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 콘텐츠는 스마트폰과 함께 등장했다. 숏폼 콘텐츠는 스마트폰 특유의 ‘세로 화면’에 맞게 제작돼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특히 TV와 같은 ‘가로 화면’에 익숙한 세대와 달리, 어렸을 때부터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세대인 10대와 20대를 중심으로 숏폼이 유행하고 있다.

2020년대부터 숏폼 콘텐츠 플랫폼인 틱톡(TikTok)의 유행으로 출퇴근 시간이나 휴식 시간에 즐길 수 있는 오락성 숏폼 콘텐츠가 대중화됐다. 김 교수는 “실제 숏폼 콘텐츠의 주요 소비층은 세로 화면이 익숙한 10대와 20대다”며 “세분되는 수용자층에 발맞춰 각종 소셜미디어도 ‘쇼츠’, ‘릴스’라는 독자적인 숏폼 콘텐츠 서비스를 출시했다”고 답했다.

각종 저작물을 자유롭게 수정하고 배포할 수 있는 자유 문화(Free Culture)의 발달은 숏폼 콘텐츠의 유행에 불을 지폈다. 동영상 수용자들이 기존 영상을 자유롭게 수정하고 배포할 수 있게 돼 숏폼 콘텐츠가 대중적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드라마의 재미있는 대사가 등장하는 부분들을 편집하거나 결합하는 리믹스(Remix) 작업을 자발적으로 하는 문화가 발달하고 있다”고 답했다.

최근 국가 기관이나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들은 젊은 수용자층을 겨냥해 숏폼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2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숏폼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유튜브 등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이 뉴스 이용률 상위 3개 매체로 조사됐다.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이 언론 정보를 제공하는 주요 매체로 활용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국가 기관이 숏폼 콘텐츠를 적극 생산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 논의돼야 할 정책 안건, 공적 의제(Public Agenda)를 알리기 위한 정치 커뮤니케이션의 일환이다”며 “미디어 환경 변화에 맞춰 넓은 수용자 집단에 접근하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다”고 답했다.

해외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특히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 서비스 미디어의 경우, 국민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공적 책무를 위해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을 활용한 숏폼 콘텐츠 제작에 힘쓰고 있다. 김 교수는 “영국의 ‘BBC 아이디어(BBC Ideas)’의 경우 3~4분의 짧은 분량으로 정치,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주제를 교육적으로 다루고 있다”며 “유튜브 채널을 통해 무료로 서비스돼 전 세계 수용자들이 쉽게 볼 수 있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숏폼 콘텐츠는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 효과적일까. 기존 TV 영상이나 영화 같은 ‘롱폼’ 콘텐츠의 경우 수용자들의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인 ‘리터러시’를 요구한다. 반면 숏폼 콘텐츠는 롱폼 콘텐츠의 핵심 장면을 골라 짧게 제공한다는 점에서 롱폼 콘텐츠보다 효율적으로 정보를 전달한다. 김 교수는 “기존 드라마나 뮤직비디오의 주요 부분을 요약해 제공하는 서머리 콘텐츠(Summary Contents)는 빠르게 영상의 메시지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용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숏폼 콘텐츠는 필터링(Filtering) 서비스를 통해 동영상 수용자들에게 선별적으로 제공되고 있다. 김 교수는 “수많은 동영상이 생성되는 ‘정보의 바다’ 시대에서 동영상 수용자들이 쉽게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며 “지나치게 많은 영상에 지친 피로감을 해소하기 위해 개인 맞춤형 영상을 제공하는 것은 정보 전달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고 답했다.

주의력 분산을 유발하는 ‘숏폼’

 

숏폼 콘텐츠에는 부정적인 면도 존재한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턴트 니콜라스 카(Carr)는 그의 저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숏폼 콘텐츠의 폐해를 언급했다. 편집된 정보 위주로 제공하는 숏폼 콘텐츠에 중독되면 콘텐츠의 맥락을 성찰할 수 있는 능력이 퇴화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대부분의 롱폼 콘텐츠는 기승전결의 구조로 돼 있어 수용자들의 리터러시가 자연스럽게 요구되지만, 숏폼 콘텐츠의 경우는 압축된 정보가 제공되다 보니 맥락을 이해하기 위한 능력이 불필요하다”고 답했다.

 

또한 숏폼 콘텐츠의 주목적이 ‘조회수’에 치중된 것도 문제다. 광고 수익과 후원금이 중시되는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의 경우, 영상 제작자들이 지향하는 가치가 ‘일회성’, ‘조회수’ 등에 집중될 수 있다. 김 교수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영상이 늘어날수록 숏폼 콘텐츠의 근본적인 매체 속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이는 결국 숏폼 콘텐츠 수용자들의 리터러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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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는 정보 과부화 및 과잉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TV, 신문처럼 과거에 지배적이었던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와 숏폼 콘텐츠를 제공하는 신생 미디어 간의 경쟁 역시 심화되는 상황이다. 미디어 수용자들은 이러한 경쟁 속에서 폭증하는 정보들에 노출되며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김 교수는 “숏폼 콘텐츠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숏폼 콘텐츠는 수많은 영상 정보 속에서 효과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데 탁월하다”며 “향후 숏폼 콘텐츠의 수요는 여전히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