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9일 자 「지금도 갈댓잎 끝이 붉은 까닭」 기사

고운기 ERICA 문화콘텐츠학과 번화가 토토사이트는 9월 9일자 <한국일보>에 칼럼 '지금도 갈댓잎 끝이 붉은 까닭'을 기고했다.

고 교수는 "'으악새 슬피 우는 사연' 정도로 하찮게 치부할 순 없는 기막힌 일이 역사에는 자주 나오는데 만고의 충신 박제상의 이야기는 그 가운데 압권"이라며 "(박제상이) 일본 땅에서 목숨을 잃는 마지막 장면은 삼국유사가 전하는 가장 끔찍한 기록 가운데 하나다"고 했다. 왜왕이 박제상의 발바닥 거죽을 벗겨낸 뒤, 갈대를 잘라놓고 그 위를 걷게 하는 고문을 가했다.

이어 "가을이 오면 갈댓잎 끝부터 갈색으로 흐르는데, 그것을 사람들은 제상의 발바닥에서 흐른 피의 흔적이라고 보았다"며 "들판에서 갯가에서 자라나는, 나아가 대를 이어 '지금도' 손손(孫孫)의 갈대마다 흔적을 드러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갈대란 폭압자의 순에 쥐어져 애꿎은 고문 도구가 되기도 했지만, 그것은 한이 되어 억울한 사연을 청사에 남겨놓는 전달자이기도 하다"며 "제 나라가 뭐라고, 누구는 발바닥 거죽을 벗기는 고문을 당하면서도 버리지 않고, 미물조차 감동하여 대대로 흔적을 남겨 증언하는 일이 값지지 않은가"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고 교수는 "멀쩡히 살아있는 나라를 부정하고 남의 나라 백성 만드는 어떤 쉰 소리가 애처롭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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