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세대의 문해력이 논란이다. 한 대학생이 과제 제출일 공지의 '금일'을 '금요일'로 오해석하여 문제가 된 일도 있었으며 '유선상'의 의미를 모르는 것이 문제인가, 아닌가에 대한 논란이 온라인에서 도마 위로 오르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가 심심치 않게 제기되며 젊은 세대의 문해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젊은 세대의 문해력을 정말 저하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한양대학교 ERICA 교수님들을 만나보았다.
■ 젊은 세대의 언어
문해력은 단순히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을 넘어 글의 의미를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유네스코는 문해력을 '다양한 내용에 대한 글을 정의, 이해, 해석, 창작, 의사소통 등을 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했다. 때문에 ‘문해력이 떨어진다’고 하여 문맹이라 말할 수 없지만, 기본적인 소통의 문제가 생긴다. 글을 이해하지 못해 잘못된 정보에 노출될 수 있고 ‘심심한 사과’ 논란과 같이 글의 의도 자체를 곡해하여 애꿎은 사람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갈 수 있다. 이러한 문해력은 글을 이해하고 정보를 받아들이는 교육에서 더 크게 작용한다. 교육과 가장 가까이 맞닿아 있는 학생들, 젊은 세대의 문해력이 해결이 시급한 사회적 문제로 불거진 이유이다. 그렇다면 요즘 대학생들의 문해력은 어느 정도일까?
김양희 한양대학교 ERICA 교수(창의융합교육원)는 수업 현장에서 문해력 문제를 실감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간혹 시험 중에 문제의 뜻을 이해하지 못해서 질문하는 경우가 예전에 비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젊은 세대의 문해력을 이전 세대와 비교하여 동일 선상에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수업에서도 문해력으로 인해 벌어지는 문제가 늘어나고 있듯 문해력은 어떤 방식이든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이를 '저하'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문해력 관련한 최근의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성인층 문해력에 대한 실제 통계에 비해, 그 우려가 지나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학생에 한정해 보더라도 문해력 전반에 문제가 있기보다는 '디지털 문해력'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디지털 문해력'은 흔히 '디지털 리터러시'라고도 불린다. 이는 디지털 미디어의 확산에 따라 출현한 개념이다. 디지털 문해력은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정보 공유 능력, 디지털 환경에서 정보를 이해하고 거짓과 참을 구별해 내는 능력을 말한다. 문자가 영상, 이미지로 대체되고 정보량이 증가함에 따라 사람들은 거짓 정보에 쉽게 노출된다. 결국 문해력은 단지 어휘력의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 사회에서 의사소통하기 위해 누구에게나 필요한 능력의 문제이다.

■ 변화하는 언어의 중심
김 교수는 현재 문해력과 관련된 실제 통계에 비해 저하의 정도를 더 크게 체감하는 이유로는 두 가지를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학생들이 접해온 환경의 특수성 때문이다. "중·고등학교에서 제출하는 독서록은 정해진 시간 내에 좀 더 많은 책을 기록하는 속도전에 가깝고, 놀랍게도 수능 언어영역에서는 전체 맥락을 몰라도 답을 기가 막히게 추론하는 문제 풀이 기술로도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하며 "학생들은 한 권의 책을 깊이 있게 읽고 이해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디지털 네이티브'세대인 학생들에게 문자언어의 산물인 책은 너무 내용이 많고, 문장도 길며, 단시간에 이해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렇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텍스트에서 핵심을 빼내 알기 쉽게 전달해 주는 유튜버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환경으로 인해 학생들은 단편적인 정보를 이해하는 능력은 높지만, 정보를 종합하여 판단하는 능력이나 비판적 사고 능력은 다소 부족하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단편적인 정보 습득 양상은 유튜브 쇼츠(Shorts)에서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쇼츠는 단 1분 만에 요리 레시피, 사회 이슈, 심지어는 한 시간이 넘는 드라마를 함축하여 담아낸다. 글을 읽으며 흐름을 파악하고 논리적인 사고를 기를 수 있는 책 대신 정보를 집약한 영상 매체를 통해 단숨에 정보를 습득한다. 이러한 수동적 정보로 인해 학생들은 정보의 홍수 시대에서 필요한 정보를 분별해 내고 이해하는 능력을 지니지 못한 채 쏟아지는 정보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두 번째는 세대 간 소통에 답이 있다. 김 교수는 "문해력 논란이 되는 단어들은 예전 세대가 즐겨 쓰던 언어에 집중되어 있다. 세대마다 자주 쓰는 ‘세대어 사전’이 있기 마련인데, 앞서 '심심'과 같은 예시는 한문을 필수과목으로 배운 세대나 그 이전 세대에서 구사하는 언어라 할 수 있다. 즉, 현재 젊은 세대가 주로 쓰는 언어 사전에는 기입되지 않은 언어이지만, 여전히 문어체의 글에서는 많이 등장하는 언어다. 그러다 보니 소통에 문제가 생기게 되었다고 본다. 따라서 이것은 문해력의 문제가 아니라 소통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혁 한양대학교 ERICA 교수(한국언어문학과) 또한 문해력 논란은 소통의 문제에서 발생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의 언어생활권이 달라서 벌어지는 '전 세대와는 다른 문해력'이 문제다"라고 말하며 "언어의 중심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계속 변화하는 관계망 속에서 움직인다. 고정점을 잡아서 기준을 세워 누군가를 낮잡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 세대와 다른 문해력', 사실 세대 간 문해력 차이는 언제나 있었다. 기술의 발전으로 디지털화되어가며 의사소통 방식과 정보 습득 방식이 크게 변화하였다. 사회 변화 속에서 자주 사용하는 언어는 바뀔 수밖에 없다. 결국 이는 각자가 살아온 환경의 차이, 생활방식의 변화에 따른 사용 언어의 차이로 나타난 자연스러운 문제이다.
그러나 김 교수는 문해력 저하 논란이 앞으로도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혹자는 학생들의 문해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자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하곤 한다. 한자 교육은 일정 정도 효과적일 수는 있지만 근본책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언어의 쓰임은 소통에 있기에, 소통 방식이 변화했음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제 경우에는, 최근 몇 년의 경험을 계기로, 학생들이 어려워할 만한 단어들을 풀어서 설명하거나 쉬운 우리말로 풀어서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토토사이트 지바겐은 언제나 변화 속에 있었다. 젊은 세대의 토토사이트 지바겐은 이전과 비교한다면 떨어졌다고 볼 수 있지만 이를 저하가 아닌 변화로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또한 능동적인 사고를 길러 언어의 폭을 넓히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 수용과 이해가 바탕이 되는 소통이 필요한 때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언어는 생각보다 큰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언어를 아는 만큼 인식의 지평이 넓어지기도 합니다. 언어에 공들이기를 바랍니다.
잘 모르는 단어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사전을 찾아 자기의 언어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김양희 한양대학교 ERICA 교수(창의융합교육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