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소 나노 반도체 ‘카드뮴 셀레나이드 클러스터’, 친환경 광촉매로 재탄생
초구조 조립, 바이피리딘 분자 촉매 활용해 기존 한계 극복했다
수소는 친환경성과 경제성으로 인해 차세대 청정 연료로 각광받고 있다. 이에 따라 수소 생산 기술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며, 그중 광촉매를 활용한 방식은 태양 에너지를 간단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활용해 특히 주목받는다. 이때 광촉매란 빛을 흡수해 전자를 방출하고, 전자가 물을 분해해 수소를 만들어내는 물질을 말한다.
장윤정 화학공학과 교수는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고려대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세계 최소의 나노 반도체를 광촉매로 활용한 친환경 수소생산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연구팀은 기존에 광촉매로 쓰인 적이 없던 '카드뮴 셀레나이드 클러스터'(이하 (CdSe)13 클러스터)를 활용했다. (CdSe)13 클러스터는 현재까지 연구된 가장 작은 CdSe 반도체로, 대부분의 원자가 표면에 위치해 촉매로서 잠재력이 크지만 불안정한 성질로 인해 실제로는 활용되지 못했다.
연구팀은 해당 한계를 극복하고 (CdSe)13 클러스터로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 크게 세 가지를 수행했다. 먼저 (CdSe)13 클러스터에 코발트 이온(Co2+)을 도핑해 전기적 특성을 개선했고, 이후 클러스터가 안정적인 3차원 초구조를 형성하도록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이 구조가 실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도록 촉매 반응 환경을 설계했다. 이 중 초구조 형성은 DGIST가, 수소 생성 환경 설계는 장 교수 연구팀이 맡았다.

(CdSe)13 클러스터에 코발트 이온을 도핑하면 빛의 흡수량이 증가하고, 전자가 보다 오래 생존할 수 있다. 전자가 충분히 유지돼야 물을 분해하고 수소를 생성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특성은 매우 중요하다. 이후 (CdSe)13 클러스터는 약 24시간의 열처리를 통해 안정적인 초구조(suprastructure)를 형성하게 된다.
그러나 곧바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나노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CdSe)13 클러스터에는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부위(활성 사이트)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팀은 바이피리딘이라는 분자촉매의 활성 사이트를 통해 수소가 생성되도록 설계했다.
이번 연구는 불안정하고 비활성적이던 나노 단위의 반도체를 광촉매로 만들어 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최근 활발하게 연구되는 나노 단위 물질은 표면적 대비 활성 부위 비율이 높아 촉매로서 가능성이 크지만, 구조적으로 불안정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반도체는 일반적으로 활성사이트가 부족해 촉매 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자리가 없다. 이처럼 안정성이 낮고 활성사이트가 없던 나노 단위의 반도체 (CdSe)13 클러스터는 연구팀의 손을 거쳐 안정적인 친환경 광촉매로 재탄생했다.
이번 성과는 환경과 에너지, 양자과학 분야까지 뻗어 나갈 수 있다. 연구팀의 방법은 빛만 가지고 수소를 생성할 수 있기에 친환경적인 면에서 가장 이상적이다. 또한 다양한 분자 촉매와의 결합을 통해 수소 이외의 고부가가치 물질을 생산해낼 수 있어 발전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고전역학의 범주를 벗어나 그 흐름을 계산하기 어려웠던 나노 크기의 물질을 성공적으로 다뤘다는 점에서도 큰 의의를 가진다. 이는 반도체 나노 클러스터의 잠재 가능성을 구체화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장 교수는 2020년 한양대 화학공학과에 부임해 촉매에 관련된 연구를 수행해왔다. 특히 광촉매 및 전기촉매를 개발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한 대체연료 및 고부가가치 물질 생산을 꾸준히 연구해왔다.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는 나노화학 분야 국제학술지 '나노 레터스(Nano Letters)'에 Photocatalytic Hydrogen Production Using Semiconductor (CdSe)13 Clusters'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