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5일 자 「국민과 의사 신뢰 회복을 위한 새로운 길」 기사

정승준 의학과 교수는 8월 25일 자 <경향신문>에 칼럼 ‘국민과 의사 신뢰 회복을 위한 새로운 길’을 기고했다.

정 교수는 의·정 갈등이 남긴 상흔은 단순한 정책적 충돌을 넘어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근간을 지탱하는 신뢰의 붕괴를 초래했다고 지적하며 칼럼을 시작했다. 그는 “이 위기를 해결하려는 논의들은 ‘국민을 위한 의료’라는 공허한 슬로건에만 머물렀을 뿐, 실질적인 이정표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진정한 신뢰 회복은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논의에 앞서 ‘우리가 궁극적으로 어떤 가치를 추구할 것인가’라는 명확한 어젠다를 정립하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 시스템의 핵심을 관통하는 두 가지 가치에 대해 정 교수는 ‘최적의 의료 환경 제공’과 ‘건강보험 재정의 합리적 운영을 통한 지속 가능성 확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두 가지 가치는 상충적이면서도 필수 불가결하다”며 “한정된 자원으로 무한한 수요를 충족해야 하는 의료 시스템의 특성상 끊임없이 상충하며 타협을 요구하는 근본적인 딜레마”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진정한 의료 개혁은 이 둘 중 어느 하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닌, 시대정신과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최적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그는 “의·정 갈등 이후 이 근본적인 딜레마를 정면으로 다루지 않았다”며 “대신 ‘보상체계 개선’, ‘의료인력 확충’과 같은 전술적인 방안들만 파편적으로 제시됐고, 이들을 꿰뚫는 통합된 전략적 비전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때문에 의료 개혁 논의는 공회전하며 신뢰를 갉아먹는 소모전이 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전략적 공백은 거버넌스 운영의 비효율성으로 이어진다고. 정 교수는 “현재까지의 여러 위원회나 의·정 협의체는 논의 시작부터 편향된 방향으로 흘러가거나, 성과 지표가 없어 공허한 소통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진정으로 작동하는 거버넌스는 명확한 어젠다를 향해 작동하는 시스템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국민과 의사 간 신뢰 회복은 감성적인 주장이나 이익집단의 논리가 아닌, 과학적 근거와 법적 타당성을 기반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뢰 회복을 위한 새로운 방안은 명확한 어젠다를 이정표 삼아, 냉철한 분석과 유기적인 전술을 통해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 정 교수의 입장이다. 그는 “최적의 진료환경 제공은 의료 자원 양적 확대를 넘어, 효율적인 배분과 질적 향상을 통해 달성된다”며 “단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비교하는 양적 접근이 아닌 인구구조, 질병양상, 소득수준 등을 반영한 과학적 수급 추계 및 조정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환자 중심의 합리적 의료 이용을 유도하기 위해 정부 주도의 공신력 있는 일원화된 창구를 통해 의료인·의료기관 정보, 비급여 정보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환자 눈높이에 맞는 정보 제공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 확보’에 대한 의견도 들을 수 있었다. 정 교수는 “건강보험 재정 지속 가능성 확보는 의료 시스템의 미래를 담보하는 핵심”이라며 “건보 재정 역시 OECD 통계가 아닌, 혼합 진료 증가와 같은 국내 특수성을 반영한 ‘한국형 추계 모델’을 통해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정부가 이러한 신뢰 회복 노력에서 특정 주체의 대변자가 아닌 공익을 위한 중재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본다. 그는 “신뢰는 공허한 구호가 아니라, 복잡한 딜레마를 해결하려는 합리적인 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결과물”이라며 “국민과 의사 간 신뢰=(명확한 어젠다+공정한 거버넌스)×(유기적 전술) 이라는 공식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 시스템의 보편적 접근성과 의료 질 향상’ 그리고 ‘재정 건전성 확보’라는 두 가치는 시기에 따라 중요성이 달라질 수 있다. 정 교수는 “이 두 가지 상충적 어젠다 중 어디에 더 무게를 두고 운용할 것인지는 운영 주체의 철학과 시대정신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이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하고, 어떤 철학적 기반 위에서 어젠다의 균형점을 찾아가느냐가 바로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미래와 국민의 신뢰를 결정할 것”이라며 칼럼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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