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향배 교수(자연대·물리)
'인터스텔라'에 등장하는 '상대성이론, 블랙홀과 웜홀, 초끈이론' 이해하기
크리스터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Interstellar)’가 개봉 한 달(지난 7일 기준) 만에 누적 관객수 900만명을 돌파하며 1000만 관객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이는 지난 2012년 개봉한 영화 ‘아바타(Avatar)’에 이어 역대 외국 영화 중 두 번째로 많은 수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하고, ‘아바타’의 흥행 기록을 깰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 같은 ‘인터스텔라’의 흥행과 함께 ‘인터스텔라’에 등장한 물리학적 지식에 대한 해석이 각종 포털사이트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상대성이론(theory of relativity)과, 블랙홀(black hole)·웜홀(worm hole) 그리고 초끈이론(super-string theory) 으로 대표되는 ‘인터스텔라’의 물리학적 지식을 우리대학 김항배(자연대·물리) 교수와 함께 알아봤다.
SF영화의 새로운 기준점, ‘인터스텔라’
영화 ‘인터스텔라’는 개봉 전부터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메멘토’, ‘다크나이트’, ‘인셉션’으로 우리나라 관객들에게도 익숙한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감독과 그의 동생인 조너선 놀란(Jonathan Nolan)이 힘을 합쳤다는 것만으로 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영화를 준비한 그들의 노력은 또 한번 관심을 집중시켰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인 만큼 각본을 맡은 조나단 놀란은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4년간 물리학을 공부했으며, 미국의 저명한 물리학자 킵 손(Kip Steven Thorne)의 과학적 자문을 받았다.
그들의 노력 덕분일까. 철저한 물리학적 이론에 의해 구성된 ‘인터스텔라’는 SF영화의 새로운 기준점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교수는 “킵 손은 현재 일반 상대성이론과, 블랙홀·웜홀 분야에 있어 최고 권위자”라며 “영화 속 물리학이론에 의아한 점과 논리적 비약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큰 무리 없이 소화해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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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러 행성의 1시간은 지구의 7년과 같다?
물리학적 개념을 바탕으로 한 ‘인터스텔라’는 우주의 경이로움을 관객들에게 안겼지만, 의문 또한 불러일으켰다. 대표적인 것이 탐사를 위해 밀러 행성을 찾아간 주인공 쿠퍼와 브랜드가 불의의 사고로 인해 지구의 시간으로 무려 23년을 손해보고 돌아온 것이다. 어느 곳에서든 똑같이 흘러가는 시계침과 함께 살고 있는 지구인들로서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을 것 .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성이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은 상대성이론을 통해 시간과 공간에 대한 기존의 개념을 완전 뒤집어 ‘시간은 관측자에 따라 다르게 흐를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는 빛의 속력이 항상 일정하다는 것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차 안의 사람이 잰 기차의 머리부터 꼬리까지 향하는 빛의 속력과, 기차 밖에서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기차의 머리부터 꼬리까지 움직이는 빛의 속력을 재어도 그 속력은 같다. 빛이 움직인 거리는 기차가 움직인 거리만큼 다른데 말이다. 측정자의 위치에 따라 달라진 빛의 이동거리와 무관하게 빛의 속력이 일정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르게 흐름을 인정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대중들이 이를 이해 하긴 쉽지 않을 터. 김 교수는 상대성이론은 일상생활에서 느끼거나 경험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를 이해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시간의 차이를 실질적으로 느끼기 위해서는 빛의 속도만큼 빠르게 움직이거나 엄청난 중력차가 필요한데 일상생활에서 그런 경험을 하긴 쉽지 않습니다. 화성으로 가는 로켓 안에서도 특수 상대성이론을 실질적으로 체감하기 힘든 것처럼 말이죠. 일상생활에서 상대성이론이 이용되는 대표적인 예로는 GPS를 들 수 있습니다. 지구 밖을 돌고 있는 GPS는 지구를 선회하는 움직임과 지구와의 중력차로 인해 지구보다 하루에 38.6마이크로초(㎲) 만큼 시간이 빨리 갑니다. 작은 숫자처럼 보이지만 빛의 속도가 약 30만km/s라는 것을 감안하면 1마이크로초 차로도 약 300m의 오차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상대성이론을 바탕으로 이러한 오차까지 계산하여 지금의 GPS가 탄생한 것입니다.”
김 교수는 영화 속 시간차의 논리가 아쉽다고 말했다. “밀러 행성의 1시간이 지구의 7년과 같다는 것은 시간이 약 6만배 빨리 간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엄청난 중력의 차이가 필요합니다. 그 중력을 이겨내고 우주선이 모선(인듀어런스호)을 오고 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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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홀을 통한 공간이동,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중력으로 인한 시간 차이만큼이나 영화를 이끌어 가는 중요한 요소로 블랙홀과 웜홀이 등장한다. 인듀어런스호는 웜홀을 통해 다른 은하계로 이동하였으며 , 주인공 쿠퍼는 블랙홀 안의 5차원 공간으로 들어가 지구와 소통한다. 웜홀의 존재와 이를 통한 순간이동의 현실성은 어느 정도일까. 김 교수는 이에 대해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해 보입니다. 하지만 가능성은 실제 존재여부는 다르죠. 이론적으로 가능은 하지만 실제로 본 적은 없으니까요.” 웜홀과 달리 블랙홀은 그 존재가 증명됐다. 매우 큰 질량을 가진 별이 질량은 그대로 가진 채 줄어들어 생긴 블랙홀은 엄청난 중력장을 갖는다. “별은 중력의 영향으로 항상 작아지려 하죠. 그 크기가 유지되는 것은 별 내부에 있는 입자들의 운동에너지가 발생시키는 압력 덕분이에요. 태양의 경우 태양 안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 덕분에 그 크기를 유지하며 엄청난 빛을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에너지가 영원할 수 없어 에너지가 모두 소멸되고 나면 별 내부의 압력보다 중력이 커져 별의 크기가 작아집니다. 그렇게 엄청난 질량을 가진 작은 별, 블랙홀이 탄생하는 것이죠.”
영화에서 미래의 인류가 우릴 위해 열어준 곳으로 나오는 블랙홀 속 ‘5차원 공간’은 어떤 곳일까. 우리가 실제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것은 3차원이 전부다. 이 보다 더 높은 차원을 이해하려면 ‘초끈이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절대적인 차원으로 단정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젓가락을 멀리서 보면 하나의 선, 즉 1차원으로 보이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3차원의 물체죠. 이처럼 세상을 더 자세히 들여다 보고, 더 작은 단위까지 측정할 수 있다면 더 높은 차원이 존재할 수도 있는 것이죠. 이것을 기반으로 물질의 근본을 매우 작은 끈으로 여기는 초끈이론이 탄생합니다. 더 높은 차원을 설명해내는 이 이론은 생각보다 그 역사가 오래됐고 중력이론과 양자역학의 모순을 풀어내기도 했어요. 하지만 관념적인 이론이다 보니 실제로 검증할 방법이 없다는 약점을 갖고 있습니다.” 상상 속의 공간인 ‘5차원 공간’은 영화 속에서 형이상학적 모습으로 구현되어, 미래의 인류가 현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열어준 공간으로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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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가 아닌 영화, ‘인터스텔라’
영화 속에서 문제를 풀어낸 단서는 결국 ‘사랑’이었다. 난해한 과학적 이론 끝에 내린 결론이 사랑이라 조금은 허무했을까. 김 교수는 과학 지식을 기반으로 한 영화라 할지라도, 영화는 결국 ‘사람이야기’ 라고 말했다. “인터스텔라는 다큐멘터리가 아닌 영화입니다. 과학적 고증을 바탕으로 과학이야기만 나오면 다큐멘터리지, 영화가 아니지 않습니까. 헐리우드 영화 특유의 영웅주의와 가족주의가 배어 영화의 재미가 조금은 흐려진 부분도 있지만, ‘인터스텔라’는 결국 사랑을 통해 사람이야기를 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물리학적 오류 보다는, 생리학적 관점을 통해 바라본 전체적인 스토리가 아쉬웠다고 말했다. “모래바람이 불고 병충해가 성행해 지구를 버리고 우주로 나간다는 기본 설정이 개인적으로는 조금 허무했어요. 지구를 떠나 우주를 향할 정도의 과학 발전이 있었다면 지구도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웃음). 지구의 기원에 대해서도 생각해봤어요. 영화 속 ‘Plan B’가 성공해, 다른 행성에 수정란을 배양한다는 것은 지구 생명체 역시 외계에서 왔다는 외계유인설을 전제하는 것이나 다름 없거든요. 만약 생명체가 외계에서 왔다면 지구에 외계의 흔적이 있어야 하겠죠. 그런데 130억년이 넘는 우주의 역사 속에서 이제 40억년이 된 태양계에 외계인이 올 수 없었다면 이는 우리도 다른 곳으로 갈 수 없다는 것의 반증일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오류를 떠나 물리학이든 영화내용이든 그 속에서 재미와 의미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하겠죠. ‘인터스텔라’를 통해 물리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친구들이 있다면 물리학에 대해 조금 더 공부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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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관 기자 pjkko@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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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권요진 기자 loadingman@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