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학예사의 이야기
(2편에 이어) 처음 한양대학교 물리학과 김태정 교수님께서 입자물리학에 대한 전시를 하고 싶다고 연락을 주셨을 때, 박물관은 긴장을 했습니다. 박물관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주제가 아니었기 때문이죠. 그러나 그동안 독특하고 참신한 주제의 전시를 많이 진행해온 우리는 과학에도 욕심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차근차근 준비를 해왔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전시는 기약 없이 밀렸고 결국 우리는 온라인으로 교육프로그램만 선보이기로 했는데요, 처음 준비를 시작할 때에는 CMS 검출기를 만들기 위한 레고블록을 구매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CMS 검출기는 레고에서 개발한 상품이 아니라 영국의 리버풀 대학에서 조립 설명서를 자체적으로 제작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하는 부품들을 별도로 구입하여 설명서에 맞춰 포장을 해야 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레고에서는 별도부품 판매를 중지하기로 한 것입니다! 다행히도 레고부품을 대량으로 판매하는 곳을 찾았지만, 색상을 하나로 통일할 만큼의 수량을 구할 수는 없었죠. 결국 부품 일부를 구입하여 여러 색들을 맞춰보며 잘 어울리는 조합을 찾았고 마침내 다양한 색상의 CMS 검출기를 마련할 수 있었답니다.



‘2020 박물관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진 교육 프로그램이다 보니 목표인원수를 채워야하는 부담이 있었습니다. 코로나 덕분이라고 하기에는 우습지만 100% 온라인 교육으로 변경됨에 따라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한 곳에서 신청이 들어와 어렵지 않게 목표를 채울 수 있었죠.
뿐만 아니라 2020년 박물관 길 위의 인문학 현장평가에서 우수사례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하였습니다. 강의를 진행해주셨던 교수님들과 강사님들을 비롯하여 여러 사람들의 노력으로 잘 마무리가 된 것 같아 뿌듯한 한편, 올해로 연기했던 특별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새로운 부담감도 생겼습니다. 더 발전한 교육 프로그램과 훌륭한 전시를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많이 기대해주세요!

02. 참여자 후기
박물관 개관이래 가장 먼 곳에서 우리박물관의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를 해주셨습니다. 133명의 경주중학교 1학년 친구들이 그 주인공들인데요, 열정적으로 참여를 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소중한 후기까지 보내주었습니다! 함께 확인해볼까요?
경주중학교 1학년 5반 김근영
“평소에 입자에 관해 궁금했는데 힉스입자를 쉽게 배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암기하고 외우는 것이 아니라, 활동지나 영상을 보고 직접 해보는 것들이어서 부담감이 적고 재미있었습니다. 4회차 미술수업 때 경험과 그때의 감정을 점으로 표현하는 활동을 했는데 저는 집으로 가는 길에 하늘을 보며 들었던 생각을 표현했습니다. 어두운 배경에 밝은 별과 큰 천체를 그려서 우주의 느낌이 들게 그렸는데 선생님께서 제 작품을 보시고 어떤 부분이 잘 되었는지 말씀해 주셨습니다. 친구들의 작품도 함께 보며 선생님과 이야기 나누었는데 우리반 친구들의 이야기가 미술작품이 된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으로 저는 제 진로를 탐색할 수 있었습니다.”


원거리에서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수업이니 만큼 박물관을 대신하여 경주중학교의 선생님들께서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함께 해주셨던 선생님의 이야기도 들어볼까 합니다!
경주중학교 교사 박지선
“코로나로 인해 수도권과 지방의 교육격차가 심각해졌다는 기사들 보셨을 거예요. 교과 수업은 원격으로 전환되었지만, 전면 취소된 외부체험학습을 원격으로 하는 곳이 경주에는 없었어요. 그러던 중 한양대학교박물관에서 기획한 이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습니다. 교육부 지침에 따라 등교 일정이 여러 차례 변경되면서 못하게 될까봐 조마조마하기도 했었어요. 다행히 담당자분께서 학교의 상황을 많이 배려해주신 덕분에 1학년 전체가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마이클 호치 박사님이 손에 카메라를 들고 유럽입자연구소에 들어섰을 때 학생들은 환호했습니다.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어떻게 작은 도시에서 이런 강연을 들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에 울컥했습니다. 영상을 보고 나서 블록으로 CMS검출기를 만들었는데 학생들이 굉장히 흥미로워했습니다. 전체프로그램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을 물으니 한목소리로 줌으로 진행되었던 미술수업이라고 합니다. 다양한 자료로 우주와 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시고, 학생들 전체 작품에 모두 코멘트 해주셨는데 교실수업에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 광경이었습니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이야기가 담긴 작품을 교실에 전시해두고 아직도 그때 수업에 대해 이야기 나눕니다. 2학년 학생들이 좋은 건 왜 1학년만 하냐고, 내년에는 자기들 차례냐고 묻는데 내년에도 꼭 전국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밖에도 함께 해주신 317명의 참여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에필로그
2021년에도 우주로 다시 갑니다.
올 상반기, 작년에 진행하지 못했던 전시를 온라인과 오프라인 동시에 진행하기 위해 준비중에 있습니다. 이번에 진행했던 프로그램도 좀 더 다듬어 다시 선보일 계획이니 아쉽게 우주와 만나지 못한 분들은 곧 찾아올 프로그램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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