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롤 스포츠토토 총리가 지난 8일 취임 341일 만에 퇴임 의사를 밝히며 롤 스포츠토토 정계에 격변이 예고됐다. 공식적인 퇴임 이유는 올해 7월 참의원 선거를 비롯해 중의원 선거, 도쿄도 의회 선거까지 세 차례 연속된 선거 패배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자민당을 둘러싼 비자금 스캔들, 고물가로 인한 민심 이반, 지지부진한 정치 개혁 등 구조적인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일본의 총리가 1년도 채 되지 않아 사임하는 것이 이례적인 일은 아니지만, 최근 이재명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 한일 관계 개선에 시동을 걸었던 이시바 총리의 퇴진은 한국 외교에도 적잖은 파장을 예고한다. 이에 윤성원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견해를 들어봤다.

차기 총리 자리를 놓고는 ‘여자 아베’로 불리는 다카이치 사나에와 전 총리 고이즈미 준이치로의 아들인 고이즈미 신지로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다카이치는 지난해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1차 투표 1위를 기록하며 당내 뚜렷한 지지 기반을 확인한 바 있다. 특히 옛 아베파를 포함한 강경 보수 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어, 최근 많은 보수 유권자가 극우 정당으로 이동한 만큼 이들을 다시 끌어올 적임자로 주목받고 있다. 

반면 고이즈미 신지로는 젊고 대중적인 이미지로 개혁과 세대교체를 기대하는 층의 지지를 받는다. 고이즈미는 지난 총재에서 3위를 한 인물로, 다카이치 다음으로 당의 신임을 얻고 있는 인물이다. 이시바 총리 역시 고이즈미를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모테기 도시미쓰 전 자민당 간사장, 하야시 요시마사 전 외무장관 등도 출마를 선언하며 총재 경쟁은 다자 구도로 흐르고 있다.

일본은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대표적인 국가로, 국회는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의 양원제로 운용된다. 이 중 실질적인 권한은 중의원에 집중돼 있어 일본 정치는 흔히 ‘중의원 우선주의’로 설명된다. 중의원은 예산안 심의권, 총리 지명권, 조약 체결권 등 핵심 권한을 보유하고 있고 참의원과 의견이 충돌할 경우 중의원의 결정을 우선으로 따르게 돼 있다.

중의원의 임기는 4년이지만 총리가 중의원을 해산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조기 선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반면 참의원은 해산되지 않고 6년의 임기 중 3년마다 절반씩 교체되는 구조를 갖는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정치적 유동성은 주로 중의원을 중심으로 발생한다.

법안의 경우 중의원에서 통과되면 참의원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참의원 절반 이상이 해당 법안을 반대할 때는 중의원으로 돌려보낼 수 있다. 그러나 중의원에서 다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확보하면 참의원의 반대를 무력화시키고 법안을 최종적으로 통과시킬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본 정치에서는 중의원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확보한 상태인 ‘절대안정 의석’과 참의원 절반을 갖추는 것이 입법 권력의 핵심 기준으로 여겨진다.

이처럼 일본 정치 시스템은 내각과 의회가 서로를 견제하는 구조 속에서 작동한다. 총리와 내각에 대한 불신임안이 통과될 경우 총리는 사임하거나 중의원을 해산해 조기 선거를 치러야 하며, 이는 국민으로부터 정치적 정당성을 다시 부여받기 위한 장치로 기능한다. 이시바 총리 역시 지난해 취임 직후 중의원을 해산하며 승부수를 던졌지만 연이은 선거 패배로 인해 결국 퇴진 압박을 피하지 못했다. 

일본의 총리는 국회 내 다수당의 대표, 즉 중의원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확보한 정당의 총재가 맡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민당이 장기 집권해 온 일본 정치 특성상 자민당 총재 선거가 곧 총리 선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민당 총재는 당 소속 국회의원과 일반 당원 투표를 통해 선출된다. 비록 천황의 임명은 상징적 의미가 강하지만, 선출된 총재는 천황의 임명 절차를 거친 뒤 총리로 공식 취임한다.

총리 퇴임 사유는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선거 패배의 책임이다. 여당이 중의원 또는 참의원 선거에서 패배하면 총리가 그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경우가 잦다. 1993년 미야자와 기이치 총리는 자민당이 처음으로 과반을 내주며 정권을 상실하자 사임했다. 2009년에는 아소 다로 총리가 민주당에 정권을 내주며 퇴진했다. 그 외에도 다케시타 노보루 총리 시기 리크루트 사건, 우노 소스케 총리의 여성편력 스캔들 등 각종 스캔들이 총리들의 사임을 이끌었다. 아울러 건강 문제(아베 신조), 자발적 용퇴(고이즈미 준이치로) 등 총리가 퇴임하는 연유는 다양하다.

특히 1990년대 이후 아베 총리와 고이즈미 총리 정도를 제외하면 일본 총리는 짧게는 수개월, 길어도 2~3년 만에 교체되는 경우가 많아, 잦은 총리 교체가 구조적 특성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롤 스포츠토토 정치의 중심에는 자민당(자유민주당)이 있다. 1955년 창당 이후 롤 스포츠토토 정치는 사실상 자민당 1당 체제로 운영됐다. 자민당은 보수 우파 정당으로, 강력한 파벌 정치와 조직력을 바탕으로 장기간 정권을 유지해 왔다.

냉전 시기에는 진보 좌파 정당인 사회당이 자민당과 경쟁 구도를 이루며 상당한 의석을 확보했다. 자민당이 각종 정치 스캔들에 휘말리며 집권당 지위를 상실한 이후, 1990년대 중반 사회당 소속 무라야마 도미이치가 총리로 선출되어 자민당과 연립정권을 구성한 바 있다. 이에 자민당은 사회당과 연립 정권을 구성하고 사회당 소속 무라야마 도미치가 총리에 올랐다. 그러나 사회당은 보수 정당인 자민당과의 연정을 통해 정체성을 희석했고, 지지 기반을 잃으며 소수 정당으로 전락했다. 현재는 ‘사회민주당’이라는 이름으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현재 제1야당은 입헌민주당이다. 과거 민주당 정권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이 중심을 이루고 중도 좌파 성향의 개혁적 의제와 진보적 사회정책을 내세우며 자민당에 맞서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자민당과 연립한 공명당은 중도 성향의 종교 기반 정당이다. 800만 가구 이상의 회원을 가진 불교계 단체인 창가학회를 기반으로 탄탄한 고정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으며 자민당의 과반 확보에 중요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고 있다. 동시에 공명당은 중도 성향의 정당으로 자민당의 헌법 개정 시도나 보수화 흐름을 일정 부분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최근 주목받는 극우 성향의 신생 정당인 참정당은 2020년 창당 이래 급격히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메이크 저팬 퍼스트’ 슬로건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연상케 한다. 참정당은 자민당의 보수층 일부를 흡수하며 의석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처럼 일본의 정당 정치는 자민당 중심 구조를 기본으로 하되 공명당과의 연정, 야당의 견제, 극우 정당의 부상, 그리고 자민당 내 파벌 간 경쟁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구조를 갖는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전후 체제’를 보내고 있는 국가로 평화헌법하에 국가가 운영된다. 이에 일본 정치는 전후 체제를 지속할 것인가, 아니면 탈피할 것인가를 두고 보수와 진보가 대립해 왔다. 일본 내 보수 세력은 이를 ‘굴욕적 유산’으로 보고 헌법 개정을 통해 군대를 보유할 수 있는 ‘보통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왔다. 반면 공명당이나 일본 공산당, 레이와 신센구미 등의 정당은 평화 국가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맞서며 일본 정치 내 주요 갈등 축을 형성해 왔다. 이처럼 일본 정당들은 전후 체제를 놓고 이합집산을 반복하며 정국의 흐름을 형성해 왔다.

격변하는 일본 정국 속에서도 한일 관계는 흔들림 없이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과의 안보 동맹을 공유할 뿐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라는 공통된 정치·경제 체제를 바탕으로 협력해야 할 과제가 많다. 초고령 사회 진입, 인구 절벽, 젠더 불평등 등 양국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와 불확실성이 커지는 국제 질서 속에서 기술·경제 협력의 중요성도 점점 주목받고 있다.

윤 교수는 “누가 일본 총리가 되든 한국은 안정적이고 일관된 외교 전략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유력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역사적 갈등 소지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입장을 밝히되, 감정적 대응으로 일본 내 온건·합리 세력마저 등을 돌리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부 간의 공식 외교뿐 아니라 민간·시민 외교, 공공 외교 차원의 접점 확대를 통해 양국 간의 소통 채널을 다각화하는 노력도 요구된다. 정치적 정세와 무관하게, 지속 가능한 한일 관계 구축을 위한 전략적 접근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일본의 정치적 리더십 변화는 한국의 외교·안보, 경제·사회 전반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본이 외교·안보 정책 기조를 바꾸면 한반도의 외교 환경도 출렁이게 되고 일본의 초고령화 대응, 산업 정책, 복지 제도 등은 한국에 시사점과 반면교사를 함께 제공한다.

특히 일본의 차기 총리가 누구냐에 따라 한일 간 협력의 결이 달라질 수 있다. 정치 지도자의 성향과 정책 방향은 곧 외교적 접근 방식과 국내 여론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더욱이 북한·중국·러시아가 하나의 권위주의 블록으로 움직이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의 가치 연대와 협력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윤 교수는 “일본 정치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일본을 이해할 수 없고, 일본을 이해하지 못하면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도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정치적 감정이나 이념 논쟁에 갇히기보다는 실질적 외교 전략과 이성적 판단에 기반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