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흥호 교수(국제학대학원)

그룹 ‘트와이스’의 멤버이자 대만 출신의 가수, 쯔위가 한국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들었다. 이 영상을 계기로 쯔위가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게 아니냐는 파문이 중국에서 일었다. 소속사의 모든 중국 일정이 취소됐고, 쯔위는 사과문을 낭독했다. 회사 대표는 ‘소속 가수를 잘못 가르친 본인의 잘못’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대만 출신의 쯔위가 자기 나라 국기를 흔든 것이 왜 잘못일까. 국제대학원장 문흥호 교수(국제학대학원)를 만나 그 이유를 물었다. 해답은 ‘양안관계’에 있다.

 

 

페가수스 토토 출신 쯔위가 흔든 페가수스 토토 국기

 

문제가 된 영상은 지난해 11월 녹화됐다. MBC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나온 쯔위는 태극기와 대만의 국기인 ‘청천 백일기’를 들고 있다. 이 장면은 실제로 방송되지는 않았으며 인터넷 실시간 방송에서만 확인할 수 있었다. 문제는 방송이 촬영된 후 2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갑작스레 불거졌다. 대만 출신이면서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가수 ‘황안’이 해당 영상을 캡처해 자신의 SNS에 올린 것. ‘쯔위가 대만 독립을 부추긴다’는 글이었다. 중국의 네티즌들은 즉각적으로 쯔위를 비난했다. 중국의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도 사설에서 “중국의 주권은 진정성을 갖고 존중해야 하는 문제”라며 간접적으로 쯔위를 비판했다.

 

   
▲ 대만 출신의 한국 가수 쯔위가 한국 방송에서 흔들었던 대만 국기는 곪아 있던 양안 간의 갈등을 터지게 하는 계기가 됐다.(출처 :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쯔위가 출연한 광고가 잠정 중단되고, 소속사 내 다른 가수의 공연도 취소됐다. 이처럼 상황이 악화되자 소속사 대표와 쯔위가 직접 해명에 나섰다. 소속사 대표는 ‘자신이 잘못 가르친 탓’이라며 소속 가수의 행위에 대해 사과했다. 쯔위는 사과 영상을 통해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며, 자신은 중국인”이라고 사과문을 낭독했다. 그러자, 이번엔 대만 여론이 들끓었다. 쯔위의 사과는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이들에게 반중(反中) 감정을 부추겼다. 게다가 대만은 신임 총통 선거를 앞두고 있었던 상황. 대만 독립 노선을 지지하는 민진당의 차이잉원이 새 총통으로 당선되며, 쯔위 사태는 대만인들의 독립 의지를 보여 주는 상징적인 사건이 됐다.

 

 

페가수스 토토 국기는 왜 문제인가

 

   
▲ 1월 21일 국제학대학원장실에서 문흥호 교수(국
제학대학원)가 양안관계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문
교수는 "양안관계의 문제는 '일중각표'에 대한 서로
간의 해석 차이에 있다"고 말한다.

문 교수는 사건의 본질을 보려면 양안 관계를 알아야 한다고 했다. 양안이란, 대만과 중국의 관계를 일컫는 말이다. 대만 해협을 두고 중국 대륙과 대만이 마주 본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 “대만과 중국은 1945년에서부터 1949년까지의 중국 내전 이후 갈라섭니다. 내전에서 패배한 국민당 정부가 대만으로 갔고, 대륙에는 공산당 정부가 들어섰죠.” 이후 두 나라는 국제 냉전 질서의 영향으로 적대 관계를 유지했다. “그래도 1971년까지는 대만이 국제 사회에서 ‘국가’로 인정 받았어요. 그러나 1971년 베이징 정부가 국제연합(UN) 안전보장위원회 상임이사국 지위를 승계하면서 중화민국 대만은 국가 자격을 상실했습니다. 국제 사회에서 ‘주권’이 사라지게 됐죠.” 공식적인 주권을 상실한 대만은 올림픽 등에서도 그 국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 양안의 관계는 1987년을 기점으로 회복될 기미를 보였고 1992년 현재 양안 관계의 쟁점이 되는’92 컨센서스’에 합의하게 된다. 양안은 이 합의에서 ‘하나의 중국’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 표현을 둘러싼 양안의 해석이 달라 의견이 갈린다. 하나의 중국이 대륙의 ‘중화인민공화국’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대만을 일컫는 ‘중화민국’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각자의 입장이 다른 것. 양안은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의 입장에 따라 중국을 해석한다는 ‘일중각표’에 합의했다. 나아가 ‘하나의 중국’에 대한 해석에 있어 “이견이 존재하는 부분은 미뤄두자”는 의미의 중국어 표현인 ‘각치쟁의’로 여지를 남겼다.

 

양국 관계를 명확히 매듭짓지 않은 이 합의 때문에 양안의 입장은 갈등을 빚는다. 중국은 두 개의 중국이 있을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대만을 나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모양새다. “중국의 목표는 대만을 홍콩처럼 하나의 특별행정구로 편입하는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대만의 깃발을 흔드는 것은 중국 사람들에게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죠.” 중국에게 대만의 독립은 다른 소수 민족의 독립으로도 비화될 수 있는 문제다.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든 쯔위의 행위가 좋게 보이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대만은 ‘각표’에 방점을 찍는다. 공산당을 계승하는 대륙 중국이 있고, 국민당을 계승하는 대만 중국이 존재한다는 것. “일중각표의 원칙 아래 이 사건은 문제가 없는 일입니다. 쯔위에 대한 비난 여론은 중국에게 ‘각표’의 의미가 얼마나 무색한지 그대로 보여줬죠.” 사건이 더 크게 비화된 데는 친중국 성향의 국민당에 비판적인 여론이 늘어난 현실과도 관련이 있다고 문 교수는 얘기한다. “국민당은 중국 대륙과의 경제 교류를 통한 경제성장을 표방하며 8년간 집권 여당을 지냈습니다. 그러나 대만의 경제는 침체국면을 벗지 못하고 있습니다.” 성장의 열매가 상류층에 집중되고,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불만이다. 대만인들 중 일부는 대만의 정체성에 무신경한 국민당을 ‘중국에 조공을 바치는 것과도 같다’며 비판하기도 한다. 대만 국민들의 불만이 중국에 비난 받는 쯔위에게 이입된 것이다.

 

 

일중각표(一中各表)의 현실을 이해해야 한다

 

“이 사건으로 인해 국민당에서 민진당으로 돌아선 표가 몇 퍼센트 정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정권 교체의 결정적인 요인은 아닐 거예요. 대만인들의 국민당에 대한 불만이 축적돼 정권 교체를 이끌어 낸 것이죠.” 문 교수는 쯔위 사태와 대만 총통 선거와의 연관성은 낮다고 일축했다. 반면 양안 관계의 갈등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 말한다. “차이잉원 총통 당선자도 중국의 경제적 도움 없이는 대만 경제의 회복이 힘들다고 생각할 겁니다. 국민들은 경제 회복과 대만의 주체성 확보를 동시에 바라고 있겠죠.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면서, 대만의 자주성을 확복하는 길을 찾아야 할 겁니다.”

 

   
▲ 대만이 중국의 경제적 도움을 원하는 한 양안의 갈등은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고 불거질 수 있는 양안의 사이에서 우리는 유연한 대처를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출처 : SBS 뉴스)

 

대만의 지위에 대한 중국의 인식과, 대만 내 친중국 정책에 대한 비난 여론으로 양안 관계는 언제고 불거질 수 있는 문제였다. 그 입장 차이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한 것이 쯔위 사건. 쯔위는 이 사건으로 지나친 비난 여론을 맞닥뜨려야 했다. “양국은 오래 전부터 갈등 관계에 있습니다. 소속사의 대처가 좀 더 중립적이었다면, 사건이 이렇게 커지지는 않았을 것 같네요. 이 사건을 타산지석 삼아 한국이 양안 관계에 좀 더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글/ 이종명 기자     tmjo2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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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설비 기자  sbi444@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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