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지문에 찾아온 '일곱 번의 목요일'
"문화 행사를 통해 여러분 학교생활에 쉼표가 되고 싶어요"
최근 독립영화로서는 이례적인 인기를 끈 영화 ‘족구왕’. 그저 족구가 ‘재미있어’ 공을 차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라는 선배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족구장 건립 서명운동에 열을 올린다. 우리대학도 한때는 그랬다. 소리치며 족구 하는 학생들의 열정을 교수들도 그러려니 이해했다고. 팍팍해진 사회에서 학생들의 열정은 족구에서 취업으로 옮겨갔고 더 이상 캠퍼스에서 학생들의 함성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대신 여기저기 들리는 공사소음이 더 익숙해진 지 오래다. 공사소음 대신 음악소리가 들렸으면, 그 음악소리에 열광하는 함성소리가 다시 들렸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목요일 밤, 애지문 계단에서 ‘일곱 번의 목요일’이 시작됐다.
목요일 밤, 일곱번의 감성충전
![]() |
과거 정문이 없어지기 전, 우리대학에는 ‘열한 번의 목요일’이라는 문화행사가 있었다. 정문 앞에서 매주 목요일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춤을 추기도 했다. 세월이 지나 정문이 없어지고, 대학가의 흥건했던 낭만이 말라버린 지금, 그 때의 문화행사가 ‘일곱 번의 목요일’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일곱 번의 목요일’은 지난 9월 11일부터 진행하는 문화행사로, 이번 학기 동안 시험기간이나 휴일을 제외한 매주 목요일 밤 6시 애지문 계단에서 진행한다. 매 공연 마다 그 시기에 맞는 주제와 테마가 있다. 가을, 사랑, 청춘처럼 대학생이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주제아래 우리대학 학생들이 직접 무대에 오른다.
공연 시간은 한 시간 남짓, 세네 팀이 3곡 정도의 곡을 부른다. 노래를 부르는 팀, 악기를 연주하는 팀도 있다. 공연장르의 제약은 없다. 관객은 하교길 학생들이 대부분이지만 머리가 희끗한 신사도 보인다. 입장료도 없고 정해진 좌석도 없지만 공연을 하는 이도, 즐기는 이도 모두 즐거워 보인다. 지난 9월 25일에 열린 두 번째 공연에 참가한 남궁훈(공과대·기계 4) 씨는 어쿠스틱 기타로 핑거스타일 공연을 선보였다. “언젠가 무대에 서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그 동안 연습을 열심히 했어요. 말 대신 연주로 관객들과 소통하며, 제가 좋아하는 곡들을 공유할 수 있어서 너무 기뻤어요.”
이를 준비한 이들은 한양 브랜드 서포터즈 2기로 활동 중인 허은미(사범대·응용미술교육 4), 조예림(공과대·융합전자 2), 정송주(생활대·의류 1) 씨다. 한양 브랜드 서포터즈는 재학생이나 일반인들에게 우리대학의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해 활동하는 학생들이다. 그 곳에서 만나 팀을 이룬 세 사람은 우리대학의 문화행사 부흥을 위해 ‘일곱 번의 목요일’을 준비했다. 조 씨는 “우리대학은 다른 대학에 비해 문화를 즐길 수 있는 행사나 공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며 “재학생들에게 문화행사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이번 버스킹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열 한번의 목요일’을 정문에서 진행했던 것처럼 ‘일곱번의 목요일’ 또한 우리대학 학생들이 가장 많이 애용하는 애지문 한 쪽 계단에서 진행한다. 목요일 하교길 한 쪽 계단에 설치된 무대를 보고 당황한 학생들도 있었을 것이다. 허 씨는 “애지문이 가장 많은 학생들이 오가는 곳이기 때문에 학생들도 관람하기 좋을 것이라 생각해 관제팀의 허락을 받고 공연 장소로 정했다”며 “조금 불편하시더라도 양해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 |
당신의 열정에 감동하다
처음 아이디어를 내고 행사를 시작하기 까지 한 달이 넘는 준비기간이 필요했다. 세 사람은 공연과 관련된 경험도 전무했고 관련 전공을 공부하는 학생도 아니었기 때문. 음악 공연에 필요한 장비는 총학생회와 협력하여 준비하긴 했지만 이를 설치하고 공연을 준비하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조 씨는 “첫 공연 때 장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직접 다 설치하고 무대를 준비했다”며 “바람 때문에 무너지기도 해 무대에 서주신 분들께 미안했다”고 말했다. 정 씨는 “우리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부족할 수 밖에 없었지만 두 번째 공연 때는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 |
공연팀 섭외도 쉽지 않았다. 페이스북이나 지인을 통해서만 홍보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공연 전 겨우 라인업을 채웠다. 하지만 두 번의 공연이 펼쳐진 지금, 많은 관심 속에 신청자도 늘었고, 공연을 관람하는 학생들도 늘었다. 공연 참가자에 대한 특별한 조건은 없다. 정 씨는 “우리대학 학생으로서 버스킹 공연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분이라면 언제나 환영”이라고 말했다. 반드시 노래를 부르거나 음악공연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일곱번의 목요일’은 종합적인 문화행사로 자리잡는 것이 목표다. 공연에서 시를 낭송하기도 했고 클라리넷이라는 생소한 악기를 연주하기도 했다. 이처럼 자주 접하기 힘든 무대가 더 많이 펼쳐졌으면 하는 것이 세 사람의 바람이다.
이제 막 두 번의 공연이 열렸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는 공연이 있었을 것. “저희 무대가 크고 화려한 것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굉장히 초라할 수도 있거든요. 그런데 무대에 참가해주신 분 중에 공연준비도 정말 열심히 하시고, 자신한테 이런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연신 너무 감사하다고 말씀한 분이 계셨어요. 오히려 저희가 감사한데 말이죠. 그 분을 보고 이렇게 무대에 서는 사람의 열정을 더 많은 관객들이 즐기고 느낄 수 있도록 저희가 더 열심히 준비해야겠다 다짐했어요.(송주)”
일회성 행사가 아닌 문화로 자리 잡길
정신 없이 지나가는 하루가 모여, 일주일이 지나고 달력이 넘어가 계절이 바뀐다. 시험기간, 밤을 지새워 책을 넘기는 동안 성큼 다가온 가을은 살랑살랑 가슴을 간질인다. 저리는 가슴을 보듬어 주고 싶지만 삭막한 캠퍼스엔 가을 바람만 멍하니 불 뿐이다. ‘그냥 내가 왠지 싫은’ 목요일, ‘일곱번의 목요일’은 학생들에게 어떤 존재이고 싶을까. “애지문 계단 한 쪽에서 시작한 작은 ‘일곱 번의 목요일’이지만 우리대학에 더 많은 문화행사가 생기고 발전하는 시작이 되었으면 좋겠어요.”(송주) “학생들도 분명 취업준비, 학점관리, 어학시험 등에 이리저리 치이는 와중에도 문화생활을 즐기고 싶어 할 것 같아요. ‘일곱 번의 목요일’이 학생들의 바쁜 일상 속에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쉼표가 되어주고 싶어요.(은미)”
![]() |
박종관 학생기자 pjkko@hanyang.ac.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권요진 사진팀장 loadingman@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