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과 수도권 일대를 중심으로 발생한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의 대량 출현은 단순한 여름철 불편함을 넘어 사회적 논쟁으로 이어졌다. 시민들은 살충제를 통한 즉각적인 방제를 요구하는 반면, 환경단체는 생태계 구성원의 일방적 제거가 될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이번 러브버그 갈등은 해충 논쟁을 넘어 시민의 건강권과 환경권, 행정법과 환경윤리의 균형 등 복합적인 쟁점 속에 있다. 이에 이호용 정책학과 교수를 만나 러브버그 방제에 대한 법제도의 현주소와 지속가능한 대응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러브버그는 법적으로 해충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해충이란 질병을 직접 전파하거나 매개하는 곤충을 뜻하는데, 러브버그는 사람에게 질병을 옮기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낙엽을 분해하거나 꽃가루를 운반하는 등 일부 긍정적 생태 기능도 가진다.

그러나 이 교수는 “곤충 자체가 아니라, 그 곤충이 생활상에 침해를 유발하는지가 방제의 판단 기준이다”고 말했다. 그는 “러브버그의 크기나 출현 양상이 주는 불쾌감, 사체와 분비물이 시민의 일상 공간에 실질적인 침해를 준다”며 “이 점에서 러브버그의 방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불법한 의도를 갖지 않았더라도 타인의 집에 무단으로 침입하면 제재될 수 있듯이, 러브버그가 법적인 해충으로 분류되지 않아도 시민 공간을 침해하는 존재로 제재할 수 있다는 논리다.

최근 국회에서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돼, 러브버그를 ‘위생 해충’으로 명시하고 지자체장에게 방제 권한을 부여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러브버그 방제하자는 시민의 목소리에 대한 국회의 움직임이 보인다”며 “그러나 현재처럼 러브버그가 대량 발생해 시민에게 즉각적 피해를 주는 상황에서는 현행 법률이 없어도 일시적 방제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곤충의 활동 시기를 예측한 선제적인 방제 계획의 경우에는 법적 근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러브버그 방제를 위한 통로 차단, 약제 살포 등은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러브버그 문제처럼 기후 변화로 인간 생활을 침해하는 새로운 현상들이 나타날 수 있지만, 아직 발생하지 않은 침해에 대해 법이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은 새로운 사회현상이 발생시키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형량해 규제의 여부와 방식을 정하게 된다”며 "법이 늘 사회 현상에 앞서서 만들어질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러브버그의 대량 발생은 단발적인 헤프닝이 아닐 수 있다. 기후변화와 도시 생태계 교란이 반복되면서, 앞으로도 유사한 곤충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법을 통한 선제적 규제는 불가능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지속가능한 대응을 고민해야 할 시점에 놓여있다.

지속가능한 대응의 출발점은 시민의 참여다. 이 교수는 이를 ‘국민적 법적 공감대’로 설명한다. 그는 “법은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만들어진다”며 “시민들이 느끼는 피해의 정도를 포괄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법 규제의 출발점이다”고 말했다.

특히 시민은 방제의 직접적 당사자인 만큼, 관련 법과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입법 과정에서 공청회, 입법예고, 언론 보도 등 다양한 공식적 참여 경로가 존재한다”며 “기회 속에서 의견을 제시하는 시민의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러브버그는 변화하는 도시 생태 속에서 '도시는 이런 변화에 얼마나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를 되묻게 한다. 단순히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방제’에 집중하기보다는, 지속가능한 대응의 뱡향에 대해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