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알고리즘 없이 미세 구조 설계로 빛의 방향 조절
작고 단순한 구조로 정밀 광학 제어 실현

한양대 윤재웅 물리학과 교수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위상학적 속박 상태(Topological Bound State)’를 이용한 빛의 방향 제어 기술을 실험적으로 증명했다. 이번 연구는 미세 구조 설계를 통해 기존에 무작위로 방출되던 빛을 특정 방향의 빔(optical beam)으로 제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으로, 디스플레이, 센서, 양자광원 등 다양한 첨단 기술 분야에 폭넓게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서로 다른 주기 구조를 가진 두 나노 소자를 접합함으로써 그 경계에서만 빛이 속박돼 머무는 위상학적 상태를 구현했다. 해당 경계에 발광체를 배치하면, 빛은 구조 내부로는 빠져나가지 않고 경계 방향으로만 방사되며, 이로써 강한 방향성을 가진 옵티컬 빔(optical beam)이 형성된다.

제1저자인 최유성(물리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씨는 “기존의 발광체는 모든 방향으로 빛을 방출했지만, 이번에 구현한 구조는 특정 방향으로만 빛을 내도록 설계됐다”며 “방출 방향의 확률 분포를 원하는 형태로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이다”고 설명했다.

 

▲ 윤재웅 물리학과 토토사이트 마루한 연구팀이 위상학적 물리 효과를 기반으로 빛의 방사 분포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실험 증명했다. ⓒ 김경하 기자
▲ 윤재웅 물리학과 토토사이트 마루한 연구팀이 위상학적 물리 효과를 기반으로 빛의 방사 분포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실험 증명했다. ⓒ 김경하 기자

 

복잡한 알고리즘 없이 가능한 정밀 빔 설계

이번 연구의 핵심은 복잡한 최적화 계산 없이도 특정한 구조 조건만으로 원하는 방향의 빛을 정밀하게 구현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기존 기술에서는 다양한 빔 형태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구조 조합을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반복적으로 계산해야 했고, 그 결과가 항상 성공적이지는 못했다.

윤 교수는 “우리 연구는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면 어떤 빔 분포가 나올지를 이론적으로 정식 계산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다”며 “이를 통해 설계 조건만 보면 구현 가능 여부를 사전에 판단할 수 있고, 특정한 빔 분포를 만들기 위한 역설계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과거의 방식이 시행착오에 의존했다면, 이번 기술은 설계와 결과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또한 기존의 빛 제어 기술이 렌즈 및 거울 등의 기계 장치를 사용한 물리적 방식이었다면, 이번 기술은 나노미터 수준의 미세 구조만으로도 광학적 방향 제어가 가능하다. 따라서 추가 장치 없이도 콤팩트한 소자 구조에서 정밀한 빔 제어가 가능하고, 이는 공간 효율성과 정확도 측면에서 큰 장점이 된다.

윤 교수는 “전통적인 빔 성형 기술이 크고 복잡한 기구를 필요로 했다면, 이번 기술은 미세 구조만으로 빛에 방향성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큰 차별성이 있다”며 “소형 광학 소자나 집적 장치 적용에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부터 양자컴퓨터까지, 넓은 응용 가능성

해당 기술은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는 각 픽셀이 다른 방향으로 빛을 내보낼 수 있어야 넓은 시야각과 고해상도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에 사용되는 라이다 센서 역시 정밀한 방향 제어가 필수적이며, 빛을 특정 방향으로만 방출하는 기술은 양자광원 실용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윤 교수는 “양자광원 기술의 실용화가 본격화되면 신호의 정밀성과 방향성이 결정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며 “이번 연구에서 증명한 설계 체계는 양자 기술을 위한 핵심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연구는 광 트랜지스터, 통신 반도체 등 고속 신호 처리 소자의 개발뿐만 아니라 우주 및 국방 기술에도 중요한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 게티이미지
▲ 연구는 광 트랜지스터, 통신 반도체 등 고속 신호 처리 소자의 개발뿐만 아니라 우주 및 국방 기술에도 중요한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 게티이미지

 

작은 호기심에서 출발한 5년의 여정

이번 연구는 5년의 탐구 끝에 완성된 성과다. 윤 교수는 해당 연구가 순수한 과학적 호기심에서 출발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처음에는 단순히 경계 구조에서 빛이 어떻게 속박되는지를 알고 싶었다”며 “이 현상이 특정 조건에서만 나타나고, 실제 실험에서 방향성 빛이 생성되는 것을 확인하면서 응용 가능성까지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 씨는 연구 과정에서 “공정 조건이 아주 조금만 달라도 원하는 빔이 나오지 않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며 “끝내 우리가 설계한 구조에서 예측한 방향의 빛이 실제로 방출되는 것을 봤을 때 매우 뿌듯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가장 인상 깊은 순간으로 ‘초기 실험에서의 성공’, ‘비슷한 연구 결과가 다른 그룹에서 먼저 발표됐을 때의 아쉬움’, 그리고 ‘완성도 높은 빔 성형을 최종적으로 재현해냈을 때’를 꼽았다. 그는 “결국 이 경험들이 논문의 완성도를 더욱 높여줬고, 응용 범위를 한층 넓혀 줬다”고 전했다.

 

과학은 질문을 멈추지 않는 사람에게 응답한다

"즐겁게 탐구생활을 지속하는 것이 목표다"고 밝힌 윤 교수는 이번 성과 외에도 위상물리학, 비보존계 물리(Non-Hermitian Physics) 등 양자역학 이론을 광학 실험으로 구현하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빛도 파동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예측된 양자적·위상적 특성을 실험으로 증명할 수 있다”며 “이번 연구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사례로, 앞으로는 더욱 복잡한 위상 특성을 광학적으로 실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양대에서 학부부터 박사, 연구원을 거친 윤 교수는 연구자를 꿈꾸는 후배 학생들에게 "더 좋은 스펙을 가지려고 노력하기보다, 연구할 수 있는 환경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다 보면 좋은 결과가 따를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연구자의 길뿐 아니라 일반적인 진로를 고민하는 한양대 학생들에게도 응원의 말을 덧붙였다. "취업 과정에서 실패를 경험할 때 중요한 것은 실패에도 불구하고 원래 하고자 했던 일을 놓지 않고 이어가는 것입니다. 실망보다는 '대기만성'이라는 마음으로 계속 나아가다 보면, 반드시 좋은 기회는 찾아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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