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소재를 개발하는 일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기존 기술이 가지고 있는 한계나 답보상태의 해결책을 산업의 기반이 되는 소재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미래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소재 연구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내의 나노·소재융합 기업이 정부 지원 하에 글로벌 소재, 부품 및 장비 생태계에서 괄목할 실적을 거두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양대 기계공학부 김동립 교수팀이 나노기술을 이용해 우수한 복사냉각 성능을 가지면서도 페인팅이 가능한 투명한 신물질 개발에 성공하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복사냉각 메타물질로 이 기술을 적용하면 한여름 자동차나 건물 내부 온도를 낮춰주고, 태양전지 표면 온도를 낮추면서 발전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우수한 복사냉각에 투명소재로 '가시성' 확보…페인팅도 가능해
기존의 태양열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복사냉각 메타물질은 일반적으로 하얀색을 띠고 있다. 이렇게 불투명한 복사냉각 소재는 물체 표면에 바르면 가시성 확보가 어려워지는 문제가 있었다. 반면 연구팀이 개발한 메타물질은 실리카 에어로겔(aerogel) 마이크로입자와 광조절을 위한 소재를 유연한 탄소중합체(elastomer)와 복합화해 투명하면서도 우수한 복사냉각 성능을 보인다.

나노 소재를 만들던 중 김 교수는 이를 오일에 담갔을 때 투명해지는 것을 우연히 발견했다. 그는 이 메타물질이 투명하다면 활용성이 넓겠다는 생각을 시작으로 2년이 넘는 연구 기간 끝에 지난달 투명 소재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건물외부 신소재 및 태양전지 활용…에너지 효율과 절약에도 도움
김 교수팀은 실험을 통해 투명 복사냉각 메타물질을 이용할 경우 최대 9도까지 온도가 떨어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태양전지의 온도상승을 크게 낮춰 태양전지의 전기변환 성능을 1.5배 이상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음을 밝혔다.
태양전지는 야외에서 햇빛을 활용해 전기를 생산한다. 일반적으로 햇빛을 많이 받을수록 좋다고 생각하지만, 전기로 변환되지 못하고 남은 햇빛이 열로 바뀌어 태양전지 온도를 높이고, 뜨거워진 태양전지 성능은 크게 떨어진다.
김 교수는 “기존의 복사냉각·단열 물질은 빛을 반사하기 위해 불투명하기 때문에 시야 확보가 필요한 자동차 유리나 건물 등에 적용하기가 어려웠다”라며 “메타물질을 바르면 가시광선은 투과시키고 열을 주로 발생하는 적외선은 잘 방출할 수 있어 투명한 유리 특성을 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팀은 나노 기술을 활용해 신소재를 개발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김 교수팀은 여름에는 더 시원하고, 겨울에는 더 따뜻해질 수 있는 유리를 개발하고 있다. 메타물질을 이용해 유리를 제작할 경우, 태양열에 의한 실내온도 상승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검증했다.
자동차 유리는 물론이고 건물 외벽 유리, 건축 분야 신소재 분야에서 활용이 기대된다. 또 태양전지를 비롯해 외부에 노출되는 전자장비 등 산업 공정에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탄소중립 실현을 앞당기는 기술로도 기대된다.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효율을 높이고, 실내온도 관리에도 용이해 냉·난방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아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김동립 교수는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현 시점에서 이번 성과가 일상 생활에 적용될 수 있다면 에너지 절약과 신재생에너지 생산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시행하는 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 이번 연구의 결과(논문명 : Visibly Clear Radiative Cooling Metamaterials for Enhanced Thermal Management in Solar Cells and Windows)는 재료과학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