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7일 자 「나루터와 뗏목」 기사
고운기 ERICA 문화콘텐츠학과 교수가 11월 27일 자 <한국일보>에 칼럼 '나루터와 뗏목'을 기고했다. 고 교수는 만해 한용운의 시 '나룻배와 행인'을 언급하며 "만해의 이 같은 비유가 훨씬 이전부터 불교에서 전해 왔는지, 삼국유사에도 이와 비슷한 구절이 있다"며 삼국유사 속 '나루터와 뗏목' 표현에 대해 소개했다.
고 교수에 따르면, 진표는 이 깨달음의 강에서 누구든 기꺼이 건네줄 도구로 나루터와 뗏목이 된 처음 사람이다. 삼국유사는 그런 진표를 두고 벌어진 아주 신비로운 이야기 두 가지를 적어놓았다. 첫째는 물고기와 자라가 진표를 바닷속으로 모시고 들어가 가르침 받은 일이고, 둘째는 이보다 앞서 속리산으로 가는 길에서 소가 수레를 끌고 가다 진표를 만나자 무릎을 꿇고 운 일이다. 소가 우는 모습을 보고 수레에 탔던 사람이 놀라 까닭을 물었는데, 진표는 자신의 신분을 밝히며, '소가 겉은 우둔하나 속은 밝은 모양'이라고 태연하다. 수레 탄 사람도 바보는 아니었던 모양, '짐승도 이럴진대 하물며 사람이 되어서 어찌 무심하랴' 탄복한다. 그는 "나루터와 뗏목이 되어주기로는 사람에서 그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 교수는 "이야기야 그저 이야기일 뿐이다"며 "그러나 세상은 이런 이야기가 비의(比擬)하는 바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뉜다"고 말했다. 그는 "부디 전자가 흘러넘치길 빌밖에"라는 소망을 밝히며 칼럼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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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연 커뮤니케이터
annssy@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