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치료제로 주목받았던 약물 중 ‘하이드록시클로로퀸(Hydroxychloroquine)’이 있다. 본 약물은 말라리아 치료제로, 주로 류마티스 관절염이나 루프스와 같은 질병 예방에도 널리 사용된다. 이렇듯 다양한 질병 예방 및 치료에 쓰이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망막 독성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망막의 독성이 진행될 경우 시각세포의 손상으로 실명에 이를 수 있다. 이런 부작용 발생 가능성 때문에 하이드록시클로로퀸으로 인한 망막 독성 관련 연구는 계속해서 그 중요성이 커져왔다.

특히 이 독성은 동양인에게서 유독 늦게 발견된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국내 복용 인구는 연간 약 12만 명으로, 흔히 사용되는 약물인 만큼 망막 독성의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안성준 의학과 교수는 이러한 망막 독성의 조기 발견을 위해 꾸준한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다. 그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류마티스 환자들에게 많이 사용된다는 점을 기반으로, 한양대 류마티스 병원과 협력해 세계 최고 수준의 환자 코호트(집단)를 수년에 걸쳐 구축했다. 이러한 코호트를 통해 여러 성과를 내며 안 교수 연구팀은 관련 분야를 세계적으로 주도하는 팀이 됐다.

그는 “국내뿐만 아니라 동양인 환자에게서의 하이드록스클로로퀸 망막 독성의 자연 경과 및 병인을 밝히고 있다”며 “약물 독성의 조기 진단을 통해 많은 류마티스 환자들의 시력 손실을 방지하면서도 그들이 안전하게 약물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안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망막 병증의 새로운 진단법은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기존의 망막 병증 선별 검사는 총 4가지 검사를 수행해야 하며, 비용과 시간 소요가 상당해 환자들에게 무리가 갈 뿐만 아니라 검사 해석 역시 어렵다. 반면 안 교수 연구팀의 망막 단층 촬영을 활용한 진단법은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면서도, 일반 안과 의사에 의해서도 쉽게 수행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와 더불어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망막 병증 진단 외에도 다양한 망막 질환 진단에 활용 가능하다. 이러한 성과에 따라 망막 단층 촬영을 통한 새로운 진단법은 안과학 분야 저명지인 <Ophthalmology>에 실려 출판되기도 했다.

안 교수는 “우리나라가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망막 병증 예방에 있어 선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국내 다기관 공동 연구를 계획하고 최초로 시행했다”며 “한국망막학회 개별 연구사업에도 선정된 본 연구는 동양인에게서 왜 망막 병증이 늦게 발견되는지 규명해 <Ophthalmology> 홈페이지에도 역사적인 코호트 연구로 소개됐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그는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과 협력해 본 질환에 대한 Review Article(SCIE)을 작성해 출판했다. 이뿐만 아니라 일본이 국가적으로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망막 병증 환자 코호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국제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범국가적인 공동 연구 및 진료 지침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안 교수는 앞으로 고령화 사회에 따른 다양한 연구를 끊임없이 지속할 예정이다. 그는 “한국인의 3대 실명 질환인 황반 변성, 당뇨망막병증, 녹내장의 유병률이 증가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를 수 있다”며 “다양한 망막 질환의 조기 진단과 치료를 통해 실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연구가 큰 역할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망막 단층 촬영 영상처럼 안과 분야에서도 의료 영상을 활용한 인공지능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인공지능을 통한 다양한 망막 질환 진단법의 중요성이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안 교수는 향후 ‘류마티스 안과학’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류마티스 질환이 다양한 안과 질환의 원인이 되는데, 이렇게 연결된 질환은 안과 의사들이 상대적으로 연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한양대병원에 전국 유일의 류마티스 안과가 존재하는 만큼, 다양한 류마티스 질환과 치료로 인한 안과적 문제를 연구해 세계를 선도하는 성과를 내고 싶다”며 “의사의 임상을 바꿀 수 있는 의미 있는 연구와 함께 궁극적으로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