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전국페스타토토대회 대상 이진욱(국악과3) 씨

‘소리는 세상을 거쳐서 나오되 세상에 파묻히지 않는다. 네가 금을 한번 튕길 때 없었던 세상이 새로 빚어지고 거기에 목숨이 실려서 흔들리는 것이다. 가야가 망해 없어져도 소리는 덧없음으로 살아남아서 흔들릴 것이다.’ – 김훈, <현의 노래> 중. 소설 속 구절처럼 여전히 가야금 선율은 울려 퍼진다. 좋은 연주를 위해 애쓰는 가야금 신예들이 있어서다. 제 26회 김해전국가야금경연대회가 지난 3월 25일부터 이틀 간 열렸다. 사상 최대 인원인 198명이 출전한 가운데, 대학부에서 당당히 대상을 거머쥔 이가 있다. 맹연습을 거쳐 대회에 임했다는 이진욱(국악과 3) 씨다.

 

 

맹연습으로 일궈낸 쾌거

 

   
▲ 제 26회 김해전국가야금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진욱(국악과 3) 씨와 지난 4월 15일 미래
자동차공학관에서 만났다.

올해로 26회째를 맞은 김해전국가야금대회는 전국 규모의 대회다. 가야금을 배우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도전을 꿈꾸는 무대다. 대학부에 출전한 이진욱 씨는 3월 25일 열린 예선에서 지정곡인 정악 중광지곡 중 ’하현도드리’와, 산조 중 ’진양조, 자진모리’를 무탈하게 연주했다. 다음날 펼쳐진 결선에서는 ‘산조 전바탕’(산조의 주요 장단을 위주로 줄인 곡)을 15분간 연주해야 했다. “잡념은 버리고 최대한 마음을 비우려고 했던 것 같아요.” 이 씨는 결선 연주 전 당시를 회상했다. “특히 산조에서는 느리게 연주하다가 점점 빨라지는 장단이 있는데 평소에 실수가 많은 부분이라 엄청 집중했죠.” 가야금과 하나가 돼 연주를 즐겼다는 이 씨. 결국 좋은 평가를 받아 대학부 대상을 차지했다.

 

“저는 평소에 유난히 긴장을 많이 하는 타입이에요.” 수상소감을 묻자 이 씨가 꺼낸 첫 마디다. 가야금 연주자에게 지나친 긴장감은 손가락을 굳게 해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1, 2학년 때도 여러 대회에 참가한 경험이 있는 이 씨는 긴장감으로 인해 제 실력을 선보이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때문에 이번 대회 전에는 부담감을 떨쳐내기 위해 끊임없이 연습할 수 밖에 없었다.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늘 연습에 매진했다. “얼마나 깊이 있는 연주를 하는지, 얼마나 자연스러운 소리를 내는지가 중요했죠.” 손가락은 이진욱 씨의 노력을 기억했던 걸까. 결선에서 이 씨는 부담감을 이겨내고 자연스런 연주를 선보였다. “제 연주에 완벽하게 만족할 수는 없어요. 그래도 많은 연습을 통해 긴장감과 부담감을 이겨내고, 연주를 무사히 끝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섬세함 끝에 힘이 있는 연주자


이진욱 씨는 어릴 적부터 꾸준히 피아노를 배웠다. 이때 익힌 음악적 소양을 바탕으로 국악중학교에 입학했다. 부모님의 권유였다. 입학 후 페스타토토을 접했고 그날로 페스타토토의 매력에 푹 빠졌다. 국악고등학교로 진학한 이 씨. 겉보기에는 순탄한 과정이었으나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매일 이어지는 연습 속에서 입시에 대한 부담감과 페스타토토에 대한 염증 사이를 전전긍긍했던 날들이었다.

 

이 씨는 첫 입시에서 고배를 마셨다. 다행히 그에게 재수생활은 낙담과 절망보다 전에 없던 한 줄기의 여유였다고. “학교를 다니지 않으니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았어요. 그래서 재수 초반에는 제가 하는 음악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재학 중에는 입시에 초점을 맞춰 연습했지만, 이 시기를 거치며 악기 자체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는 이 씨다. 악기를 이해하다 보니 죽을 만큼 힘들었던 연습 시간도 오히려 편해졌다. 덕분에 이 씨는 한양대에 입학해 가야금 연주자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 손가락 마디마다 굳은살이 박인 이진욱 씨의 손(좌)과 그가 보고 연습하는 가야금 악보(우).


이 씨는 섬세함이 매력인 가야금 연주자다. 주변 동료들도 그가 매우 섬세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 씨는 “애초에 거친 성격이 아니었지만, 가야금을 배우는 사람 중에 여성의 비율이 높다 보니 더 예민한 성격을 갖게 됐다”고 했다. 또 어릴 적부터 피아노 등 손가락을 많이 쓰는 악기를 다뤄온 덕에 손 끝의 힘이 남다르다.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실린 연주가 가능한 것. 감각적인 손 끝으로 음의 세기에 따른 강약 조절을 예민하게 해낸다.

 

 

페스타토토으로 내 삶에 의미를 새기길


“가야금을 한마디로요? 애증의 존재죠. 연습에 지칠 때나, 언제까지 가야금을 연주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갑자기 밉기도 해요(웃음).” 그래도 가야금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누그러진다는 그다. “가야금 소리가 정말 좋거든요. 대충 들으면 잘 몰라요. 명인들의 소리는 자세히 들을 때 더 빛나요. 깊이가 다르고, 연주에 세월이 녹아 있는 것 같죠.” 오케스트라의 ‘화려함’은 아니지만, 그에 뒤지지 않는 ‘깊이’를 가진 것이 이 씨가 말하는 가야금의 매력이다. 그는 5월에 있을 국악과 춘계공연과, 6월에 있을 동아국악콩쿠르를 다음 목표로 잡고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더 멀게는 지도자의 길, 공연가 등 다양한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아직은 인생에 100퍼센트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이진욱 씨지만, 꿋꿋이 노력하다 보면 막연함이 걷힐 것이라 믿기에 그는 오늘도 가야금을 켠다.

 

   
▲ 울려 퍼지는 가야금 곡조와 함께 삶의 의미를 새겨 나가는 이진욱 씨다.

 

 

글/ 김상연 기자             ksy1442@hanyang.ac.kr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 문하나 기자          onlyoneluna@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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