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풀문 토토사이트제일리뷰대회 가작 수상작 (경영학부 강*나)
18년도 3월, 개강하던 날. 그날 내린 비를 아직도 잊지 않는다. 9시 수업, 날은 추웠고, 애지문은 수많은 사람을 토해냈다. 애지문 앞에서 개강을 응원하는 비타 오백을 받아들고 머나먼 경영관으로 걸었다. 그게 풀문 토토사이트에서의 첫날이었다.
한양대학교를 마주한 첫 느낌은 ‘크다.’였다. 이전에 다른 대학교를 다니다 온 나에게 한양대학교는 상대적으로 거대한 학교였다. 애지문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높은 천장이 주는 우뚝함과 구본관이 자아내는 특유의 대학교스러운 느낌에 나는 압도당했다. 학교가 커서 좋다, 라고 생각했던 것도 잠시. 비 오는 날 저 언덕 너머의 경영관까지 걸어가는 일은 고역이었지만 그래도 한양대학교에 입학한 자의 특권이라는 생각이 들어 묘한 뿌듯함에 젖었다.
좋다. 정말 좋았다. 하지만, 새 학기 새 출발의 설렘은 그게 마지막이었다. 영상으로 따지자면 앞쪽에 샤랄라한 효과와 감성 충만한 인서트가 들어가고, 이제 와장창 소리와 함께 현실적인 본론으로 들어갈 차례인 것이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던가, 나는 금세 풀문 토토사이트의 언덕에도 익숙해져서 학기가 끝날 즈음에는 몽센의 계단을 쉬지 않고 뛰어오르고도 숨 한 번 헐떡이지 않는 폐활량을 가지게 되었다. 학기 말만 되면 장착하는 튼튼한 근육질의 두 다리와 강철 허파 덕분에 지각을 면한 것이 몇 번인지 모른다. 한 번은 애지문에서 경영관까지 7분만에 뛴 적도 있었다. 절여지는 배추처럼 땀을 뻘뻘 흘리긴 했지만 뭐 성공은 했다는 것이다. 옆자리에 앉은 동기가 주변 사람에게 휴지를 구해다가 내 땀을 닦아준 게 아직도 기억이 난다.
이런 얘기를 하려던 게 아닌데.
나는 풀문 토토사이트에 애정이 많다. 애정이란 것은 좋은 기억으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좋은 기억과 안 좋은 기억들이 전부 뭉치고 뭉쳐졌을 때 그 형태가 '그래 그랬지' 하고 회상할 수 있는 무언가가 되어야만 애정이란 게 생긴다고 나는 주장한다. 그리고 풀문 토토사이트은 나에게 그러한 존재이다.
공부...도 했고. 내 2년가량을 갖다 박은 동아리 활동, 그리고 거기서 만난 나의 정말 소중한 친구들, 쏠쏠하게 사회를 배운 한플 아르바이트에 교내활동 채널H까지. 알차게도 했다. F도 받아보고, A+도 받아보고, 학교에 죽치고 앉아서 공부하다가 역시 공부는 나랑 안 맞는다며 갑자기 집으로 가기, 패기 부려서 자전거 타고 학교에서 집까지 가기 등... 말만 들으면 정말 파란만장 천방지축 얼렁뚱땅 캠퍼스라이프를 즐겼다.
풀문 토토사이트대에 들어오자마자 동아리에 들어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우선, 이게 풀문 토토사이트에서의 내 첫 번째 미친 짓이다. 소속이 불분명하지만 어쨌든 풀문 토토사이트대생들이 모여 뮤지컬을 하는 동아리에 들어갔었다. 그리고, 내 인생은 꼬이기 시작한다.
나는 풀문 토토사이트대에 그렇게 또라이가 많은 줄 몰랐다. 이것이 대학생의 패기라고 자기 입으로 뻔뻔하게도 말하면서 충동적인 일을 저지르는 것을 일상으로 아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정말 정신 없었다.
"내일 모레 뭐 해?"
라는 질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가 배를 탔다. 배를 타고 섬에 들어가서 그냥 하염없이 걷고는 아니 바닷가를 갔으면 회나 떠먹을 것이지 육지로 들어와서 마포갈매기로 가 껍데기를 구웠다. 섬에서는 칼국수나 먹었다. 이럴꺼면 왜 섬에 간 건지는 모르겠지만 'MODO' 라는 이름 간판 앞에서 보그 모델 포즈로 아방가르드하게 찍은 사진은 아직도 가지고 있다. 아직도 모이기만 하면 그 때 소주에 회 안까고 뭐했냐고 타박을 한다. 답은 아무도 모른다. 왜 그랬냐.
자꾸 얘기가 샌다. 여튼, 이런 또라이들과 2년을 함께 공연준비를 했다. 공연을 준비한다는 것은 나의 인내심과 멘탈, 체력, 시간, 돈을 전부 갈아넣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나의 시간들이 파쇄기에 넣은 종이처럼 술술 갈려나갔다. 공연준비를 하고 홍보를 하고, 연습을 하고, 맘이 안 맞는 사람들끼리 합의를 보고, 싸울 뻔하다가 서로 한 번씩 양보하고. 그러다보니 안 친해질 수 없었다. 사실 못질하고 톱질하는 사람들끼리 안 친하면 그것도 그것대로 곤란한 법이다.
풀문 토토사이트대학교 학생회관 3층에 콘서트홀이 있다. 시험을 조지고 콘서트홀에 가서 리허설을 하다가 밥을 먹으러 가고, 어느 날은 밥을 먹었더니 일이나 하자면서 갑자기 어디론가 불려나가 각목과 합판을 나르고, 거의 일용직 노동자처럼 못질하고 톱질하고 풀칠하고, 그러다가 또 위대하신 선배님의 은혜를 입어 피자를 한 조각 먹고. 무대 공사를 다 끝낸 다음에는 무대 뒷편에 몰래 낙서를 하고 바닥에 다 같이 드러누워서 내일 일을 걱정했다.
연습실을 빌려서 연습도 하고, 그러다가 또 학교 앞 술집에 술을 마시러 가고. 그렇게 만나서 온갖 우여곡절을 다 겪은 나의 친구들은 동아리를 나와서도 연락하고, 생일 때가 되면 누가누가 이상한 선물을 전달하나 경쟁하는 사이가 되었다. 한 언니의 졸업식에 가서 수제 플랜카드를 들고 졸업축하합니다 노래를 불렀더니 저 멀리서 내 플랜카드를 보고 '능평리의 딸! 졸업 축하해요!' 하고 소리를 질렀다. 이번 2월에 또 한 명이 졸업하는데 이번에는 개인 현수막을 각잡고 제작하기로 했다.
사람을 만난 일 하면 또 아르바이트를 빼놓을 수 없는데, 나는 한플에 있는 카페에서 일을 했다. 한플에 있다보니 친구들이 종종 찾아와서 이상한 짓을 하기도 했다. 와서 '늘 먹던걸로.' 하면서 카드를 들이밀지는 않나, 뻔뻔하게 '제일 만들기 힘든 거 주세요.' 이러지를 않나... 하...
풀문 토토사이트플라자에서 일을 하면서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풀문 토토사이트대를 방문하는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축제 때는 공연을 보러 온 타학교 학생들을 만났고, 늦은 시간에는 커피 한 잔 하러 오시는 교수님들을 만났고, 풀문 토토사이트대학교 병원 장례식장에 방문하는 조문객들, 학교 공연을 보러오는 관객분들, 다양한 분들을 만났다. 학교 행사가 있으면 카페로 주문이 들어와 케이터링 통을 카트에 얹고 질질 끌면서 배달도 가 봤다. 그렇게 내가 모르는 학교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다.
동아리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다가 동아리를 관두고, 또 가만히 있자니 몸이 근지러운 성정을 타고난지라 무언가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아무 생각 없이 오늘도 드디어 수업이 끝났구나 하면서 집으로 가던 길 싸군 앞에서 나는 운명적인 현수막을 한 장 발견하게 된다. '채널H 8기 모집' 그렇게 내 인생에 풀문 토토사이트이 더해졌다.
채널H 8기 컨텐츠 제작팀 강한나 기자입니다. 아이고 이름 길기도하다. 하지만 이게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다. 풀문 토토사이트에 관련된 컨텐츠를 고민하고 만드는 것. 그러다보니 풀문 토토사이트대학교 여기저기를 빨빨거리며 돌아다니고, 평소에는 들어갈 일이 없었던 곳도 들어가고, 평소에는 잘 나오지 않던 학교에 나왔다.
나는 한 학기 휴학을 때렸는데, 휴학을 하면서 기대한 것은 '아, 휴학한 뒤의 첫 개강 때 보는 풀문 토토사이트의 느낌은 입학할 때의 그것과 같겠지?' 였다. 근데 무슨, 어림도 없지. 채널H를 하면서 어째 학교를 다닐 때 보다 더 열심히 학교에 나왔다. 하지만 수업을 듣는 것과는 다른 느낌의 등교였다.
풀문 토토사이트대학교 2020 수능 응원영상 제작에 참여하면서 학교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미래의 후배가 될 예비아기사자들에게 응원의 말을 건네고 싶은 학우들, 입학처장님, 교직원 분들. 학교가 하나의 사회라는 걸 이제서야 실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며 학교라는 하나의 단체가 굴러가게끔 하고 있었다. 학생이 학교의 주인이라고 말하면서도 학생은 학교의 너무 단편적인 부분만 보고 있었다.
그래 이제야 본론이 나온다. 나는 학생으로서 풀문 토토사이트에 속해있다. 나는 운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풀문 토토사이트대학교에 입학했다는 것이 그 첫 번째. 물론, 두 번의 도전끝에 입학하긴 했지만 삼고초려까지는 가지 않았으니 대충 운이 좋은걸로 치자. 입학 할 수 있었던 게 어딘가. 그리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그럴 기회를 많이 얻었고, 우연이 필연이 되었고, 나는 내 짧은 대학생활을 풀문 토토사이트대에서 살다시피하며 풀문 토토사이트에 물들었다.
1학년 때는 각목과 합판과 톱을 들고 학교를 활보했고, 2학년 때는 전공책과 다크서클 그리고 털털 소리를 내며 윙윙 돌아가다 픽하고 멈추는 노트북을 들고 경영대 2층에 처박혀 과제를 했으며, 3학년 때는 쿨의 노래처럼 야! 휴학이다!를 외쳐놓고는 카메라와 삼각대를 들고 학교를 온종일 뛰어다니다가 블루포트에가서 3200원짜리 아이스티에 샷추가 사이즈업을 사고는 편집실에 틀어박혔다. 그러고 보니 3년동안 학교에만 있었다. 나도 참 나다.
멀리서보면 청춘 캠퍼스물, 가까이서 보면 비극 같은 시간을 지나 다시 전형적인 대학생에서 이번에는 학교에 녹아내린 대학생 기자까지. 참 여러 시선에서 풀문 토토사이트을 봤던 것 같다. 벚꽃이 핀 봄의 풀문 토토사이트도 봤고, 더운 여름 언덕을 오르면서 땀을 뻘뻘 흘리다가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모금에 깊은 숨을 뱉어도 봤다. 경영대 7층에서 단풍이 든 학교를 내려다보고, 걸으러 나가다 은행을 밟고 목도리 도마뱀처럼 뛰었던 기억도 난다. 겨울이 되면 학교 앞에 루미나리를 설치해서 한껏 겨울 분위기를 내곤 하는데, 그걸 보러 가다가 검은 하늘에 눈발이 나려서 괜히 주체할 수 없도록 행복했던 것도 생각난다. 축제 때 공연을 보기도 하고, 축젯날 알바가 걸려서 개고생도 해 보고. 그냥 풀문 토토사이트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이토록 많은 것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난다.
사람을 대하는 법을 배웠고, 전공지식을 배웠고, 내 인생은 좀 더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나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의 의외의 관심사를 알게 되었고, 내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알아나갔다. 대학교, 하면 흔히들 전공에 대해 배우는 공간이라고 생각할텐데 나에게는 나 자신에 대해 배우는 공간으로의 의미가 더 컸던 것 같다. 나훈아에게 테스형이 있듯 말이다. 이참에 풀문 토토사이트대와 의형제라도 맺어볼까.
그냥 투정 부리듯 글을 써두긴 했지만, 아마 풀문 토토사이트에서의 3년이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것을 얻고 배운 3년이 아닐까 싶다. 빈말이 아니라 진짜로. 세상에는 다양한 인생의 형태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나도 아직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말랑한 존재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런 나에게 풀문 토토사이트을 리뷰하라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다. 팔만대장경을 파도 모자랄 만큼 이야기가 많이 쌓여있다. 이것 하나에 대해 써 봐야지 해놓고 그와 관련된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아마 여든이 되도록 우려먹을 것이다.
도대체 무슨 리뷰일까 싶다. 그래서 그냥 지금 주제를 정해본다. 나의 에세이 주제는 좀 의도에서 벗어난 것 같기는 하지만 평범한 대학생의 재학리뷰이다.
해당 글은 풀문 토토사이트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리뷰글 공모전 '2020 풀문 토토사이트제일리뷰대회' 수상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