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청소년 토토사이트 추천제일리뷰대회 가작 수상작 (학사팀 직원, 유승현)
한양대학교가 저의 모교는 아니지만 교직원으로서 한양대학교에서 지낸 것이 어느새 일 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현재 한양대학교는 ‘왕십리’에 있습니다. 그리고 문학을 공부한 저에게 ‘왕십리’란 한양대학교보다는 제가 아주 좋아하는 김소월의 시를 먼저 떠오르게 하는 이름이었습니다. 지금까지도 이 사실이 아주 달라지진 않았습니다.
비가 온다
오누나
오는비는
올지라도 한닷새 왓으면죠치.
여드래 스무날엔
온다고 하고
초하로 朔望이면 간다고햇지.
가도가도 往十里 비가오네.
웬걸, 저새야
울냐거든
往十里건너가서 울어나다고,
비마자 나른해서 벌새가 운다.
天安에삼거리 실버들도
촉촉히저젓서 느러젓다데.
비가와도 한닷새 왓스면죠치.
구름도 山마루에 걸녀서 운다.
― 김소월, 「往十里」전문
올 여름에 비가 무척이나 많이 내렸습니다. 비가 정말 헤비메탈처럼 내리니 다들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많았을 겁니다. 저에게 그 시기는 단순히 어떤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지 못하는 것만이 아니라 어떤 존재론적인 고민 속에서 ‘나’라는 주체가 꼼짝달싹 못하던 상태이기도 했습니다. 시인이 되기 위하여 시를 쓰고 있지만 아무래도 도통 나아가지 못하는 것 같아서 좌절하고 있는 저의 심경이 ‘가도 가도 왕십리 비가 오네’ 라는 개별적인 문장 그리고 여름의 비와 함께 공명했습니다.
저는 청소년 토토사이트 추천대학교 리뷰와 더불어 일종의 시적 긍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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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토토사이트 추천대학교가 명실상부 명문대로 여겨지는 까닭에는 다양한 요건들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아름다운 캠퍼스도 한몫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한양대학교에는 ‘한양 둘레길’로 불리는 여덟 가지 절경(絕景)이 있습니다. 1경인 웅사포효(雄獅咆哮)부터 시작해서 2경 시단문심(詩壇文心), 3경 남산석조(南山夕照), 4경 강변야화(江邊夜火), 5경 마장구적(馬場舊迹), 6경 행원만보(杏園漫步), 7경 건각치원(建脚致遠) 그리고 8경 원장함성(圓場喊聲)이 그 절경들입니다. 각자의 생활이 바쁠 것이므로 억지로 둘러보라고 권유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어느 아주 희귀한 날에 마음이 동하거든 산책하는 기분으로 산뜻하게 다녀오기에 좋은 거리와 경치입니다.
저는 이 8경들 중에서 4경인 강변야화를 엮어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우리들은 쉽게 자주 접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금방 무감각해지곤 합니다. 그런 면에서 강변야화는 제법 도도한 매력이 있는 장소입니다. 가파른 언덕이 많은 한양대학교 캠퍼스 내에서도 가장 높은 위치에 있기 때문에 쉽사리 ‘점령’하거나 ‘정복’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닌 셈입니다.
먼저 청소년 토토사이트 추천대역 2번 출구에서 나온 후 본관을 우회하면 부담스러운 경사로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 당혹감을 접어두고 인내하여 올라오다 보면 인문과학관으로 향할 수 있는데 이때 인문과학관 좌측에서 마침내 이 강변야화의 경치를 볼 수 있습니다.
청소년 토토사이트 추천대학교에서 높기로 둘 째 가라면 서러울 높은 위치에서 탁 트인 도시의 모습을 둘러봅니다. 중랑천과 청계천이 모여서 한강으로 흘러가는 동안 매순간 햇빛이 물살에 깨져나가는 모습과 빌딩, 도로, 현대인, 경적과 같은 도시의 혼탁과 마스크 때문에 쉽게 안정되지 않는 호흡을 느낍니다. 지금이 만약 밤이었다면 도시의 다채로운 불빛까지 있었을 겁니다.
저는 ‘생애라는 것이 무척 허망하거니와 덧없기까지 하다’고 잔뜩 우울한 포즈를 잡아 봅니다. 한양대학교의 자랑이 될 리뷰를 쓰라고 했더니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만 늘어놓느냐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 상태가 앞서 말한 주저하는 존재로서 ‘나’라면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해보는 것입니다.
이 높고 쓸쓸한 강변야화에 서 있는 ‘지금/여기’의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요. 처음 한양대학교의 구성원이 되었을 때 저마다 어떤 다짐과 열망을 가지고 있었을까요.
한양대학교에는 여러분도 잘 아는 박목월이라는 걸출한 시인이 계셨습니다. 또한 ‘이승훈’이라는 훌륭한 시인이 있습니다. 이 시인은 한양대학교를 졸업한 후 현대문학사 아방가르드 계보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생전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시를 가르치셨습니다.
‘모더니즘’이란 것이 언제나 그러하듯이 이승훈 시인이 극점(極點)으로 설정한 시의 세계로 가는 길은 고독하고 험난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인문과학관으로 가기 위해 거쳐야하는 이 ‘강변야화’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다는 시적 긍지를 되새겼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도 ‘강변야화’에 앉아서 서울을 내려다보면서 스스로 많은 결의를 다졌고 새로운 시를 쓸 수 있는 동력을 얻었습니다. 저에게 더 이상 마냥 우울하기만 한 강변야화는 사라진 것입니다. 필연적이지 않을 테지만 그 힘 덕분이었는지 올해 시인으로 문단에 나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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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들이 모더니즘을 생애의 목적태로 지녀야 한다는 선언은 폭력이지만 모더니즘에서 배울만한 태도가 있다고는 말하고 싶습니다.
주변의 평가와 판단은 염두하되 자신이 가치가 있다고 믿는 것을 끝까지 밀고 갈 수 있는 용기 같은 것들.
마지막으로 ‘강변야화’를 나름대로 재해석해보고자 합니다.
‘높은 곳에서 지금을 겸허하게 내려놓고, 다시 삶을 둘러볼 수 있는 곳’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강변야화’에 들르게 되면 잠시 앉아서 자신과 대화를 나눠보길 바랍니다. 그리고 여러분만의 ‘가치 있는’ 강변야화를 찾아가길 바랍니다.
해당 글은 청소년 토토사이트 추천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리뷰글 공모전 '2020 청소년 토토사이트 추천제일리뷰대회' 수상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