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해 전기차 내수 판매량이 10만 대를 돌파하며 본격적인 ‘전기차 전성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2017년에 1만 대 수준이었던 연간 판매량이 지난해에는 8만 대를 기록한 후, 지난달 15만 대를 넘으며 지난해보다 2배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자동차 내수 시장 침체 상황에서도 전기차 판매량은 꾸준히 늘며 업계에서는 다음해에는 20만 대를 가볍게 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전기차 중흥의 원인과 더불어 전기차 산업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윤상원 미래자동차공학과 교수와 얘기를 나눠봤다.

전기차의 인기와 부흥의 이유로는 대표적으로 친환경에 대한 관심과 기술력 향상이 꼽힌다. 윤 교수는 전기차 산업의 성장 원인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탄소 중립과 환경에 대한 관심 및 규제가 강화되며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관심 역시 덩달아 높아졌다”며 “이와 더불어 주로 가전에 쓰이던 전기차의 핵심 부품 3개인 배터리, 모터, 인버터를 자동차 쪽에 적용하기 위한 업계의 꾸준한 노력으로 인해 기술적으로도 성숙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이번해 초에 무공해차 보급 목표를 지난해의 4~10%보다 향상된 8~12%로 늘려 무공해차를 누적 50만 대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저공해차 보급 목표제’로 인해 연간 10만 대 이상 판매량을 보유한 현대차와 기아는 12%를, 2만 대 이상 판매 기업은 8%를 달성해야 한다. 목표량을 달성하지 못하면 벌금 성격인 기여금이 부과된다.

이처럼 탄소중립을 위해 각국에서는 전기차 보급 대수를 늘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러한 추세에 부응하기 위해 국내 자동차 업계가 넘어야 할 산이 여럿 있다. 먼저, 전기차는 내연 기관차에 비해 생산 비용이 많이 든다. 이에 따라 전기차 가격은 내연 기관차보다 1.8배에서 4.1배 정도 비싸게 책정된다. 윤 교수는 “기술적인 성숙도가 올라가면 비용이 자연스레 낮아질 수 있다”며 “규모의 경제로 가며 생산량이 증가하면 비용은 줄어들지만, 비용이 단기간에 급격하게 떨어지긴 어려우므로 당분간은 보조 지원금이 필요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뿐만 아니라 전기차 충전 문제도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다. 가파르게 성장하는 전기차 보급 대수에 비해 전기차 급속충전기의 보급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다. 윤 교수는 “아파트나 주거 밀집 지역의 경우 주로 퇴근 후 충전을 하게 되는데, 이때 충전 시간이 겹치게 돼 순식간에 전력이 많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충전소 및 충전기의 개수와 전력의 분배가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앞서 전기차보다 먼저 상용화가 된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경우에는 일반 내연 기관차와 충전 인프라를 공유하며 충전 문제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반면, 전기차는 충전 인프라 자체가 기존 자동차들과 달라 충전과 관련한 다양한 문제가 함께 주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어 국내 전기차 전성시대와 함께 현대차·기아의 판매량이 전체 판매 대수의 97%에 육박하며 특정 기업으로의 '쏠림 현상' 역시 내연 기관차 시장보다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 따라 다른 한국 완성차 업체 중 3곳(르노코리아자동차, 쌍용자동차, 한국GM)은 무공해차 보급 목표 달성을 위한 ‘전기차 의무 비율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기여금을 내야 하는 실정이다.

보조금과 관련해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한국자동차협회에 의하면, 한국 정부에서 지급한 전체 전기차 보조금의 절반 이상인 447억 7,000만 원이 테슬라 등 미국산 전기차 업체에 지급됐다. 윤 교수는 “국내 자동차 생산 업체가 많이 남아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소비자 입장에서 전기차 선택지 자체가 많지 않아 시장에서 순위가 높은 업체로의 쏠림 현상이 극대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보조금 역시 국내 업체보다 테슬라에 많이 지급되며 우려 섞인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시장 초창기이므로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윤 교수는 한국 전기차 산업이 더욱 확대되기 위한 요소로 기술의 내재화와 전문 인력 성장을 꼽았다.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부품을 국내에서 개발하는 경우도 있지만, 전량 수입하는 부분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에서는 기술의 내재화 및 국산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기업 측에서의 전략 수립과 함께 정부의 관련 인프라 확충을 위한 보조금 지원 등 정책적인 지원 역시 필요하다. 이어 윤 교수는 “기술과 생산에 있어 전문가가 없다면 결국 기술 개발도 늦어지게 될 것이다”며 “관련 인력 양성이 중요한 사안으로 함께 떠오르고 있으므로, 학생들이 전기차 산업에 관심을 가지고 해당 분야로 나아가기 위한 지식을 쌓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