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강시간이 만들어 낸 따뜻한 기적"
"공강시간이 만들어 낸 따뜻한 기적"
십시일반(十匙一飯). 열 숟가락이 모여 한 그릇의 밥을 만들 수 있다는 말로,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하면 한 사람을 돕기 쉽다는 사자성어다. 이와 동일한 맥락의 뜻을 가진 ‘십시일밥’ 봉사단체가 교내에 탄생했다. '내 공강시간이 누군가의 밥 한끼가 될 수 있다'는 슬로건을 내세우는 이들. 생활비가 부족해 끼니를 거르는 저소득 학생의 한끼 식사를 책임지기 위해 공간시간 동안 교내식당서 아르바이트 봉사를 하고 있는 '십시일밥'을 만났다.
어려운 동기를 위해 '토토사이트 사라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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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일부터 '십시일밥' 학생들은 공강시간을 이용해 한양플라자의 학생식당에서 배식, 식권 판매, 식기 세척 등의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이들이 식당에서 일하고 받는 대가는 돈이 아닌 식권. 5500원~7000원 상당의 이 식권의 주인은 교내 기초생활수급 가정 학생이다. '십시일밥'은 이호영(경영대∙경영 3) 씨의 기획에서 시작됐다. "평소 봉사나 기부를 하면서 든 생각이 ‘연속성이 없다’는 것이었어요. 시간이 있을 때, 여유가 있을 때만 봉사나 기부가 이뤄진다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꼈죠. 그래서 한 학기 동안 고정돼 있는 공간시간을 이용해 먼 곳이 아닌 교내에서 봉사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었어요." 이 모든 조건을 충족시켜 탄생하게 된 '십시일밥'. 왜 하필 식당 아르바이트를 통한 봉사일까. "제가 생각한 봉사 시스템에 충족되기도 했고, 기초수급생활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어요. 이 학생들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하루 10시간은 일하는데, 일하느라 공부할 시간이 부족해 학점은 계속 떨어지고, 취직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 되죠. 그래서 그런 학생들의 소중한 시간을 지켜주고 싶었어요. 10명이 1시간씩 일해주면, 한 학생의 생활비를 벌어주는 셈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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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사려 깊은 취지로 기획된 '십시일밥'. 그러나 실현을 위한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월에 첫 기획을 했던 이 씨는 페이스 북을 통해 '십시일밥'을 함께 이끌어갈 재학생들을 수소문하고, 식당 섭외를 위해 교내 식당을 돌며 한 식당에만 20번 이상을 찾아가는 등 홀로 부단한 노력을 했다. "그 땐 정말 앞길이 불투명해 막연하단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홀로 이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부담감도 있었죠. 하지만 여기서 포기한다면 누군가가 이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에, 힘들었지만 의무감을 갖고 했죠." 이후 '십시일밥'을 함께하게 된 윤영문(경영대∙경영 3), 서현석(인문대∙중문 3) 씨 등과 함께 제휴를 위해 이리저리 발로 뛰어다니며 애썼다. 서 씨는 초반에 우여곡절이 굉장히 많았다고 했다. "교내 여러 식당에 찾아가 협조 부탁을 드릴 때, 많은 식당들이 호의적이진 않았어요. 시작단계라 딱히 보여드릴 만한 결과물도 없었고, 과연 공강시간에 맞게 학생들이 출석을 할지, 숙련성의 문제로 인해 식당에 피해가 되지 않을지 등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많았죠." 주변 친구들의 걱정스러운 시선도 있었다고. "처음에는 친구들이 차라리 돈으로 기부하는 게 낫지 않냐, 교육봉사를 하는 게 더 보람 있지 않냐는 등의 의견이 많았죠. 하지만 저희가 추구한 지속성 있는 봉사를 위해, '십시일밥'의 취지를 알리기 위해서 애썼습니다."
학교∙학생∙식당. 모두를 만족시키다
초반의 역경을 딛고 점차 자리를 잡아간 '십시일밥'. 현재는 학생식당에서 일하며 시스템도 안정적으로 안착되고, 매스컴에도 소개가 될 정도로 유명해졌다. 이 씨는 함께 동참해 준 친구들과, 교수님, 학교의 도움이 굉장히 컸다고 했다. "저희 과 지도교수님인 예종석 교수님께서 저희를 전적으로 믿고 직접 추천서를 써주셨어요. 또 장학복지회에서도 저희의 취지와 진심을 알아봐주시고 협조를 해주셨죠. 이를 통해 한양플라자 학생식당에서 저희를 믿고 일을 맡겨주셨고, 이후에도 학생처, 입학처, 홍보와 지원을 해주시는 등 저희를 위해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학생식당과의 제휴에 성공한 이들은 '십시일밥'을 함께할 인원모집을 위해 페이스북, 플랜카드, 포스터 등 홍보에 열을 가했다고 했다. 인원 모집이 어려울 줄 알았던 이들의 걱정과는 달리 홍보 일주일 만에 60여명의 학생이 '십시일밥'의 문을 두드렸다. 현재는 예비번호까지 배부된 상황이라고. 인력 제한이 있어 현재 31명의 봉사학생들이 학생식당에서 일을 하고 있다. 식당에서 일을 하며 느끼는 어려움은 없을까. "초반에는 미숙해서 식기 세척이 조금 느리긴 했지만, 차츰 적응해가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식권판매를 위해 돈을 거슬러주는 과정에서 늘 손실액이 존재하는데, 아직 일한 기간이 오래되진 않았지만 기존에 알바생을 쓸 때 보다 손실액이 더 적어 칭찬도 받았어요. 진심을 다해 봉사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만에 하나 실수하지 않을까 신경 써가며 일한 덕분이죠. 이로 인해 학생식당에서 일자리를 더 늘려주셨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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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시일밥' 학생들이 평일 1시간 동안의 공간시간을 이용해 번 식권은, 장학복지회를 통해 식권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에게 전달된다. 10월 2일자 이들이 번 100만원 상당의 식권 336장은 기초생활수급 학생들을 위해 학교에 적립됐다. 적립된 식권은 두 달에 한번, 1인당 10장 이상의 식권이 배부된다. 10월 31일에 첫 배부가 실시될 예정. 이 씨는 '십시일밥' 봉사를 통해 학교, 학생, 십시일밥 학생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다는 점에 굉장히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봉사를 하는 저희들도 뿌듯하고, 식권을 받는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되죠. 또 저희가 번 식권이 다시 식당에서 쓰이는 구조이기 때문에 식당 입장에서도 이익이구요.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좋은 취지의 봉사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토토사이트 사라짐'을 통해 느낀 사랑의 실천
현재 10명의 운영진과, 직접 봉사에 참여하는 학생 31명으로 구성된 '십시일밥'. 현재 1기 학생들의 활동이 한창이고, 내년 1학기에 봉사하게 될 2기 학생들을 모집 중이다. 이들은 앞으로 어떤 봉사단체로 자리잡길 바라고 있을까. 운영진으로 활동하고 있는 윤 씨는 '십시일밥'이 우리대학 뿐 만이 아닌 다른 대학에도 이 문화가 자리잡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아직은 초기진행 단계지만, 현재 운영진들이 팀을 짜 가까운 건국대학교, 경희대학교에 '십시일밥'을 퍼뜨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사업계획서와 그 동안의 성과물을 가지고 해당학교 식당과 학생처에 찾아가 말씀 드리는 형식이죠. 앞으로 '십시일밥'을 제대로 시스템화 시켜서, 저희가 졸업하더라도 운영이 지속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요."
초반의 우여곡절도, 온갖 역경을 모두 이기고 지금의 '십시일밥'이 자리잡을 수 있게 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흘렀다. 직접 소매를 걷어 부치고 봉사를 하며 느낀 이들의 소감은 어떨까. 이 씨는 봉사를 통해 땀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단순히 봉사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노동에 대해서 알게 됐어요. 요즘 학생들은 스펙 쌓느라 남을 돌아볼 여유가 없는데, 일하면서 느끼는 성취감을 통해 정신적으로도 성숙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윤 씨는 "초반의 힘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끝까지 노력한 결과로 인해 지금의 자리까지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학생들이 주체적으로 만든 이 봉사를 통해 대학생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기회의 창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운영진 중 한명인 서 씨 또한 활동을 통해 대학생들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고 했다. "초기 운영진들과 함께 인원모집을 위해 포스터를 붙이며 홍보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짧은 시간 동안 정말 많은 것들이 이뤄진 것 같아요. 그 이유는 학생들의 봉사의식이 높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십시일밥'을 통해 사회 전체가 대학생들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긍정적으로 변했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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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화 학생기자 evol41@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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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요진 사진팀장 loadingman@hanyang.ac.kr
조유미 사진기자 lovelym2@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