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ERICA 각 캠퍼스 극예술연구회 소개

연극은 문학 작품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한다. 시와 소설도 모두 연극에서 기원했다. 그러나 그 유구한 역사와는 달리, 현대에 와선 ‘즐기기 어려운’ 문화가 된 것도 사실이다. 흥행에 성공한 작품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마니아층을 위한 것이라는 인상을 벗어나진 못하는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대학에는 연극에 대한 열정 하나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연극 모임들이 존재한다. 한양대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극예술연구회 ‘들꽃’과 ‘무대 밖의 삐에로’를 만나고 왔다.

 

 

페가수스 토토의 역사

 

한양극예술연구회(이하 극회)는 1975년 이광일(기계공학 74) 동문에 의해 서울캠퍼스에서 창립됐다. 극회(劇會)란 이름에 맞게 연극에 뜻이 있던 사람들이 모여 일궈낸 텃밭이었다. 비전공자들이 모여서 시작했지만, 점차 체계를 갖춰나가며 우여곡절 끝에 첫 공연을 올렸다. 이후 ERICA캠퍼스의 전신인 ‘반월 분교’의 설립과 함께 한양대학교 극회는 더 넓은 무대를 밟을 수 있게 됐다. 이후 양 캠퍼스의 극회는 ‘극예술연구회’라는 이름을 공유하다가, 90년대에 다다라 각자의 이름을 갖게 된다. 서울캠퍼스의 극회는 ‘들꽃’으로, 반월 극회로 불리던 ERICA캠퍼스의 극회는 ‘무대 밖의 삐에로’로 이름을 바꿨다.

 

각 캠퍼스로 분리된 두 극회는 각자의 길을 걷게 된다. 80년대에 학교를 다닌 이들은 양 극회를 오가며 활동했으나, 90년대에 들어서며 교류는 점차 줄었다. 전국 대학 연극제와 서울, 경인 지역 극회 모임을 통해 가끔씩 소식을 접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두 극회 모두 HUDA(Hanyang University Drama Association)란 영어 명칭을 사용하며, 여전히 같은 극회 노래를 부른다. 다양한 연극 동아리가 더 생겨난 지금, 두 극회는 과거의 명맥을 유지하며 대학 연극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울캠퍼스 극회의 이름은 ‘들꽃’이다. 들이라는 생명의 무대에서 배우들이 꽃을 피운다는 의미를 띄고 있다. 올해로 41주년을 맞이했다. 지난해엔 40주년을 맞아 동문들과 기념 공연을 펼쳤다. 지난해 9월 8일부터 12일까지 우리대학 동문회관 1층 전용극장에서 로널드 하우드의 명작 <드레서(Dressor)>를 선보인 것. 환갑을 맞은 74학번 최고참 동문부터 15학번 신입생까지 40여 명의 동문과 재학생들이 뭉쳐 공연을 준비했다. 2013년부터 기획해 3년 만에 올린 무대였다. 40년이 넘는 들꽃의 역사는 이처럼 단원들의 끈끈함으로 유지될 수 있었다.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현재 들꽃의 회장 김동현(인문대 국문국문학 2) 씨를 만나봤다.

 

Q1. 들꽃에 들어오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연극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국문과라 희곡에 익숙한 점도 있겠지만, 꼭 한번 연극을 몸으로 체험해 보고 싶었어요. 1학기 때는 정신 없이 보내다가 가입할 생각을 못 했는데, 수소문 끝에 이 동아리가 색깔이 맞을 것 같아서 들어오게 됐죠. 사실 들어올 때 까지만 해도 회장을 맡을 거란 생각도 못했고 이렇게 푹 빠지게 될 거란 생각도 못 했습니다.

 

   
▲ 지난 2월 24일 서울캠퍼스 학생플라자에서 만
난 '들꽃'의 회장 김동현(인문대 국어국문학 2) 씨
는 "이번 봄 공연이 처녀작인만큼 모든 것들이 색
다르다"고 말했다. 사진은 이번 공연에서 연출을
맡은 이선민(사회대 관광학 4) 씨가 연기지도를 하
는 모습

Q2. 1년 동안 동아리는 어떻게 꾸려가는지?

 

총 공연이 4번 있습니다. 봄 워크숍과 가을 워크숍, 여름과 겨울에 정기공연을 치릅니다. 새내기들이 들어오면 워크숍 에서 배우를 한 번씩 경험하게 해요. 회장은 보통 조연출을 맡죠. 선배님들이 스텝을 맡고 새내기들에게 기본적인 지식이나 무대 위에서의 행동과 발성 같은 것들을 가르쳐 줍니다. 열심히 연습해서 기말고사가 끝날 때쯤에 공연을 올리죠. 그리고 방학이 되면 정기공연단을 모집해서 또 공연을 올리는 식입니다. 1년 내내 연극만 하는 것 같지만, 다른 동아리들처럼 엠티도 가고, 총회도 하고, 같이 관극을 가기도 합니다. 여름엔 같이 농활을 가기도 하죠.

 

Q3. 준비하시는 작품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번에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란 작품을 하게 됐습니다. 연출을 맡으신 선배의 졸업작이다 보니 욕심이 엄청납니다. 이번 공연을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르는 분들도 꽤 있어요. 저도 배우로 무대에 오르는데요. 첫 공연인 만큼 모든 것들이 색다르게 느껴집니다. 방학 때 매일 아침 10시에 나와서 저녁 6시까지 연습하고 무대 작업을 했습니다. 회장이라는 책임감 때문에 부담도 되지만 즐겁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Q4. 학교와 학생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학교 내에 연극을 하는 중앙동아리가 두 개 있습니다. 작품을 심도 있게 연구하는 저희 동아리 말고도 창작극 위주로 공연을 하는 동아리가 있죠. 두 동아리의 성격은 분명히 다르지만, 아무래도 이 부분에 대해서 학교나 학생들이 잘 몰라주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 '똑같은 연극동아리가 두개나 있네' 하고 생각하지요. 혹여나 감축이라도 하게 된다면 같은 분야에 동아리가 두개씩 있는 연극 동아리들이 1순위로 거론되는 상황입니다. 소극장 내부와 장비 등의 관리도 저희가 하는데 학교에선 그런 부분을 좀 알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 씨는 인터뷰를 진행하는 와중에도 공연 생각에 여념이 없었다. 무대 작업에 열중하는 다른 동료들을 걱정했다. 같이 준비하는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단다. 들꽃의 공연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테네시 윌리엄스 작)는 오는 3월 7일부터 11일까지 6일간 서울캠퍼스 페가수스 토토플라자 1층의 소극장에서 관람할 수 있다.

 

   
▲ '들꽃'의 공연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테네시 윌리엄스 작)는 오는 3월 7일부터 11일까지 6일간 서울캠퍼스 한양플라자 1층의 소극장에서 관람할 수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무대작업과 연기 연습을 하는 장면

 

   
 

ERICA캠퍼스 극회 ‘무대 밖의 삐에로’는 무대 위에선 누구나 빛날 수 있지만, 이를 위해 무대 밖에서 고생하는 인원들을 생각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올해로 36주년을 맞은 ‘무대 밖의 삐에로’(이하 무삐)는 회당 100여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극회다. 외부에서도 관람을 올 정도로 높은 수준의 공연을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학로를 비롯한 각지에서 연극계에 종사하는 동문들의 조언과 지원이 있기에 가능한 성과였다. 더 생생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김병훈(국제문화대 문화콘텐츠학 3) 씨를 만났다.

 

Q1.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 대해서 알 수 있을까요?

   
2월 25일 ERICA캠퍼스 학생복지관에서 만난 무삐의 회장 김
병훈(국제문화대 문화콘텐츠학3) 씨는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
에 대해 "일반적인 대학로의 극단이 준비하는 것과 크게 다르
지 않다"며 "그래야 좋은 공연이 나온다"고 말했다. 사진은 리
허설이 끝난 뒤 공연진이 모여 서로 피드백을 해주는 모습

일 년에 두 번의 정기공연을 올립니다. 기말고사가 끝나기 전부터 인원을 모으고 방학이 되면 바로 연습에 돌입하죠. 매일 8시간 정도씩 기본연습을 하며 작품을 정하고, 배우 오디션을 봅니다. 이후 대본 리딩과 동선을 정하는 작품을 진행하며 무대와 음향, 조명 등을 디자인해요. 막바지에 다다르면 의상도 준비해야 하고 분장도 맞춰보면서 무대작업과 홍보도 병행해야 합니다. 다른 학교의 극회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대학로에서 연극을 준비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그래야 좋은 공연이 나오는 것이겠죠.

 

Q2. 지금까지 하거나 봤던 공연 중에 기억에 남을 만한 공연이 있다면?

 

전 개인적으로 저번 학기에 공연했던 <맨 프롬 어스>가 기억에 남습니다. <맨 프롬 어스>는 안 해보던 역할을 해본 것도 있었고, 작품의 주제가 무겁고 철학적이라 기억이 나요. 다시 하라면 못할 정도로 힘들고 어려웠지만,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거죠. 흥행을 따지면 지난해 겨울에 올렸던 <날 보러와요>도 있고, 제가 처음으로 연극에 참여했던 <쉬어 매드니스>도 있습니다. 특히 <쉬어 매드니스>는 첫 공연이라 연극 자체에 흥미를 느껴가며 하기보단 어떤 것인지 맛보는 것이 더 컸던 것 같아요.

 

Q3. 이번에 준비하고 계신 작품은 어떤 건가요?

 

<멜로드라마>란 작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연출을 맡았습니다. 그간 ‘무삐’에선 정말로 잘 안 하던 멜로라는 장르를 선택해 봤습니다. 어떤 거창한 이유에서라기보단 시도하지 않는 장르를 시도한다는 성취감과, 젊은 층을 공략할 수 있는 가벼운 느낌의 연극을 찾다가 정하게 됐어요. 코미디나 공포물도 후보에 올랐지만, 여건상 힘든 부분도 있었고요.

 

Q4. 공연 준비하면서 힘든 점은?

 

연기력의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네요. 전문 배우도 아니거니와 배우를 지망하는 학생들은 더더욱 아니거든요. 그러다 보니 연기력을 탓할 수는 없지만 약간씩 아쉬운 것도 사실입니다. ‘더 잘할 수 있는데’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특히 이번 작품엔 5명이 고루 등장해야 해서 그런 부분들이 더욱 도드라지죠. 연출 입장에선 아쉽고 배우 입장에선 답답한 부분입니다.

 

Q5. 마지막으로 학교나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같이 공연장을 사용하는 학생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습니다. 공식적이진 않지만 항상 공연장의 물품들을 저희가 관리하게 되요. 아무래도 저희가 제일 오래 대관을 하다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째선지 저희가 공연을 위해서 고쳐놓은 장비들이 매번 고장 나 있어요. 이것저것 정리가 안 돼 있는 경우도 많고요. 다같이 쓰는 공간인 만큼 그런 부분들을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 씨에 따르면 이번 작품의 타깃은 20대란다. 정통멜로극인만큼 달달한 분위기와 재밌는 요소들을 잘 배합했다고. 무삐의 공연 <멜로 드라마>(장유정 작)는 오는 3월 2일부터 5일까지 4일간 ERICA캠퍼스 학생복지관의 콘서트홀에서 관람할 수 있다.


   
▲ 무삐의 공연 <멜로 드라마>(장유정 작)는 오는 3월 2일부터 5일까지 4일간 ERICA캠퍼스 학생복지관의 콘서트홀에서 관람할 수 있다.

 

 

 

여럿이서 만드는 예술

 

연극은 혼자서 만드는 것이 아니다. 각자가 자기 몫을 다했을 때 비로소 연극이 완성된다. 김병훈 씨는 “배우들과 소통하고 이야기를 나누어가며 연극을 만든다”며 “그 과정이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도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얻어가는 것이 있다”고 말했다. 김동현 씨도 “연출과 배우의 욕심이 달라 충돌이 생기는 부분도 많다”며 “이견을 극복하고 화합하며 연극을 만들 때 희열을 느낀다”고 했다. 취업이란 현실 탓에 학내 연극 문화에 대한 관심이 식은 요즘. 그들의 열정은 계속해서 무대를 밝힌다.

 

   
▲ 취업이란 현실 탓에 학내 연극 문화에 대한 관심이 식은 요즘에도 극회의 단원들은 이견을 극복하고 서로 화합해 나가며 한편의 연극을 만들기 위해 열정을 불태우고 있었다.

 

 

사진/ 이재오 기자     bigpie19@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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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조유미 기자        lovelym2@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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