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2일 자 「“새 정부, 北 안보 위협 막아내면서 평화도 적극 추구해야”」 기사
5월 12일 자 <서울신문>은 홍용표 정치외교학과 무신사 토토사이트와 인터뷰했다.
홍 교수는 제38대 통일부 장관이자 정치학자다. 최근 남북관계가 악화되며, 한반도는 긴장상태에 놓여있다. 6·3 대선을 앞둔 지금,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의 북한과의 외교안보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야 하는지 그를 만나 대북 및 외교안보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으로 북러 관계가 강화되고 있다. 이에 대해 홍 교수는 “북러 밀착은 김정은 정권이 국방력과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오랫동안 추구해 왔던 정책의 연속선”이라며 “북한은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정면 돌파’를 언급하면서 핵무기 고도화를 시도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2022년 즈음에는 국제 질서 다극화, 신냉전 흐름에 맞춰 북한의 지위를 더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홍 교수는 “2024년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군사 동맹을 체결하고,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으로 핵·미사일은 물론 재래식 무기까지 고도화하는 전략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며 “북한 국가 전략 핵심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이기에 러시아·중국으로부터라도 확고히 인정받고 이를 토대로 이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북한 김정은 정권이 집권한 지 13년이 지났다. 홍 교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 것을 추구했고 어느 정도 성공한 듯하다”며 “아버지인 김정일은 핵보유국이 될 건지 말 건지를 놓고 벼랑 끝 전술을 쓰면서 미국과 거래해 정치·경제적인 이득 얻어내려 했지만, 김정은은 아예 핵무기를 확고히 가진 후 거래하는 것을 추구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2013년 핵·경제 병진 노선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핵무기 개발을 지속했고 2017년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며 “이후 2018년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 잠시 경제 집중하는 듯하다가 2019년 하노이 회담 실패 후 다시 핵무기 강화 전략을 펴왔다”고 말했다.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지속하면서 미국 등 국제사회와 완전히 단절하진 않았다. 이에 대해 홍 교수는 “김정은은 2016년부터 핵 군축을 원한다는 발언을 해왔으며, 북한의 비핵화가 아니라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주장했다”며 “이를 위해 미국이 반북(反北) 대립 정책을 포기하고 남쪽에 배치된 전략 자산을 빼내고 마지막에는 주한미군도 철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며 “주한미군 철수, 한미연합훈련 중단은 북한이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이며 이는 결국 미국이 빠진 후 한반도 문제 해결을 주도하고 최상위 목표인 북한 주도의 통일을 하겠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북한은 2023년 말부터 ‘적대적 두 국가론’을 내세우며, 통일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홍 교수는 “이는 북한 주도의 통일이 쉽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다른 한편으로는 남쪽을 상대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미국을 상대하는 데 남쪽은 빠지라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올해는 북한이 2021년 조선 노동당 8차 당 대회에서 밝힌 ‘국방과학발전·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의 마지막 해다. 해당 계획 진전에 대해 홍 교수는 “북한이 지난 5년 동안 끊임없이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한 것은 8차 당 대회에서 김정은이 지시한 내용을 이행하기 위한 것”이라며 “핵탄두 소형화, 전술핵무기 등에서 핵무기 고도화를 상당히 이룬 것으로 보이며 이는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하기 목표를 이루려는 것들이다”고 말했다.
북한은 8차 당 대회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도 마련했다. 이에 홍 교수는 “2023년부터 북한의 경제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섰고 농업 생산량이 증가했다는 평가가 나왔다”며 “하지만 코로나19나 제재 여파로 성장에 한계가 있어서 이전 5개년보다 좀 나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한은 김일성시기부터 국방·경제 병진 노선을 내세웠지만 항상 주안점은 국방에 뒀다”고 덧붙였다.
중국식 개혁·개방은 북한에 도입하기 어렵다는 주장에 대해 홍 교수는 “중국은 영토가 넓어 일부 지역에 자본주의를 도입해도 체제를 유지할 수 있지만 북한은 좁아서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분석이 있다”며 “또 개혁·개방을 하면 남한의 돈이 가장 많이 들어오게 돼 북한 주민들의 사상이나 생각이 훨씬 빨리 바뀔 수 있다는 우려와 세습 체제에 어려움을 유발할 수 있어 도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소련이나 중국도 개혁·개방 당시 전임 지도자를 밟고 사회를 바꿀 수 있었지만, 북한은 그렇게 하지 못해서 주체사상과 자력갱생을 계속 얘기한다”며 “세습 체제의 변화가 있어야 본격적인 개혁·개방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북한 권력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당 조직비서인 조용원이 2개월 동안 잠행해 북한 권력 지도에 변화가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에 대해 홍 교수는 “고위층 간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고 특정인의 영향력이 너무 커지지 않도록 관리하기 위해 예전부터 해온 김정은의 전형적인 용인술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최근 북한 주민의 민심과 장마당이 체제 변화를 촉발할 수 있을지에 대해 홍 교수는 “소위 장마당이 늘면서 북한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시장은 물건과 함께 정보가 유입되는 곳이고 장마당도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북한이 외부의 정보나 생각이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2021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 2023년 평양문화어보호법을 만든 것이 이를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역사 속에서도 절대 권력에 대한 도전은 상업 권력이 형성되면서 이뤄졌다”며 “북한도 사람 사는 곳이어서 그런 흐름의 예외가 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정권의 붕괴 가능성에 대해 홍 교수는 “1990년대 김일성이 죽고 공산권 국가들이 체제가 바뀔 때 북한 체제 붕괴론이 나왔지만, 북한은 그 시기를 잘 넘겼다”며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더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체제 붕괴나 변화 사례들이 있었기에 북한의 급변 사태에도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며 “그러나 붕괴론에 기대 북한을 대한다든지 정책을 세워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정부의 대북 정책 방향성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홍 교수는 “장기적으로 남북 관계는 당연히 개선돼야 하고 그것이 한반도 평화와 통일로 이어져야 한다”며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는 핵·미사일과 사이버 공격 등 다양한 북한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우선 안보 차원에서 힘을 키워 북한의 위협을 막아내면서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평화를 만들어가야 한다”며 “평화와 안보를 이분법적으로 갈라치고 서로 비판할 게 아니라 같이 아우르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런 정책 방향은 굉장히 어렵지만 북한의 변화를 조금 더 재촉해 대화도 하고 경제 협력도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체제 붕괴보다 리더십 교체 등 점진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노력을 기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대만 침공을 겁박하고 미국은 이를 저지하는 것을 최우선 순위에 놓으면서 동북아시아 안보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홍 교수는 “중국의 힘이 커지면서 미중 패권 경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대한민국 입지가 굉장히 어려워지고 있다”며 “한미 동행을 당연히 잘 유지·관리해야 하지만 중국과의 관계도 잘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는 오래된 외교적 과제이고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북한과의 협상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이에 홍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다시 만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도 경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대북 제재가 완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당장 큰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미국이 그동안 견지해 온 세계 비핵화 전략을 흔들 수 없고, 유럽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북한을 홀대하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완전히 간과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차기 정부의 대북, 외교안보 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홍 교수는 지금은 냉각기를 갖고 대화를 준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을 어떻게 설득하고 우리의 안보가 훼손되지 않도록 미국과 어떻게 조율할지 대비해야 한다”며 “대미 관세 협상을 앞두고 방위비 인상 요구에 대응해 반대급부로 받아낼 것 등에 대한 전략을 세우고 영국·일본 사례 등을 검토해 국익 훼손 최소화 방안을 찾아야 하고, 그러면서도 한미 동맹의 큰 틀을 잘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홍 교수는 “10월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를 계기로 한중 관계를 복원시키는 방안도 잘 조율해야 하고 러시아와의 관계는 북한과 맞물려 있는 데다 국제사회 제재도 있으므로 너무 틀어지지 않도록 관리하고 민간 차원에서 서서히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최근 ‘업코리아(UP! KOREA)’라는 책을 출간했다. 홍 교수는 “경제사회연구원의 몇몇 학자들이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가야 할지 얘기하다가 이 책을 함께 만들게 됐다”며 “정치·경제·사회·외교 분야별 과제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전 정신, 자부심, 자율성, 안심, 신뢰의 5가지를 업(up)시키자는 방향으로 정리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