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 신청으로 인해 채권 시장 냉각
정부와 경제 당국의 발 빠른 조치 필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 정·재계 인사들은 지난달 23일 한자리에 모여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었다. 기업 자금 조달 시장이 극도로 불안정해졌기 때문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기업어음 시장이 어려워진 원인으로 ‘레고랜드 사태’를 지목하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에 관해 유혜미 경제금융학부 교수와 이야기를 나눴다.
'레고랜드 사태', 그것이 알고 싶다
레고랜드 사업은 강원도 춘천시에 위치한 섬인 중도에 테마파크 '레고랜드'를 건설하는 것으로, 지난 2011년 강원도와 영국의 멀린 엔터테인먼트가 투자합의각서를 체결하며 시작됐다. 이 사업은 강원도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엘엘개발 대표의 구속 혐의와 건설 부지에서의 유적지 발견 등으로 인해 무기한 연기됐으나 지난 2018년 멀린 엔터테인먼트의 주도로 재개됐다. 이후 엘엘개발은 강원중도개발공사로 사명을 변경한 후 레고랜드 사업 관련 추가 자금 조달을 위해 특수목적법인 아이원제일차를 설립했다.
아이원제일차는 대출 채권을 담보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이때 강원도가 강원중도개발공사에 지급보증을 제공해 해당 어음의 신용도는 높은 등급인 A1을 받았다. 해당 어음의 만기는 지난 9월이었으나 강원중도개발공사는 원금 전액 상환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따라서 지급보증을 선 강원도는 법원에 강원중도개발공사의 회생 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강원도의 결정에 대해 유 교수는 “강원도가 지급보증을 사실상 이행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시장에 받아들여졌다”며 “해당 어음의 신용 등급은 A1에서 D로 순식간에 강등돼 지난달 5일 최종 부도 처리됐다”고 설명했다.

레고랜드 사태 발생의 근본적인 이유는 '레고랜드의 운영수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건설자금을 갚을 여력이 없었던 상황'과 '이 과정에서 강원도의 지급보증 미이행'이다. 지방자치단체서 발행하는 채권은 안전 채권으로 시장에 여겨졌다.
현재 시장금리가 빠르게 인상되면서 기업들이 회사채 시장에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일반 회사채보다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한전채(한국전력 발행 채권)와 은행채(은행 발행 채권)가 많이 발행되며 일반 기업의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유 교수는 “여러 상황이 겹치며 채권시장에서 투자 심리가 더욱 위축되고 있다”며 채권시장에서 자금이 유출되고 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신용경색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제2의 레고랜드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레고랜드 사태 수습을 위해 정부와 강원도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강원도가 불러온 채권시장의 큰 파장을 막고자 정부는 긴급하게 유동성 자원 대책을 발표했고, 강원도는 올해 안으로 지급보증을 이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발표한 유동성 자원 대책은 20조 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해 회사채와 어음을 매입하는 정책, 정책금융기관이 회사채와 어음을 매입하는 정책 등을 포함하고 있다. 한국은행 역시 3개월간 한시적으로 6조 원가량의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입하는 등 유동성 지원에 힘을 보태고 있다.

금리 인상기에 기업의 자금조달난은 당연하다. 다만 성장 가능성과 생산성이 높은 기업들이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로 인해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것은 시장 발전에 바람직하지 않다. 유 교수는 “정부는 이런 부분에 중점을 두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금융 시장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금융당국을 아우를 수 있는 경제부총리가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 교수는 “경제계는 긴급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을 지원해야 하며, 지원 시 성장 가능성과 회생 가능성이 높은 우량기업을 잘 선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2의 레고랜드 사태 예방을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과 더불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란 부동산 개발 사업의 미래 현금 흐름을 바탕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 상품이다. 그간 저금리 및 부동산 시장의 활황으로 인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활발히 진행됐다. 현재 고금리 및 부동산 침체 등 상황이 바뀌며 자금 조달 시 기대했던 미래 현금흐름보다 실현되는 수익이 더 낮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많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부실화될 우려가 있다. 유 교수는 “이러한 상황 역시 금융시장의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잠재 요인이다”며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관련 잠재 부실 규모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파급효과 예측, 적절한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한국은행의 역할을 강조했다. 최근 기업의 유동성 위기에 한국은행의 적극적인 유동성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정책 최우선 순위가 물가안정으로 놓인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유동성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의지 퇴색으로 읽힐 우려가 있다. 이는 금리인상 정책의 효과를 낮출 뿐만 아니라 한국은행의 신뢰도에도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유 교수는 “한국은행이 유동성 지원에 나서는 경우는 금융위기 가능성이 매우 높을 때만으로 한정해야 한다”며 “물가 안정의 키를 쥔 한국은행의 독립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이기에 이를 존중하는 시장의 태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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