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타 토토 4개의 일기 포함한 '퍼스타 토토 일기장' 완역 출간
옛 기록에서 발견한 낯선 퍼스타 토토 모습 조명
"7:3이나 6:4 상황에서 3과 4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통찰력을 키워가길"
학문은 질문을 바꾸는 것에서 시작된다
정민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다산의 일기장>을 출간했다. 그는 이번 책에서 다산의 4개의 일기를 주석을 달아 완역했다. 정 교수는 <다산의 일기장>을 통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롭고 낯선 다산의 모습을 생생하게 복원했다. 다산의 일기 네 편을 철저히 분석해 젊은 시절 다산의 신념과 배교 과정을 통해 그의 인간적 딜레마를 조명했다.
우리는 천주교를 믿었다가 배교하며 혼란을 겪던 다산의 모습에서 오늘날 우리 사회를 마주한다. 정 교수는 다산의 일기 속 그가 겪었던 치열한 생존의 현장을 되살리며, 우리가 보지 못한 다산의 복합적인 모습을 재현한다.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 통찰과 담론의 균형이 절실한 현재, 다산의 고민은 독자들에게 과거를 통해 현재를 성찰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진다. 다산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여러 새로움을 제시한 정 교수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익숙함과 낯섦의 사이, 다산 정약용을 살펴보다
다산은 우리에게 목민심서, 애민 사상, 목민관 등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 교수는 이번 책을 통해 우리가 모르던 '낯선' 다산의 모습을 들춰낸다. 정 교수가 분석한 다산은 우리가 생각하던 다산보다 훨씬 다혈질이고 전투적이며,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다. '낯선' 다산의 조각들은 천주교 문제와 분리해 판단하기 어렵다. 정 교수는 "다산에 관해 연구할수록 천주교 신앙 문제가 다산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이번 책은 그동안의 다산 연구와는 다른 시각으로 전개됐다"고 이번 책의 대주제에 관해 설명했다.
젊은 시절, 천주교를 믿던 다산 정약용은 정조와의 관계, 정치적 문제 등을 이유로 결국 배교를 결심한다. 그러나 정 교수는 그의 배교가 완벽한 배교로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한다. 그는 "다산의 기록을 살펴보면, 완벽한 배교라기에는 모순적인 부분들이 많이 존재한다"며 "이 모순 상태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다산과 천주교의 관계 연구는 <파란>, <서학, 조선을 관통하다>에 이어 이번 <다산의 일기장>으로 이어진다. <다산의 일기장>은 다산이 배교했던 시절의 천주교 문제를 다산의 일기를 통해 세밀하게 살핀다.

<다산의 일기장>에는 다산의 일기 4개가 수록돼 있다. 그 중 특별히 주목해야 하는 일기가 바로 '금정일록'이다. 금정일록은 다산이 청와대 비서관이었던 동부 승지에서 충청도 시골 역장으로 좌천된 이야기다. 당시 다산은 천주교를 믿었다는 이유로 좌천됐는데, 다시 돌아가기 위해서는 천주교를 완벽히 배반했다는 것을 보여줘야 했다.
정조는 다산을 천주교 신자들이 많이 사는 금정역으로 보내 그가 천주교를 믿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도록 했고, 다산은 정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그는 천주교 신자들을 검거한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저술을 작업한다. 이때의 기록이 바로 '금정일록'이다. 나머지 3개의 기록은 '귀향이 풀리고 난 후, 벼슬에 복귀한 후, 다시 쫓겨난 후'의 기록들이다.

7:3이나 6:4의 문제에서 3과 4를 어떻게 볼 것인가
정 교수는 "다산이 배교한 시점에서 보이는 애매한 태도는 그를 상황에 따라 종교를 바꾸는 기회주의자로 비칠 수 있으나, 그 시점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며 "당시 조선 사회가 천주교로 대표되는 담론 체계와 만났을 때 발생한 혼란과 모순 상태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세상일에 10:0이나 0:10은 없다. 모순이나 딜레마 상황은 주로 7:3이나 6:4의 상황 속 3과 4의 부분에서 나타나기 쉽다. 외부의 상황에 따라 본질이 취약해질 수 있는, 상대적으로 약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산과 천주교의 관계도 당시의 조선 배경과 비교하면 3과 4의 부분에 있었다. 정 교수는 다산과 천주교의 관계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7:3이나 6:4에서 3과 4부분을 어떻게 이해하고 평가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해당 부분을 세밀하게 살펴보면 숨겨져 있던 문제의 본질, 즉 다산의 고민에서 나아가 시대적 고민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학문의 가치는 질문을 바꾸는 것에서 시작한다. 학문이란 새로운 시선을 제시함으로써 당연하다고 믿었던 가치들이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는 "다산의 일기장 역시 다산을 새롭게 바라봤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다산의 일기는 200자 원고지로 300매 정도의 분량이다. 정 교수는 일기 속 맥락을 완벽히 분석하기 위해 일기의 9배가 넘는 자료조사를 진행했다. 일기에는 단지 언제, 누가 찾아왔고, 어디를 갔다는 정보만 나와 있다. 그러나 태평한 텍스트와 달리 당시의 상황은 아슬아슬하고 살 떨리는 생존의 현장이었다. 정 교수는 "왜 그 기록들이 아슬아슬한 기록인지 입증을 해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독자들로 하여금 텍스트로는 보이지 않는 당시의 진정한 기록을 알려주기 위해 주변 자료를 분석하는데 큰 노력을 기울였다"고 덧붙였다.
독자가 텍스트 안의 생생한 기록을 체험하게 되는 순간, 책의 진정한 의미가 실현된다. 정 교수는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생생한 기록을 통해 젊은 다산의 모습과 시대의 시선을 보다 심층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옛이야기에 비추는 사각지대, 그리고 오늘을 향한 진단
시대의 압박 속 신념과 현실 사이를 헤매던 다산의 모습은 자기 확신과 갈등으로 가득 찬 오늘날 우리 사회를 떠올리게 한다. 다산이 살던 당시의 천주교의 가치, 서학의 규범은 조선의 위정자들에게는 굉장히 불안하고 위험한 존재임과 동시에 시민들에게는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일상의 위로였을 것이다. 서로 다른 관점에서 서학 신자들을 향한 핍박은 나날이 강해졌다. 그러나 누구의 잘못이라고 하긴 어렵다.
정 교수는 "현재 우리도 똑같은 것을 반복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어느 쪽이 맞다, 틀리다의 문제가 아니라 그 중간 지대를 꼼꼼히 살펴야만 문제가 될 정도인지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현재 처한 상황에 대해 완벽한 가치 판단을 내릴 수 없다. 가치 판단은 항상 상황이 끝난 뒤에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제대로 된 화합을 위해 필요한 것은 옛이야기를 통한 사각지대 진단, 그로부터 얻은 교훈을 통한 진단이다.
스스로를 번역자 또는 전달자라고 생각한다는 정 교수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 던진 질문을 통해 "독자들 자신이 어떤 오류 속에 존재하고, 그 오류를 어떤 식으로 해결해 진정한 가치 균형을 이룰 수 있을지 고민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책을 읽는 모든 독자에게 마지막 말을 남겼다.
"질문을 바꾸면 새롭게 보이는 지점이 분명히 존재해요. 그 부분을 이번 책을 통해 파악했으면 좋겠습니다. 흑백 논리가 만연한 세상에서, 건강한 담론을 나누는 지성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균형 잡힌 통찰력이 필요합니다. 다산의 옛이야기가 한양인의 통찰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뿌듯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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