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1일 자 「젯밥 먹으러 오지도 못하는 귀신」 기사
고운기 ERICA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7월 11일 자 <한국일보>에 칼럼 '귀신 이야기'를 기고했다. 고 교수는 “비 오는 여름 밤, 마을 아이들이 한방에 모여 경쟁하듯 꺼내는 귀신 이야기 중 아직도 기억나는 한 가지가 있다”며 “한 아가씨가 역 앞에서 택시를 탄 뒤 우리 마을 어귀에 내리더니, 들판 너머 이웃 마을의 오직 한 곳 환하게 불 밝힌 집을 가리키며 '택시비는 저기 가서 받으라'고 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기실 아가씨가 내린 곳은 공동묘지로 가는 입구였다”며 “제삿날 택시 타고 제삿밥 먹으러 집에 온 아가씨 귀신 이야기다. 앞뒤 뜯어보면 허술하기 짝이 없지만, 훗날 대학에 가서 설화를 조사해 보니 전국적으로 퍼져 있는 이야기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와 달리 삼국유사에는 집에 돌아오지 못하는 가련한 아가씨 이야기가 있다”며 “경주 망덕사의 승려 선율이 저승에 불려 갔다. 부지런히 육백반야경을 만들던 참이었다. 저승지기는 선율에게 '네 수명은 비록 다 되었다만, 이루지 못한 착한 일이 있으므로, 마치고 오도록 다시 세상으로 돌려보내마'라고 했다”고 전했다.
끝으로 “살아서 선업을 쌓았거나 죽어서라도 쌓으려 했기에 그런 줄 안다. 그러지 않으면 젯밥조차 못 얻어먹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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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진 커뮤니케이터
jyj9924@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