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수준 ‘p-채널 트랜지스터’ 소자 개발
연구부터 소재·부품·장비 기술특별위원회 민간위원 활동까지
반도체 분야의 메모리, 로직 반도체 소자의 집적도 향상은 개별 트랜지스터 크기가 나노스케일에 도달함에 따라 물리적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 2차원 반도체 소자다. 그러나 현재까지 보고된 전사법, 용액법 등의 공정은 반도체 공정에 적용할 수 없다. 이에 정재경 융합전자공학부 교수팀은 2016년부터 6년간의 연구 끝에 지난달 텔루린 2차원 반도체 소재가 적용된 ‘p-채널 트랜지스터’ 소자를 개발했다.

웨이퍼 레벨에서 2차원 텔루린 채널을 이용한 p-채널 FET 소자는 5V의 낮은 게이트 전압에서도 30 cm2/Vs 이상 전계이동도, 106 수준의 전류 점멸비 등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이는 지금까지 보고된 증착기반 p-채널 FET 소자 특성 기준 세계 최고 성능이다. 또한 제조공정 최대온도가 200도 수준으로 낮기에 실리콘 CPU 위에 3차원 수직 방향으로 집적이 가능하다. 이를 이용해 향후 프로세서와 메모리를 하나의 반도체 칩에 구현하는 ‘모놀리식 3차원 집적소자’도 구현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정 교수는 “다기능, 초저전력을 필요로 하는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활용이 가능할 것이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삼성SDI(현 삼성디스플레이) 중앙연구소에서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삼성에 근무했던 시기부터 그가 가장 많이 연구한 주제는 ‘산화물 반도체’ 다. 그는 2008년 세계 최초 ‘12.1인치 WXGA급 산화물 반도체 기반 AMOLED 노트북 시제품’을 성공적으로 개발했다. 이 공로로 디스플레이 분야 SID 2008 학회에서 ‘Distinguish Paper Award’을 받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투명 p형 산화물 반도체를 연구해오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n형 산화물 반도체’ 성능과 동등 수준을 갖는 p형 소재 개발을 성공하지 못했다. 이에 정 교수는 2016년부터 TaON이라는 새로운 소재를 기반으로 p-채널 산화물 TFT 소자를 개발해보겠다는 도전정신으로 다양한 연구를 지속해오고 있다.

그러나 연구의 시작이었던 2016년부터 4년간 진행됐던 투명 p형 반도체 개발 과제는 그의 예상과 달리 TaON 소재의 재현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근본적인 TFT 소자의 특성 개선을 달성하지 못해 해당 프로젝트는 실패했다. 정 교수는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수행해 왔던 수많은 연구들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무력감, 좌절감의 한계를 느껴야 했다. 그럼에도 그는 해당 연구를 통해 TaON 물질에서 질소 p오비탈 중첩이 p형 특성 발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2019년부터 질소가 아닌 셀레늄, 텔레늄과 같은 원자 크기가 큰 원소에서 찾으려 노력했고, 결국 2020년에 TeO라는 물질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전계 이동도를 갖는 p-채널 TFT 소자 구현을 성공했다.
정 교수는 2019년부터 10월부터 현재까지 소재·부품·장비 기술특별위원회 민간위원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산하 ‘소재·부품·장비 기술 특위’는 2019년 9월에 일본 수출 규제를 계기로 촉발된 반도체, 디스플레이 분야 국내 대기업이 겪을 글로벌 공급망 위기를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신설됐다. 2019년 범부처 협의를 통해 소재·부품·장비 100대 핵심전략품목이 지정됐고, 2022년까지 5조 원 이상의 R&D 투자를 통해 해당 핵심기술 조기 확보를 국가적 차원에서 준비할 예정이다.

4차 산업혁명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인공지능, 5G 통신, 자율주행, AR/VR 등의 신사업을 꽃피울 기반으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의 전략적 중요성은 매우 크다. 정 교수의 반도체나노소자연구실(SNDL)에서는 산업체와 활발한 소통을 바탕으로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차세대 반도체 소자 기술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자 한다. 그는 “연구 과정에서 전문적 식견을 보유한 인재를 양성하고 사회에 배출하는 선순환을 통해 한양대의 발전에 일조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끝으로 정 교수는 한양인들에게 “사회에 진출하고 나서 ‘소확행’도 좋지만, 평생 본인의 일을 즐길 수 있길 바란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