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당동으로 보는 한국 사회의 반지하
방공호가 주거 시설이 되기까지
'반지하 문제는 우리 사회의 책무'

행당동 이야기

시끌벅적 왕십리를 거닐 때면 슬그머니 빛을 내보이는 그곳을 마주한다. 누군가에게 가장 안락한 보금자리일 그곳은 힘없고 절박해 보인다. 이곳, 반지하는 사람들의 발 아래 짙은 어둠을 품은 채 연명한다. ‘아침이면 해가 뜨고, 밤이면 해가 지는’ 자연의 원리가 작용하지 않는 이곳은 사회가 말하는 ‘보통의 삶’ 밖의 현실을 보여준다.

 

▲ A(미디어커뮤니케이션 4) 씨는 “반지하에 살면 결로가 생긴다”며 “결로가 생기면 환기해야 하고, 환기를 하려면 창문을 열어야 하고, 창문을 열면 벌레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 게티이미지뱅크
▲ A(미디어커뮤니케이션 4) 씨는 “반지하에 살면 결로가 생긴다”며 “결로가 생기면 환기해야 하고, 환기를 하려면 창문을 열어야 하고, 창문을 열면 벌레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 게티이미지

한양대 도보 5분 거리, 행당동 반지하 주택에 거주한 A(미디어커뮤니케이션 4) 씨는 “학교와 가까우면서도 저렴한 매물을 찾다 반지하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반지하에 살면 결로가 생긴다”며 “결로가 생기면 환기해야 하고, 환기를 하려면 창문을 열어야 하고, 창문을 열면 벌레가 들어온다”고 반지하의 복합적인 악순환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환기해도 좋은 공기가 아닌 먼지가 가득한 공기를 마셔야 했다”며 “다시는 반지하 집을 구할 일은 없을 것이다”고 토로했다.

 

한국 사회의 반지하

기존 건축법에 따르면, 건물의 지하층은 인간의 기본권을 고려해 거주지로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러나 1970년 정부는 남북 전쟁 발발을 대비해 신축 단독주택과 다세대주택에 지하실을 의무적으로 만들도록 건축법을 개정했다.

1975년 정부는 급격한 산업화로 서울의 살 곳이 부족해지자 지하를 거주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건축법을 재개정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반지하는 결국 열악한 주거 환경의 대명사가 됐다.

2022년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빌라 반지하에서 폭우로 인한 침수로 일가족 3명이 사망했다. 이 비극적인 사고는 반지하 문제가 단순히 개인이 아닌 사회 전체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임을 여실히 보여줬지만, 여전히 반지하는 무방비 상태에 놓여있다.

 

 

'반지하'가 말하는 우리 사회

반지하는 많은 이의 경제적 선택의 결과물이다. 집값이 끊임없이 치솟는 현시대에, 반지하는 꽤 합리적인 선택이다. 그러나 이들의 '경제적 선택'은 이들의 삶을 더욱 열악하게 만들고 있다.

A 씨는 “반지하를 택하는 사람은 비교적 경제적으로 절실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만큼 모든 방면에서 소비를 줄이게 된다”며 “해충제, 방역 업체, 벽지나 장판 등에 필요한 지출 역시 쓰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일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집값이 어느 날 갑자기 떨어지지 않는 이상 반지하를 벗어나기 어렵다”며 “경제적인 이유로 열악한 환경을 감수하게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계층이 계속해서 열악한 환경에서 더 열약하게 살아가게 되는 것, 반지하의 악의 굴레다. 

 

▲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계층이 계속해서 열악한 환경에서 더 열약하게 살아가게 되는 것, 반지하의 악의 굴레다. © 게티이미지뱅크
▲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계층이 계속해서 열악한 환경에서 더 열약하게 살아가게 되는 것, 반지하의 악의 굴레다. © 게티이미지

최근 급격히 수면 위로 떠오르는 기후변화도 마찬가지다. 유례없는 폭우와 같은 기상 현상은 이제 반지하에 거주하는 이들의 안전까지 위협한다.

 

 

앞으로의 성동구는

서울 성동구는 지난해 반지하주택 전수조사 및 침수·화재방지시설 설치를 진행했다. 그러나 성동구의 발 빠른 대응에도 불구하고, 구 내 4,777호에 달하는 반지하 거주 인구의 수요를 채우기엔 여전히 부족하다.

성동구는 앞으로 위험거처 개선 사업을 통해 주거 격차를 완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히며 주거 위험 사각지대에 있는 위험 거처 발굴 및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의 사후 처리 중심 정책은 반지하가 가져오는 인간의 기본권 및 계층 강화 문제의 실질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반지하 거주자들이  반지하를 떠날 수 있도록 하는 지속 가능한 대안이 필요하다.

A 씨는 “반지하는 인간이라면 꼭 해야 하는, 음식을 해 먹고 샤워하는 거처로서는 매우 부적절한 곳이다”며 “취사 시설과 샤워 시설이 필요하지 않은 형태의 공간으로 활용돼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반지하가 더 이상 취약 계층의 마지막 선택지가 되어선 안 된다. 반지하 거주자가 안전하고 존중받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현 사회와 정부의 역할이다.

'반틈 사이로' 바라본 반지하라는 공간은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이웃의 삶을 비추고 있다. 반지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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