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태 토토사이트 착오이체(경금대·경금)

천재와 광인을 오간 존 내쉬의 삶에서 보는 게임이론

 

‘죄수의 딜레마’ ‘내쉬균형’ 등 게임이론을 알린 영화 ‘뷰티풀 마인드’(Beautiful Mind). 영화는 ‘내쉬균형’ 개념을 고안해 게임이론의 발전에 새 지평을 연 존 내쉬(John Nash)의 생애와 업적을 그렸다. 우리 대학 경제금융대학에서 개설하는 ‘게임이론과 응용’ 수업은 대부분 이 영화를 참조자료로 제시하고 있다. 게임이론의 전반과 천재 수학자이자 경제학자의 삶을 두 시간의 상영시간 동안 개략적으로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이론과 응용’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이준태 조교수(경금대∙경금)를 만나서 영화 ‘뷰티풀 마인드’(Beautiful Mind)에서 등장하는 존 내쉬(John Nash)의 생애와 게임이론을 이해할 수 있는 장면들, 그리고 영화에서 숨겨진 이야기를 들어봤다.

 

천재에서 광인으로, 광인에서 다시 천재로.

 

   

영화 ‘뷰티풀 마인드’(Beautiful Mind)는 주인공 존 내쉬(러셀 크로우 분)의 프린스턴 대학 대학원 수학박사과정 입학식으로 시작한다. 입학식 이후 장면들은 내쉬를 대학원 역사상 최고 장학금을 받는 천재로 그린다. 실제 삶에서 그는 어느 정도 였을까. 이준태 교수는 내쉬의 천재성이 오히려 영화에서 축소됐다고 했다. “입학 전 이야기는 생략되잖아요? 이전 이야기부터 해보면 1945년 카네기 공과대학 수학과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하고 1948년 졸업과 함께 수학학사와 수학석사학위를 수여 받아요. 대학교를 졸업하면 학사학위가 나오는데 내쉬는 대학교를 졸업하면서 대학원 석사과정도 함께 마친 셈이죠. 영화가 그리고 있는 프린스턴 대학 입학 이야기도 놀라워요. 카네기 공과대학 지도교수가 프린스턴대 수학과 박사과정에 내쉬를 위한 추천서를 보낼 때 '이 사람은 천재다.’(This man is a genius)라는 한 문장만 썼다는 말이 있더군요. 보통의 박사과정 입학 추천서가 매우 길고 각종 자세한 설명이 들어가 있는 것과 비교해보면 내쉬의 천재성이 영화 이상이었다는 점을 알수 있죠. 요즘 말로 하면 내쉬의 존재 자체가 연구에 있어서 흥행보증수표 같았던 셈이죠.”

 

그러나 대학원 졸업 이후엔 천재의 비극이 내쉬의 삶에 다가온다. 영화에서 국방연구소에 들어가고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내쉬의 ‘조현병’이 드러나기 시작한 장면부터다. ‘조현병’은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환각, 망상, 환영, 환청 등을 경험하는 병. 결국 내쉬는 연구와 강의를 계속하지 못하고 정신병원에 들어가게 된다. 병세가 심각해지면서 아들을 익사시킬 뻔한 장면, 소비에트의 암호를 해독하는 장면 등이 영화에서 나타난다. 이 교수는 이 부분을 ‘각색 된 장면’이라고 말했다. “영화에서처럼 내쉬는 국방성에서 일하면서 동시에 대학 강의에 나갑니다. 그런데 내쉬가 연구소에서 쫓겨난 까닭은 동성애 혐의였어요. 동성애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었는데 이것이 빌미가 돼 파면됐죠. 조현병 확정 판결은 1959년에 받습니다. 이 이후의 삶은 말 그대로 ‘광인’이었습니다. 정교수 임명 직전에 조현병 확정 판결을 받고 대학을 떠나 모교인 프린스턴 대학으로 돌아오면서 정신적 스트레스가 더 심해졌다고 해요.” 천재가 비극을 맞아 광인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천재는 광인에서 다시 천재로 돌아왔다. 이 교수는 ‘감동적인 장면에 생략된 슬픈 이야기’를 꺼냈다. “영화에서는 아내의 헌신적인 노력과 내쉬의 결단으로 조현병이 서서히 나아지는 것으로 나오죠? 그런데 사실 이건 각색이에요. 1960년부터 투병에 시작해서 수 차례 입원과 퇴원을 거친 후에 1990년부터 나아집니다. 부인과는 63년에 이혼했어요. 영화이다 보니 각색이 있을 수 밖에 없죠. 사실 영화 ‘뷰티풀 마인드’(Beautiful Mind)의 핵심이 날카롭고 정확한 이성보다는 감성과 사랑의 마음이 중요하다는 거였잖아요? 그런데 이혼했다고 하면 관객들이 제목과 내용의 부조화라고 생각하겠죠. 아마 내쉬와 그 부인 사이의 갈등을 다루는 것으로 축소한 것 같아요.” 그리고 긴 병마에 시달리다 다시 정상인으로 돌아온 천재 존 내쉬는 1994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다.

 

뷰티풀 마인드(Beautiful Mind), 개인의 이기적 동기를 넘어선 이타적 경제학의 문제.


앞선 내쉬의 삶과 관련된 영화의 장면들은 방정식을 풀어내고 수학적 난제를 증명하는 이성보다는 사랑과 감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대 경제학은 방정식의 체계에서 해를 풀어내고 핵심적인 명제들과 난제를 증명해가는 과정인데 오히려 이것보다 더 높은 수준의 사랑과 감정을 강조하는 영화를 수업시간에 참조 자료로 권고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이 교수는 ‘뷰티풀 마인드’의 주제에 대해서 경제학적 분석과 단순한 분석을 다르게 제시했다. “영화에서의 한 장면을 보면 뷰티풀 마인드라는 제목이 가진 게임이론적 함의가 분명히 드러납니다. 친구들과의 당구장 장면이죠. 맥주 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당구를 치던 친구들과 술집에서도 연구를 하던 내쉬가 애덤 스미스(Adam Smith)의 ‘보이지 않는 손’ 이야기를 합니다. 친구들은 이 개념을 끌어들여서 각자가 맥주 집에 있는 가장 아름다운 한 이성에게 달려들면 최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하죠. 개인의 합리적 선택이 항상 사회적 최선을 보장한다는 거에요. 하지만 만약에 모두가 가장 아름다운 이성에게 달려들 경우에는 문제가 생기죠. 만약 그 이성이 만남을 거절하는 전략을 취하는 순간에 다른 여자들은 소위 ‘찔러나 본다.’고 생각하고 만남을 거절하겠죠. 모두가 합리적인 선택을 했는데 그 맥주 집에 있는 어떤 남녀도 행복하지 않아요. 최선이 아닌 최악인거죠.”

 

   

이 교수가 들려준 사례는 보다 명확하다. 왕십리로 내려가는 우리대학 의대병원 계단은 두 명이 빠듯하게 지나갈 정도로 좁다. 이제 이 계단에서 종종 보이는 상황 하나를 가정하자. 내려오는 두 사람과 올라오는 두 사람이 나란히 마주친다. 이 때, 네 사람이 가장 빠르게 계단을 통과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경제학이 상정하는 개인의 합리적 선택에 따르게 되면 최단거리는 직진이다. 내려오는 사람은 그냥 그대로 일렬로 내려오고 올라가는 사람은 그냥 일렬로 내려간다는 말이다. 이리 저리 피해가면 시간이 걸리고 걸음 수가 늘어나므로 돌아가는 것은 모든 개인에게 합리적 선택이 아니다. 만약 모두가 직진한 결과는 어떨까. ‘쾅!’ 충돌이다. 계단을 사용하는 개인들이 합리적인 선택과 이기적인 동기로 행동했더니 결과는 충돌. 곧장 병원 행이다. 경제학의 할아버지 애덤 스미스(Adam Smith)가 설파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행동이 최선도 차선도 아닌 최악의 결과를 야기한 셈이다. 이 교수는 “조금 수고스럽더라도 조금 피해가면 본인의 효용이 조금 줄어들더라도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즉 사고가 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있습니다. 바로 질서나 제도, 그리고 구성원들의 의식이 중요한 까닭을 분명이 영화가 보여줍니다.”

 

게임이론은 전략적 상황하에서 개별 경기자들의 최적행동을 분석하는 경제학의 분과학문이다. 국제무역협상에서 협상전략, 경매과정에서 경매전략 등 광범위한 게임상황에서 쓰인다. 특히, 시장 참가자들이 제한되어 있는 상황이나 상호간의 게임상황이 많은 과점시장에 대한 분석에서는 기존의 경제학이 설명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차츰 해결해 나가고 있다. 이 교수는 ‘영화가 게임이론의 다양한 논리나 증명과정, 그리고 모형들은 설명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게임이론의 여러 소주제 중에 모든 시장 참가자들이 서로를 배려하게 될 경우 사회적으로 더 큰 행복을 누릴 수 있는데, 자기 자신만의 이익을 기준으로 행동하면 사회적 최악이 되는 경우가 있어요. 대표적인 사례가 모두에게 공유지 사용권을 주었을 때 공유지가 파괴되는 ‘공유지의 비극’, 내쉬의 스승인 프린스턴대 터커 교수가 설명한 죄수의 딜레마 같은 겁니다. 사실 학생들이 영화를 보면서 ‘부인의 사랑을 통한 질병 극복’이라는 통속적인 이야기보다는 어떤 사회가 얻을수 있는 행복의 극댓값은 많은 부분 이기적 동기일 수도 있지만 이타적 동기에서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해서 참조자료로 넣었습니다.”

 

현대 경제학의 기본 전제는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개인의 최적선택과 경쟁이 사회전체의 효율성을 담보한다는 것. 하지만 이준태 교수는 학생들이 영화 ‘뷰티풀 마인드’(Beautiful Mind)를 통해 개인의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선택이 항상 최적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함으로써 개인의 이타심, 즉 개인의 ‘뷰티풀 마인드’(Beautiful Mind)의 필요성을 확인해주기를 바랐다. 수업시간 교과서 내용을 강의하기에도 빡빡한 학사일정에서도 학생들이 한 편의 영화를 보고 쉬며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영화에서도 한 번씩 고민하기를 바라는 이 교수. 영화 ‘뷰티풀 마인드’(Beautiful Mind)만큼이나 제자를 걱정하는 이 교수의 ‘뷰티풀 마인드’(Beautiful Mind)가 감동적이다.

 

 


정상운 학생기자 pdg10@hanyang.ac.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조유미 사진기자 lovelym2@hanyang.ac.kr 

 

저작권자 © 토토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