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 토토사이트 털림(사회대·관광)
"글로벌 에티켓이 정착되는 과정을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해"
‘칭진(请进 어서 오세요)’, ‘라이라이(來來: 이리 오세요)’. 요즘 서울 주요 관광지와 쇼핑가에서는 중국인 관광객이 대세다. 우리는 그들을 ‘요우커(游客)’라고 부른다. 지난 1일부터 일주일 간 이어진 중국 국경절을 맞아 약 16만 명의 ‘요우커’가 우리나라를 찾았다. 그들 손에 가득한 쇼핑백 안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쁜 아우성과 우려의 목소리가 혼재해 있었다. 요우커 특수는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을까. 이훈 교수(사회대·관광)와 함께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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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우커’의 늘어나는 발걸음, 환호하는 한국경제
한국관광산업은 관광 상품 개발을 넘어서 관광 상품 수출 단계에 이르렀다. 케이팝(K-POP), 케이드라마(K-Drama) 등이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한국관광공사, 그리고 각 지자체 등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 이와 더불어 중국의 가파른 경제 성장, 우리나라의 비자 완화 정책 등이 중국인들의 한국 방문을 부추기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한국을 찾은 요우커는 2012년 283만 명, 2013년 432만 명, 올해 8월 기준 411만 명이다. 실제 요우커가 우리나라에서 지출한 금액은 지난해 평균적으로 약 229만 원. 또 산업연구원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요우커들이 가져온 경제효과는 총 7조 6000억 원이며, 그들과 관련된 약 24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찾는 주된 목적은 쇼핑이다. 우리나라 면세점 서비스 산업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다. 면세점 매출이 전 세계에서 1위라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훈 교수는 면세점의 신뢰도가 높은 것을 경쟁력으로 꼽았다. “유통에 상당한 노하우를 갖춘 기업이 있기 때문에 유명한 제품을 저렴하게 들여오는 것이 가능하다”며 “외국 명품을 우리나라에서 구입한다는 자체로도 경쟁력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잘 갖춰진 마일리지 서비스 등이 외국인들의 이목을 끈다. 내국인은 구매한도가 600달러인데 반해 외국인은 무제한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다. 또 한류 마케팅의 일종으로 가수들과 연예인들을 앞세워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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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 속에도 맹점은 있는 법
한국관광공사 추산 최근 3년간 한국을 두 번 이상 방문한 요우커는 약 30% 정도다. 이는 중국인 10명 중 3명만이 우리나라를 다시 찾았다는 것이다. 이에 발맞춰 여러 언론사들은 우리나라 관광에 대한 걱정스러운 기사를 연이어 보도했다. 실제 인천공항에서 만난 중국인 대부분은 쇼핑을 위해 방문할 뿐,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이나 특정 관광지를 언급하는 경우는 극소수였단다. 더불어 여행 목적으로 방문했지만 볼거리가 없어 쇼핑으로 시간을 때운 관광객의 경우도 있었다. 양손에 면세점 봉투와 캐리어를 가지고 떠나는 요우커의 뒷모습에는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와 함께 아쉬움도 담겨 있는 셈이다. ‘요우커 특수’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계속해서 그들을 이끌만한 관광 요소들을 발굴해야 한다. 먼저 서울, 부산, 제주도에 치우친 우리나라 관광 형태를 전국으로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고안해야 한다. 현재 외래 관광객들 중 80%가 서울권 중심으로 관광을 하고 있다. ‘요우커 특수’도 지역별로 편차가 심했다. 국경일을 맞아 유입된 약 16만 명의 중국인 중 전남∙광주 지역을 찾은 수는 천여 명에 그쳤다. 광주시가 추진하는 ‘중국과 친해지기’ 프로젝트’도 ‘빛 좋은 개살구’ 신세를 면치 못했다는 평가도 들린다. 이훈 교수는 “앞으로 중국인들이 지금처럼 지속적으로 쇼핑에 많은 돈을 쓸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며 “앞으로는 한국의 숨겨진 모습들로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우리나라 단골손님’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쇼핑을 해도 홍콩이나 다른 나라는 독특한 분위기나 자유로움, 야경 등이 있지만 우리나라엔 그런 특색이 부족하다다고 전해진는 것이 중론이다. 단체 관광객들이 지역 고유문화보다 쇼핑에 더 관심을 기울이면서, 특색 있는 문화 공간들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걱정도 있다. 이 밖에도 중국인들은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화교가 운영하는 시설을 주로 찾기도, 부당한 택시 요금을 내기도 한다. 또 몇몇 국내 여행사들의 횡포도 요우커들을 괴롭히고 있다. 웃돈을 주고 중국인을 데리고 오는 ‘덤핑 관광’이 성행하기 때문.
이훈 교수는 “여행사들은 자사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쇼핑에 많은 일정을 배정하기 때문에 요우커들의 불만이 생기는 것”이라며 “한국여행업협회의 주도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규제방안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불합리한 저가 덤핑 관광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중국전담여행사에 대한 갱신제를 시행하고, 기준 미달 여행사는 중국단체관광객유치 전담여행사 지정 취소 등 부실여행사 퇴출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우리가 한 발 앞서 그들을 위한 준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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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 교수는 “우리나라로 관광객을 이끌 내실 있는 요소들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 교수는 ‘감동을 줄 수 있는 여행’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관광객들이 현지에서 사람을 통해 얻는 ‘정’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중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 모두에게 친절해야 하고 그들이 정을 느낄 수 있도록 우리가 먼저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를 찾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고, 어떤 문화를 가지고 있는지 우리가 먼저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인들은 아직 우리나라보다 비교적 해외여행 경험이 적다. 이는 아직 글로벌에티켓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나라도 국제화가 이뤄지기 전에는 방콕에 방문해 보따리장수처럼 쇼핑을 하기도, 기내에서 신발을 벗기도 했다. 현재 중국인들은 국제화를 겪는 과정 속에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해가 필요하다.
이훈 교수는 우리나라 관광 산업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이 교수는 “한국의 관광산업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며 “역사와 전통을 살린 관광상품, 지역축제 체험관광 등에서 아직 관광객들에게 선보이지 못한 요소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과 같은 같은 대기업이 관광분야에서 나올 수도 있다”며”우리나라를 이끌 인재들이 관광산업에 관심을 가지고 우리나라의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슬옹 학생기자 kjkj3468@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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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지 사진기자 jk618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