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인당 평균 서울캠퍼스 7.4권, ERICA캠퍼스 7.1권 대출
한양인 독서실태와 새해 독서프로그램
시카고 대학교의 5대 총장 로버트허친스(Hutchins)는 전교생에게 특별한 지시를 했다. 졸업 때까지 동서양 인문 고전 100선을 의무적으로 읽도록 한 것. ‘시카고 플랜’이라 불리는 이 프로그램으로 시카고 대학교는 ‘3류 대학’에서 85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낸 ‘일류대학’으로 발돋움했다. 우리대학도 ‘리더(Reader)가 리더(Leader)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적극적인 독서를 장려했다. 지난 한 해, 한양인의 독서생활은 어땠을까.
서울캠퍼스 7.4권, ERICA캠퍼스 7.1권 기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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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캠퍼스는 작년 한해 동안 총16만3403여 건의 대출횟수를 기록했다.(학부생 기준) 1인당 평균 7.4권을 빌렸다. 한 달에 0.6권 수준이다. 한국정책방송에서 조사한 전국 대학생 한달 평균 독서량이 1권 미만이라는 점과 비교해 비슷한 수치다.
서울캠퍼스 최다대출목록은 대부분 인문학 도서가 차지했다. 가장 많은 대출횟수를 기록한 책은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가 총 213회. 이어 ‘정의란 무엇인가(마이클 샌델 저, 199회)’, ‘나쁜 사마리아인들(장하준 저, 130회)’, ‘지식의 미술관(이주헌 저, 127권)’, ‘설득의 심리학(로버트치알디니 저, 113권)’ 순이다.
ERICA캠퍼스는 총 9만5779권을 대출했다.(학부생 기준) 한해 동안 1인당 평균으로 따져 7.1권. 한 달에 약 0.6권 수준이다. 대학원생의 경우 행정 상 통합돼 있어 서울캠퍼스와 ERICA캠퍼스의 데이터를 함께 산출한다. 대학원생은 총 8만9780여 건 대출했다. 1인당 평균 14.6권이다. 매달 1.21권으로 학부생과 비교해 소폭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ERICA캠퍼스 최다대출목록에는 실용서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가장 많은 대출순위를 기록한 책은 ‘해커스토익 실전 1000제: Reading: 해설집’(94회). 이어 ‘아프니까 청춘이다(김난도 저, 84회)’, ‘빅픽처(더글라스 케네디 저, 76회)’, ‘일반물리학 실험(한앙대 물리교재연구실 저, 76회)’, ‘거시경제학(그레고리멘큐 저, 75회)’ 순이다.
독서왕을 찾아라
대학원, 학부, 교직원 집단에서 지난해 가장 도서를 많이 대출한 3명의 한양인을 만나봤다. 김소희(문화인류대학원 석사과정) 씨, 강희준(음대·성악 1) 씨, 정주현(대외협력처·대외협력팀) 직원이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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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해, 책을 어느 정도 빌렸는지. 주로 어떤 분야의 책을 읽었나.
김소희: 작년 한해 동안 266권의 책을 빌렸어요. 가장 많은 도서를 대출했다고 하는데, 사실 이 이야기를 듣고 놀랐습니다. 논문준비를 위해 오키나와를 다녀오느라 4개월 정도는 도서관 이용을 하지 못했거든요. 논문준비를 하느라 도서관을 많이 다녔었는데 이 노력의 결실이 아닌가 싶습니다. 평소에는 감동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이라면 장르를 가리지는 않아요. 하지만 지금은 논문을 쓰는 중이라서 전공과 관련된 인문과학 서적을 주로 읽고 있습니다. 마음이 답답할 때는 자기위로를 위해 ‘긍점심리학’과 관련된 책을 읽기도 하고요.
강희준: 153번 정도 도서관 대출 서비스를 이용했어요. 음대도서관에서 주로 음반을 많이 빌렸습니다. 제가 주로 듣는 오페라곡과 가곡은 문학작품에서 유래했습니다. 그래서 곡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 관련된 문학도서를 빌리기도 합니다.
정주현: 5년동안 424권을 빌렸으니, 연간 85권 정도 대출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독서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 꾸준히 책을 빌리고 있습니다. 한 달 기준으로 도서계획을 세웁니다. 도스토예프스키처럼 특정 작가를 선정해서 선정한 작가의 도서 5권, 도서관에 도착한 신작도서와 추천도서 5권을 선정해 매달 10권씩 읽고 있습니다. 인문,사회계열 도서에서 시작해 요즘에는 경영학이나 디자인, 건축분야의 도서까지 범위를 넓혀 도전하고 있습니다.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었던 본인만의 비결이 있다면.
김소희: 책을 의무적으로 읽으면 부담스럽고 무엇보다도 재미가 없어요.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 제일 좋죠. 어렸을 때 다양한 문학작품을 접하면서 책이 주는 즐거움에 눈을 떴습니다. 등장인물들에게 감정이입이 되면 자연스럽게 깊게 사색을 하면서 읽게 됩니다. 그리고 진한 감동은 또 다른 책으로 이어지고요. 그렇게 지속적으로 많은 책들을 읽다보니 자연스럽게 ‘문장’을 이해하는 능력과 속독능력이 길러졌습니다.
직접 체험한 독서의 장점은 무엇인가.
정주현: 최종면접 때, 전날 책에서 봤던 내용이 나왔어요. 사형제도에 관한 책을 읽었었는데, 면접문제가 사형제도 존폐에 관한 것이더라고요. 그 책을 보지 않았다면 지금의 자리에 합격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이런 경험은 우연이 일치이지만 독서에서 얻은 지식이 도움이 된다는 것은 분명해요.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직접적으로 도움을 받고 있어요. 문서작성, 프로젝트 기획 과정에서 독서량이 적은 사람과 명백하게 비교되죠. 또한 생각의 범위가 넓어져요. 사람을 만났을 때, 대화의 소재가 많다는 것은 본인의 교양이 뛰어나다는 것뿐 아니라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책읽기를 어려워하는 한양인에게 노하우를 전한다면.
김소희: 어떤 책이 저를 매료시키면 그 책을 다 읽고 나서 볼펜과 노트를 준비해서 인상 깊은 구절을 노트에 적어가면서 다시 읽습니다. 책에 관한 자세한 정보와 읽은 날짜, 그 구절이 수록된 페이지 수를 적고, 그 구절에 대한 저의 생각을 같이 적기도 합니다. 나중에 그 노트를 다시 들여다보면서 그때의 느낌을 되새겨보곤 하는데, 뭐라고 콕 집어서 표현하기 힘든 애틋함과 짜릿함이 있습니다.
강희준: 도서관을 자주 가는 것도 방법이 됩니다. 도서관에 가서 앉아있다 보면 책과 음반에 끌려 저도 모르게 스마트폰을 내려놓게 돼요. 음악과 문학에 빠져있는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면 자신도 모르게 분위기에 휩쓸려 서가로 다가가게 되죠.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마음에 드는 음반부터 도전해보세요.
정주현: 강박관념을 가지고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대가 달라졌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는 늘어났죠. 많은 분들이 전자기기를 익숙하게 다루면서 다양한 읽을 거리를 접하고 있습니다. 종이 책이 아니더라도 이에 준하는 정보를 얻을 곳이 있어야 합니다. 의미없는 웹서핑이나 과도한 게임보다는 책 읽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본인의 행동패턴을 잘 분석해보고 시간낭비를 하고 있다면 대안을 꼭 찾아보세요. 그 대안이 책이 된다면 가장 좋을테고요.
2014년에도 책 향기 나는 한양을
서울캠퍼스는 지난 한해 동안 ‘독서대축제(기사보기)’라는 이름으로 명사초청강연, 도서 나눔 한마당, 명저의 고향 답사(기사보기), 독서골든벨(기사보기) 등을 개최해 왔다. 올해도 이 행사들은 새로운 책과 저자와 함께 할 예정이다. 행사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시기별로 백남학술정보관 홈페이지 공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올해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제도가 있다. HY reader 인증제(가제)다. 우리대학에서 제공하는 독서행사 참여를 마일리지로 전환해 한눈에 독서활동을 확인 할 수 있는 제도다. 교육(Curriculum), 시상(Contest), 단체활동(Club), 강연(Concert)의 네 분야를 통합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교육부문에는 HELP과정, 시상에는 독서골든벨과 토론대회, 단체활동에는 명저의 고향답사, 강연에는 북콘서트 등이 포함된다. 백남학술정보관뿐 아니라 우리대학 서울캠퍼스 각종 센터의 독서프로그램이 모두 포함돼 있다. 이 제도는 2015년 2월에 졸업하는 학생들부터 적용된다. 자세한 사항은 올해 봄학기에 학생들에게 알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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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ICA캠퍼스는 독서포럼, 책곳간 특강(판도라토토보기), 책속으로 여행, 독서멘토링 프로그램들을 학생들에게 제공해왔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다양한 소규모 집단 프로그램을 개설할 예정이다. 행사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시기별로 ERICA 학술정보관 홈페이지 공지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새해를 맞아 새롭게 시작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RnL과 독서저술 프로젝트. RnL은 Reading & Leading의 약자로, 지난해부터 시작했던 책곳간 프로그램의 교과목 형태다. 책곳간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싶었지만, 시간에 쫓겨 섣불리 신청하지 못했던 학생들을 위해 1학점 과목으로 제공한다. 강좌당 15명 씩 10과목이 개설된다. 기본적인 프로그램 운영은 기존의 책곳간 프로그램과 동일하다. 학기 말에 평가를 위한 시험이나 과제가 추가된다. 책곳간 프로그램은 비교과로도 운영되니 상황에 따라 골라 들을 수 있다.
독서저술 프로젝트에서는 학생이 토론과 책 저술에 직접 참가할 수 있다. 교육소프트웨어 기업 ‘스마트에듀’ 고평석 대표와 함께한다. 고 대표는 한국경제TV 채널에서 2년동안 토론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이때의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학생들과 함께 토론하는 일종의 재능기부다. 1년 간 한국사를 되짚어보고 관련 도서를 읽으며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듬해는 닦은 기본기를 바탕으로 참가학생들이 공동으로 책을 집필한다. 정원은 10명이고, 현재 홈페이지(홈페이지 바로가기)에서 신청을 받고 있다.
ERICA 학술정보관장 문준연 교수(경상대·경영)는 독서 프로그램을 통해 책 읽는 습관을 만들길 바란다고 전했다. 문 교수는 “요즘 학생들은 SNS에 짧은 글을 쓰는 것 외에는 생각하며 쓰지 않고 있다”며 “자기 생각을 하고 쓸 수 있는 능력은 독서를 통해 키울 수 있다”고 독서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중, 고등학교 시절 이름만 들어봤던 문학작품들은 대학 졸업하기 전에 모두 섭렵하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전했다.
홍윤지 학생기자 yj091@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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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슬옹 학생기자 kjkj3468@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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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사진기자 ssamstar@hanyang.ac.kr
박보민 사진기자 marie91@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