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루도 잊어본 적 없어. 어떤 증오는 그리움을 닮아서 멈출 수가 없거든."

최근 대중의 많은 관심을 받은 드라마 <더 글로리> 속 학교폭력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사적 복수를 다짐하며 한 대사다. 아울러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아들의 학교 폭력 사태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의 사례도 화두에 올랐다.

학교폭력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는 날로 높아지며 학생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에 학교폭력 전력을 최장 10년간 기재해 가해자의 제재를 강화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됐다. 학교폭력 가해자 제재 강화의 갑론을박에 대해 함승환 교육학과 교수와 이야기를 나눴다.

함 교수는 "처벌 중심의 접근은 학교폭력이 개인적 사건이라는 가정에 있다"며 "학교폭력을 개인적 일탈로 보면 학교폭력이 일어나게 된 맥락을 놓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학교폭력이 발생한 여러 이유 중 하나는 교육시스템이 극심한 경쟁 구도라는 점에서 기인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교폭력을 엄벌주의로 접근하는 것은 교육의 경쟁 구도에 다시 기대는 악순환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함 교수는 "학교에 경쟁과 배제의 문화가 아니라 협력과 포용, 보살핌의 문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학생부에 학교폭력 전력 최장 10년 기재를 통해 가해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대학 입시와 취업에 불이익을 주자는 의견이 있다. 함 교수는 "학생부에 학교폭력 기재 기간을 늘리는 식의 제재 강화는 모든 학생에게 실효성이 있지 않다"고 말했다. 개정안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모두에게 동등한 효과가 나타나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학생부 기재 기간을 늘리는 것을 강한 처벌로 받아들이지 않는 집단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함 교수는 "학생들이 모두 미성년자라는 점도 간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인은 먼 미래의 처벌이 자신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인지할 수 있다. 그러나 어린 학생들이 자신의 먼 미래에 다가올 처벌이 두려워 당장의 행동을 억제할지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학교라는 공간은 미성년 학생들을 교육하는 동시에 보호하기도 한다. 함 교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에 의하면 한국 학생들은 다른 나라보다 학업성취도는 우수하지만, 학업에 대한 자신감과 흥미가 낮다"며 "특히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엄청 높다"고 말했다. 함 교수는 무한 경쟁의 분위기, 성공과 실패를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풍토를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처벌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학교에 소속감을 느끼고 학교에서 의미 있는 학습 경험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이 성장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이 학교다. 함 교수는 "학생들의 다양성과 니즈를 포용하고 충족시킬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자율성과 주도성을 부여하는 '고교학점제'나 진로 탐색 기회를 제공하는 '자유학기제'와 같은 제도는 좋은 제도라는 것이다. 함 교수는 "경쟁의 문화보다는 학생들의 다양성을 잘 포용할 수 있는 문화 조성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노력은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학부모를 포함한 일반 시민들의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일반 시민들은 학교폭력의 심각성에 둔감하다. 함 교수는 "학교폭력을 자칫 어린 학생들의 실수 정도로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피해자의 정신적, 신체적 피해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교폭력은 모든 국민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중요한 문제라는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 학생들의 교육만큼이나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학교폭력 대처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는 피해자 보호다. 학교폭력 가해자의 처벌은 중시하는 반면 피해자의 회복은 간과하고 있다. 함 교수는 "학교폭력 피해자의 학습권, 신체적, 정신적 보호가 절실하다"며 "학교가 피해자를 어떻게 포용할지 논의하는 과정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면 후속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함 교수는 "학교폭력 피해자 보호에 관한 논의와 대책이 가해자 처벌 문제와 학교폭력 예방 문제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