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기 수업에서 탄생한 아이디어, 세계를 휩쓸다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와 레드닷 어워드 최고상 동시 석권
교수와 학생들의 열정이 만든 쾌거, 그 비하인드를 듣다
한양대 최종우 산업디자인학과 교수가 이끄는 ‘디자인 엔지니어링 스튜디오’ 수강생 두 팀이 세계적인 권위의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James Dyson Award)’와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Red Dot Award)’를 수상했다. 수업을 이끈 최 교수와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 국내전에서 우승한 손민형(산업디자인학과 4) 씨 팀, 레드닷 어워드 최고상(Best of the Best)을 수상한 이한웅(산업디자인학과 4) 씨 팀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365 토토사이트'이 공학을 이끄는 차별화 교육
디자인 엔지니어링 스튜디오는 일반적인 공학-디자인 융합 교육과 차별점을 갖는다. 대부분의 수업이 공학 기술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과 달리 이 수업은 ‘디자인적 사고’가 엔지니어링의 방향을 주도한다. 최 교수는 “한양대가 가진 공학 분야의 브랜딩을 디자인 전공과 연결해 한양대만 할 수 있는 시너지를 만들고 싶었다”고 수업 의도를 밝혔다.

수업은 실제 산업 현장처럼 특정 목표를 설정해 문제를 해결하는 ‘IC-PBL(Industry-Coupled Problem/Project-Based Learning)’ 방식으로 진행됐다. 최 교수는 “학생들이 구성한 팀의 특성과 관심사에 맞춰 자유로운 주제와 방향을 탐구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교수와 학생이 함께 만든 시너지
최 교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시작으로 ‘현장’을 강조했다. 그는 “인터넷 검색이 아닌 사용자를 만나 인터뷰하는 과정은 번거롭지만 정보의 질이 완전히 다르다”며 “이번 두 수상팀 역시 프로젝트 대상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아이디어를 다듬었다”고 말했다. 공모전 준비 과정에서는 단시간에 심사위원을 사로잡는 전략이 중요하다. 최 교수는 “제출물은 시각적으로 단순하고 명료해야 한다”며 “동시에 작은 오류 하나까지도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 씨는 “수업 내내 대상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받은 많은 피드백이 큰 도움이 됐다”며 “교수의 엔지니어링 측면 조언 덕분에 실제 프로토타입 구현과 검증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 씨는 “수업은 대상의 페인 포인트에 집중해 아이디어를 단순명료하게 다듬어 나가는 과정이었다”며 “교수의 피드백은 매번 아이디어 발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됐다”고 덧붙였다.
[James Dyson Award] 사소한 경험이 바꾼 의료 현장
손 씨 팀은 링거 주입 시 발생하는 혈액 역류를 방지하는 제품으로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 2025’ 국내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프로젝트 시작은 팀원들의 사소한 경험이었다. 손 씨는 “팀원 두 명이 입원 중 링거 혈액 역류를 경험했던 것이 문제 인식의 계기가 됐다”며 “카페에서 회의 중 커피 빨대를 손으로 누르자 음료가 멈추는 것을 보고 해결책을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링거 호스에 결합해 혈액 역류를 예방하는 제품을 디자인했다. 손 씨는 “혈액 역류는 간단한 처치로 해결돼 그동안 문제의 심각성이 간과됐다”며 “현장에서 혈액 역류는 간호사의 피로도를 높이고 환자에게 불편함을 주는 ‘페인 포인트’ 였다”고 말했다.
국제 무대와 상용화를 향한 발걸음
국내전 우승으로 국제전 진출을 앞둔 이들은 20개국의 팀들과 경쟁하게 된다. 팀원들은 자신들의 디자인이 가진 ‘지속가능성’을 경쟁력으로 꼽으며 의료 시스템 전반에 미치는 긍정적인 선순환을 강조했다. 손 씨는 “제품은 의료진의 부가적인 노동을 줄이고 의료 폐기물과 약물 낭비를 감소시키며 환자에게는 안정적인 수액 주입 경험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수상을 넘어 프로젝트의 사업화라는 다음 목표로 나아가는 중이다. 팀원들은 “이번 프로젝트는 디자인이 미적인 것을 넘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강력한 도구임을 깨닫게 해줬다”며 “이제 학교 밖 사회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만드는 디자이너로서 역량을 발휘하고자 한다”며 당찬 포부를 전했다.
[Red Dot Award] 동물 구조 현장 속 역설을 파고들다
이 씨 팀은 야생 조류의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횟대형 체중 측정기’로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최고상인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를 수상했다. 이 씨는 “야생조류 구조 센터에서 동물의 건강을 확인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는 체중이다”며 “그러나 새를 강제로 포박해 무게를 재는 과정이 반복되자 극심한 스트레스로 폐사에 이르는 경우가 잦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새가 가장 자연스럽게 앉는 ‘횟대’에 체중 측정 기능을 더하는 아이디어로 문제를 해결했다. 구조사가 새를 만지지 않아도 체중 데이터가 무선으로 전송돼 구조 과정의 효율성과 동물의 생존율을 동시에 높이는 ‘지속가능성’을 실현한 것이다.
수상, 그 이후
팀원들은 프로젝트를 향한 남다른 끈기와 열정의 과정을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이 씨는 “수업이 끝난 후에도 계속해서 프로젝트를 이어갔다”며 “팀원들이 해외 인턴십, 각자의 직장으로 흩어져 있는 상황에서도 새벽까지 회의하며 프로젝트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중 하나인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의 수상은 이들에게 ‘디자인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으로 다가왔다. 팀원들은 “사회 문제와 깊이 닿아있는 디자이너로 성장하고 싶다”며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좋은 디자인에 대한 고민을 멈추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융합의 더 큰 미래를 그리다
이번 성과는 한양대가 가진 공학과 디자인의 조화로운 강점을 증명했다. 최 교수는 “서로 다른 분야의 융합은 어렵지만 그 과정을 거치면 더 큰 시너지로 이어진다”며 “이 수상을 계기로 한양대 내 여러 공학 대학과 디자인의 협업이 더욱 활발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상을 받은 두 팀 역시 “다른 전공을 가진 친구들과 팀을 이뤄 협업한 경험이 앞으로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며 “개인으로나 팀으로나 큰 성장의 기회였다”고 입을 모았다.

끝으로 최 교수는 학생들에게 “짧은 시간 동안 놀랍게 성장한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좋다”며 “앞으로도 ‘디자인은 예술이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다른 학문과 유연하게 결합하는 인재가 되길 바란다”고 따뜻한 격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