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무순, 세상을 가로질러’에 출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청년 권무순의 이야기

권무순(사학과 09) 씨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무순, 세상을 가로질러(감독 남승석)'가 지난 4월 22일 개봉했다. 20대 대부분은 대학 졸업과 동시에 사회에 진출한다. 이런 평범한 길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청년 권 씨. 영화의 주인공인 권 씨를 만나 조금은 특별했던 그의 20대 시절에 대해 들어봤다.

 

▲ 밴드 활동 시절 기타를 치는 권 씨의 모습. 그는 밴드 활동을 하며 여러 음반을 발행하기도 했다. ⓒ 권무순 동문
▲ 밴드 활동 시절 기타를 치는 권 씨의 모습. 그는 밴드 활동을 하며 여러 음반을 발행하기도 했다. ⓒ 권무순 동문

꿈 많았던 청년 무순

어릴 적부터 음악에 관심이 컸던 권 씨는 중학교 때 기타를 배우며 음악에 대한 꿈을 키웠다. 스무 살이 된 그는 학업에 집중하느라 제대로 하지 못했던 음악 활동에 대한 소망과 함께 한양대에 입학한다. 학부 재학시절 하루에 7-8시간 동안 기타만 친 날도 많았다는 그는 휴학까지 결심할 정도로 음악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코앞으로 다가온 졸업, 그 무렵 권 씨는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고 있었다. 기나긴 고민 끝 대학원 진학을 나중으로 미룬 그는 “공부는 나이를 먹어도 계속할 수 있지만, 음악은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 생각했다”라며 당시 그의 결심을 회상했다. 2015년 졸업 직후 밴드 ‘낮은 지붕’에서 활동을 시작한 그는 현재 ‘바나나우주선’ 밴드에서 지금도 기타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복싱 역시 그에게 빠질 수 없는 수식어다. 취미로 시작한 운동이었지만, 관장님의 권유로 준비하게 된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복싱은 그와 잘 맞았다. 대회 당시를 떠올리며 그는 “그때 우승했더라면 복싱 선수가 됐을지도 모르겠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 지난 2018년 샌드위치 가게에서 일하던 권 씨의 모습. 이곳에서 그는 영화감독 남승석 씨와 만나게 됐다. ⓒ 씨네소파
▲ 지난 2018년 샌드위치 가게에서 일하던 권 씨의 모습. 이곳에서 그는 영화감독 남승석 씨와 만나게 됐다. ⓒ 씨네소파

우연한 만남, 우연한 캐스팅

권 씨가 다큐멘터리 영화에 출연한 계기는 독특했다. 샌드위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하던 당시 영화감독 남승석 씨는 가게의 단골손님이었다. 복싱 시합 중 다친 눈으로 근무하던 그를 보고 남 씨가 불쑥 말을 걸었다. 권 씨의 이야기를 들은 남 씨는 그에게 “20대의 초상화를 그리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며 독립영화 출연을 제의했다.

그가 영화 출연에 응한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재밌을 것 같았다"였다. 사실 일반인이 영화에, 그것도 주인공으로 출연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권 씨는 그만큼 특별하고, 재미있는 추억을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자신의 20대를 영상으로 남긴다는 것 또한 그가 출연을 결정한 이유였다. 그렇게 2018년 5월의 어느 날, 권 씨는 남 씨와의 동행을 시작했다. 아무나 겪을 수 없는 영화 출연이었지만, 권 씨는 자신이 전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고 손사래 쳤다. 영화에 출연한 것이 대단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그는 사람들에게 영화를 보며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 생각해 주기를 부탁했다.

 

▲ 달리기 여행 중 촬영한 장면. 권 씨는 이곳에서의 석양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라 말했다. ⓒ 씨네소파
▲ 달리기 여행 중 촬영한 장면. 권 씨는 이곳에서의 석양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라 말했다. ⓒ 씨네소파

영화의 중심 소재인 달리기 여행에 대해 권 씨는 “결코 영화 촬영을 위해 의도적으로 계획한 여행이 아니었다”라고 밝혔다. 여행의 계기도 그의 20대만큼이나 독특했다. 권 씨는 같이 일하던 친구와 매일 아침 달리기를 하며 반쯤 농담으로 “그냥 뛰는 것보다, 땅끝부터 달려보자’라는 제안을 꺼냈다. 그 말을 들은 친구가 흔쾌히 수락하며 11일 동안 470km의 여정이 막을 올리게 됐다.

여행을 마쳤을 당시 소감에 대해 권 씨는 “정작 여행 직후에는 큰 감흥이 없었다”라며 당시의 심정을 털어냈다. 그랬던 그의 무덤덤함은 시간이 지나며 점차 바뀌게 된다. 권 씨는 “개봉할 영화를 생각하며 자연스럽게 여행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됐다”라며 여행을 통해 자신의 삶을 뒤돌아볼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사실 여행을 떠나기 전, 그는 뚜렷한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끊임없이 자신을 몰아치고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 과정에서 자신과 주변인에게 상처를 주게 됐다는 것이다. 권 씨는 “뒤를 전혀 보지 않고, 앞을 향해 달렸던 것 같다”라며 자신의 마음을 더 굳게 다질 수 있었던 여행이라고 말했다.

 

▲ 권 씨는 실패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후배들에게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다. ⓒ 김도엽 기자
▲ 권 씨는 실패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후배들에게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다. ⓒ 김도엽 기자

무순, 도전을 말하다

다양한 활동으로 20대를 보낸 권 씨에게 도전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예전부터 남들과 다르게 살 것이라 다짐했지만, 쉽지 않았다”라며 그는 누군가 걷지 않았던 길의 고충을 토로했다. 권 씨 또한 “내가 과연 원해서 이 일을 하는지, 치열한 경쟁을 피하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 고민했었다”라며 자신보다 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학생들에게 존경을 표했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도전을 포기하지 않았던 원동력으로 그는 ‘충동’을 언급했다. 충동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 떠올랐을 때 가볍게 넘어가지 않은 것이다. 일상에서 스쳐 지나가는 충동을 놓치지 않음으로써 권 씨는 잊지 못할 20대를 보낼 수 있었다.

현재는 학예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미뤘던 대학원에 진학한 권 씨. 그러나 그는 학업을 핑계로 지금까지 이어왔던 활동들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직업을 꼭 하나만 가져야 할 필요는 없다”며 “음악도 이야기, 복싱도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얘기했다. 이어 "세상을 향한 이야기꾼이 되고 싶다"며 30대의 새로운 여정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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