 각종 테러활동을 벌이다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발하자 거점을 시리아로 옮기고, 2013년 시리아 내전 당시 정부군에 대항해 싸우는 반군으로 활동했다. 이러한 반군 활동을 통해 세력을 급격히 확장한 IS는 2014년 6월 이라크 제 2의 도시 모술(Mosul)과 인군 유전 지역을 점령하면서부터 엄청난 기세로 확장을 거듭했다. 결국 시리아 북부 알레포(Aleppo)에서부터, 이라크 동부 디얄라(Diyala) 주에 이르는 지역을 통치하는 독립국가를 창설한다고 밝히기에 이르렀다. 현재 시리아의 락카(Rakka)에 본부를 두고 있는 IS의 자금력과 조직 동원력, 군사력은 이전의 다른 무장단체나 테러조직들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위협적이다. 이들은 2014년 이라크 모술과 인근 유전 지역을 점령하면서 유전과 댐 등 기반 시설까지 확보한 데다가, 수니파 부호들의 막대한 자금지원으로 역사상 최고 부자 테러단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이들은 과거의 다른 테러단체와 달리 영토를 소유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IS는 각종 테러활동을 끊임없이 자행하고 있다. 각국의 기자들과 자원봉사자 등을 납치해 살해했고, 최근에는 요르단의 조종사가 산채로 화형을 당하기도 했다. 이러한 테러는 그 대상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행해지고 있지만 특히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의 서구 국가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IS는 왜 서구권을 향해 이처럼 극렬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일까. 이희수 교수(국문대·문화인류)가 이슬람 세력과 서구 세력간의 역사에 대해 짧게 설명했다. “서구와 이슬람 세력간의 갈등의 뿌리를 찾기 위해서는 꽤 오랜 역사를 들여다 봐야 합니다. 수 백 년의 시간 동안 유럽과 이슬람 세계는 정복과 피정복을 경험하며 적대적 의식을 쌓아왔어요. 예를 들어 AD 700~1400년대 까지는 이슬람 세력이 스페인과 이탈리아 남부까지 진출할 정도로 유럽을 지배했죠. 수 백 년에 걸친 정복의 역사는 피정복 집단에게 일종의 ‘이슬람 공포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우리가 100년도 채 안 되는 일제의 지배를 받으면서 지금까지 안 좋은 감정을 갖고 있는데, 수 백 년에 걸쳐 지배를 당했다면 적대적인 감정이 얼마나 격렬할지 예상해볼 수 있죠. 하지만 이러한 관계는 1790년에 나폴레옹이 이집트를 점령하면서 전환됩니다. 그 후 200년간 이뤄진 거의 모든 전투에서 남김없이 서구가 승리하게 됐고 결국 이슬람 세력이 서구에 의해 지배를 받게 됐죠.” 결국 서구세력과 이슬람 세력은 양 쪽 모두 서로에게 정복당한 기억을 갖고 있으며, 서로에 대한 적대적인 감정을 갖고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교수는 “서구권과 이슬람 세력의 갈등에 대해 어느 한쪽의 입장에서 색안경을 쓰고 봐서는 안 된다.” 라며 굳이 서구의 시선을 따라갈 필요가 없다는 점을 역설했다. 즉, 이를 실체적인 진실의 문제로 접근해야지 어느 한쪽의 우열이나 선악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은 편향된 시각일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한 것이다.

 

IS는 반 이슬람 단체다


이 교수가 언급한 것처럼 우리 중 상당수는 IS문제와 관련하여 이슬람 문화에 대해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즉, 이슬람이라는 종교와 문화자체가 다분히 폭력적이고 무자비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런 부분에 대해 많은 부분이 진실과 다르다며 말문을 열었다. “많은 학생들이 IS와 이슬람 전체를 동일시 할까 봐 걱정이 됩니다. 우선, 당연히 IS 세력은 이슬람 전체에서 극 소수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IS세력과 알카에다 등의 급진세력을 정말 최대한으로 추계해서 약 5%가량 된다고 해도 나머지 95%의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들인데 극악무도한 원리주의자로 오해를 받고 있는 셈이죠.” 전체 이슬람 인구 중 극소수에 불과한 급진 테러 세력을 이슬람 문화권 전체와 동일시하는 것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 하지만 역시 의문이 남는 점은 이들 급진 테러 세력이 ‘이슬람 원리주의’를 표명하고 있고, 자신들의 행동을 코란(이슬람교의 경전)에 따른 것으로 선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이슬람이라는 종교 자체가 어느 정도 폭력적인 행위를 허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에 대해 의문이 남는다. 이슬람이라는 종교가 과연 폭력을 조장하는 종교인지, 이 점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할 말이 많다고 했다. ”우선 확실한 것은, 57개 이슬람 국가에서도 IS와 알카에다는 테러 집단으로 인식된다는 것입니다. 비록 그들이 이슬람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활동하고 있지만, 정작 같은 문화권의 사람들은 그들을 테러집단으로 인식한다는 거죠. 오히려 이슬람을 욕보인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고, 아예 반 이슬람 집단으로 규정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S 등의 집단에서 원리주의를 제창하는 이유는, 사람들을 끌어 모으기에 가장 좋은 것이 종교적 당위성을 강조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즉, 기독교로 상징되는 서구세력에 대항하는 ’성전’ 이라는 멋진 명분을 갖고 추종자를 모집하는 것이 좀 더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코란 자체가 폭력을 조장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의문도 존재한다. 즉, 급진 테러세력의 행동근거가 이슬람의 경전인 코란에 나와있느냐는 것이다. “간혹 급진 테러세력의 행동 근거가 코란에 쓰여있기 때문에 이슬람이라는 종교 자체가 폭력적이지 않냐는 질문을 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그런 말들이 코란에 아예 적혀있지 않다고 할 수는 없어요. 다만 1400년 전에 만들어진 덕목을 현재시점에 그대로 적용한다는 것이 불가능 하다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 이슬람 국가에서는 코란을 현 상황에 맞게 재 해석해서 적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이슬람 국가들은 코란을 재해석하여 적용한다. 예를 들어 터키의 경우 코란을 재해석하여 우리나라도 아직까지 유지하고 있는 간통죄와 사형제를 폐지하기도 했다. 즉 종교 자체가 지니고 있는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린 문제라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IS나 알카에다 같은 집단은 코란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이슬람 국가에서 IS 등의 단체에 대해 반 이슬람 단체로 규정짓는 이유이기도 하다.

 

폭력보단 증오의 치유가 먼저


이 교수는 IS 세력이 성장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를 ‘분노, 증오’에서 찾았다. 즉, 어떤 계기로 시작된 전쟁이던지 필연적으로 해당 지역 민간인의 희생이 발생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쌓인 희생자 가족들의 분노와 증오가 IS의 성장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이다. “뜬 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릴 수 도 있지만, 굉장히 사실적인 이야기에요. 이라크 전쟁 당시 미군은 6800명이 죽었지만, 전쟁지역에서는 22만 명 가량의 민간인이 희생됐습니다. 즉, 미군과의 전쟁에 의해 22만 명의 민간인이 죽었고, 이들의 가족과 친지들에게는 분노의 씨앗이 심어진 거죠. IS는 이들의 분노와 증오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그 덩치를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즉, IS는 증오를 품은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도록 지원을 해주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그 모집 범위를 전 세계로 넓혀서, 전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증오를 품은 이들, 즉 왕따나 히키코모리, 사회 부적응자 등 다양한 사람들을 모집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 교수는 다른 무엇보다 ‘아픔의 치유’를 최 우선과제로 꼽았다. “미국이 현재까지 테러와의 전쟁에 쏟아 부은 돈이 3조 4000억 달러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9.11테러 이전보다 테러가 9배나 늘어났고, 테러 조직들의 규모도 6~7배가 늘어났어요. 한 명의 테러조직원을 죽이는 과정에서 8명 가량의 민간인이 희생된다는 통계를 볼 때, 결국 테러와의 전쟁은 분노를 품은 잠재적 IS대원을 양산해 내고 있는 것입니다. 반인류적인 집단인 IS는 필수적으로 괴멸돼야 하겠지만, 그와 동시에 전쟁의 아픔을 겪은 이들에게 좀 더 큰 관심과 지원을 기울여야 합니다. 즉 이들 민간인들의 아픔을 치유해서 분노가 또 다른 누군가를 향한 테러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테러 집단을 괴멸하는 동시에 그로 인한 희생자의 아픔을 치유하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 단기간에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 장담할 수 도 없다. 하지만 이러한 일이 종국적으로 우리를 포함한 국제사회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들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우진 기자 wjdnwls@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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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유미 기자 lovelym2@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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