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근 교수(사회대·미컴)

"디지털 프라이버시권에 대한 인식 제고 필요해"

 

"카톡". 모두에게 익숙한 소리였다. 짧은 효과음이 지하철에 울리자 승객들은 무의식 중에 자신의 스마트폰을 곁눈질했다. 스마트폰 사용자의 대부분이 이용하고 있는 메신저 카카오톡의 국내 가입자 수는 3700만명에 이른다. 이는 카카오톡을 전 국민의 말을 옮겨주는 디지털 수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치다. 때문에 최근 카카오톡이 휩싸인 대화 내용 유출과 검열에 대한 의혹은 마치 우리의 일상적인 대화조차도 자유롭지 못하게 해 ‘프라이버시권(Right of privacy)을 침해’ 한다는 논란을 낳고 있다.

 

나의 대화가 감청될 수 있다


사이버 상의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검찰은 지난 9월 18일 문제 방지를 위한 팀을 만들어 상시 모니터링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후 검열 방안을 찾기 위해 관련기관 대책회의에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가 참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검찰이 스마트폰 메신저 '카카오톡'까지 실시간으로 확인한다는 소문이 퍼졌다. 이에 따라 기존의 카카오톡 이용자들은 카카오톡의 보안을 믿을 수 없다며 메시지 내용의 저장 서버가 국내에 존재하지 않는 해외 메신저 '텔레그램'으로 대거 이동하는 사이버 망명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500명에 불과했던 한글 버전 텔레그램의 이용자 수는 일주일 만에 30만 5000명으로 폭발적인 증가를 보였다. 이용자들의 계속된 항의에 이석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법적 처벌이 따르더라도 감청영장에 응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며 실정법 위반 논란까지 낳았다. 깔끔한 해결책 없이 이어지던 논란은 결국 10월 16일, 국정감사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석우 대표는 영장 불응이 법을 지키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사과했으며, 검찰은 감청은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적합한 절차를 밟은 후에만 실시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양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감청 논란은 완전하게 식지 않았다. 특히 실제로 감청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낮은 보통의 이용자들이 불쾌감을 표현한 것이 두드러지게 보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안동근 교수(사회대·미컴)는 과거에 비해 인터넷 이용자들의 개인정보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점을 지적했다. "20년 전쯤만 해도 개인 정보의 중요성이나 정보 유출로 인한 잠재적 피해상황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했습니다. 공적 기관이 요구할 수 있는 한도 이상의 정보를 요구해도 잘못된 것인 줄도 몰랐죠. 하지만 최근 정보 유출로 인한 사회적, 개인적 피해를 목도한 점이 많은 인식의 전환을 이끌었습니다." 사회적 분위기도 한 몫을 했다. "사생활을 중시하는 서구의 사회적 풍토가 유입된 점 역시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개인 정보 역시 사생활이라는 생각이 퍼지면서 개인 정보 보호도 사생활 보호의 한 부분으로 인정 받고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 확장된 프라이버시권의 탄생

 

   

개인정보에 대한 이용자들의 인식은 프라이버시권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프라이버시권’은 1890년, 미국의 변호사 워런(S. D. Warren)과 브렌다이스(L. D. Brandies)에 의해 처음 실정법상으로 인정된 권리다. 미국의 변호사였던 워런은 자신과 가족의 사생활이 지역 언론에 지속적으로 보도되는 것에 불쾌감을 느끼고 ‘혼자 있을 권리(Right to be left alone)’를 프라이버시권으로 구체화시킨다. 이처럼 프라이버시권은 개인이 공적인 영역으로부터 사적인 정보를 노출시키지 않을 권리를 의미한다. 혼자 있을 권리에서 출발한 프라이버시권은 현대에 디지털 프라이버시권으로 한 단계 더 진화했다. 사적인 정보를 디지털 상에 노출시키지 않을 권리로 발전한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디지털 세계에서 자신의 정보를 통제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과거에는 본인의 정보를 타인에게 얘기하지 않으면 정보가 샐 확률이 적었습니다. 통제가 가능했죠. 하지만 현재는 내가 타인에게 직접적으로 얘기하지 않더라도 누군가 내 정보를 얻을 길이 많아졌습니다."

 

오늘날에는 인터넷 사이트가 불필요한 개인정보를 요구하더라도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동의 버튼을 눌러야 하고, 자신이 일기처럼 쓴 글이 어느 샌가 만천하에 드러나는 일도 일어난다. 컴퓨터와 웹에는 개인이 방문한 페이지, 살펴본 글, 다운받은 파일 등 일거수일투족이 기록으로 남는다. 문제는 우리가 제공한 기록과 정보들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카카오톡을 통한 사생활 유출에 대한 걱정은 우리가 나눈 대화가 즉각 공중에 흩어지는 대신 모두 서버에 남아 타인의 접근이 이전보다 훨씬 용이하다는 점에서 비롯된다.것이다. 이전보다 디지털에 노출할 개인 정보는 늘어났음에도 보호에 대한 방안은 늘지 않았다. 안 교수는 "시대가 변한만큼 정보 보호를 위한 권리도 변해야 한다”며 “온라인 상에 있는 정보를 스스로가 수정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공공선과 개인의 프라이버시권 사이에서

 

   

실제로 사회에서 공공선과 개인의 프라이버시권은 끊임없이 부딪친다.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은 갈등을 풀어나가는 과정이다. 카카오톡 검열 논란을 해결해나갈 길 역시 마찬가지다. "잘못을 저질렀는지 저지르지 않았는지와 별개로 국가 기관이 나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것은 불쾌한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요청을 거부를 하기도 힘들죠. 많은 이용자들은 불쾌할지라도 공공의 선을 위해서 자신의 사생활을 일부 포기할 상황이 닥쳐왔을 때에는 이에 수긍합니다. 다만, 개인의 사생활 침해가 될 수 있는 과정에서 정부는 사적인 삶을 살펴볼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해야 합니다." 충분한 소통과 대화를 통해 합의가 도출돼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보다 앞서 이뤄져야 하는 일은 역시 적법한 절차를 따르는 것이다. "감청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은 행위입니다. 테러 행위나 범죄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를 포착하고 사법 기관의 협조를 통해서만 수사를 해야 하죠. 감청 허용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국가는 인간이 세상에 존재한 이후에 구성된 계약의 산물이다. 타인과의 교류 없이 살던 개인이 부족이 되고, 부족이 국가로 확대된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하나뿐이다. 무한한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약한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서, 즉 개인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국가의 권력과 개인의 권리는 상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게 되면 국가는 개인 이후에 탄생한 것이죠." 타인과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얽혀 있는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한 사람의 권리만을 강조하는 것은 다른 개인들의 권리를 침해해 모두의 이익을 해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무작정 침묵하기보다는 공공선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 있을 때에 장막 뒤에 가려진 사안이 있지는 않은지 면밀히 살펴보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양자 사이의 균형이다. 개인의 권리와 공공의 선은 양자택일의 관계가 아니라 공존해야 하는 금과옥조다.

 

 

최정아 기자 shaoran007@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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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권요진 기자 loadingman@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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