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론적 안보’ 이론으로 분석한 북미관계, 케임브리지 저널에 논문 게재
기존의 분석 틀 넘어선 ‘감정의 차원’ 분석으로 주목
"북한의 안보 불안은 물리적 생존뿐 아니라 정체성의 위기"
"존재론적 안보의 관점에서 북미관계 해법 찾아야”

최근 세계적 권위의 케임브리지 대학 학술지에 은용수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북미 관계를 ‘존재론적 안보’ 이론으로 분석한 논문이 게재됐다. 은 교수는 ‘힘의 지배’와 같은 전통적 분석의 틀을 넘어, 국가의 ‘정체성’과 ‘감정’의 차원에서 북한의 행동을 연구해 북미관계 분석의 새로운 틀을 제시했다.

 

북한은 그저 비합리적인 국가인가?

▲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은용수 토토사이트 3 3
▲ 은용수 정치외교학과 토토사이트 3 3

은 교수에 따르면 국가 안보는 단순히 영토를 지키는 물리적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대부분의 국가는 영토 상실에 대한 직접적인 ‘공포’보다는, 국가라는 공동체의 정체성이 흔들릴 때 겪는 실존적 ‘불안’에 영향을 받는다. 은 교수는 “북한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지점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은 교수는 “기존의 분석틀은 북한의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행동, 특히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을 향한 지속적인 적대 행위를 설명하는 데 부족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월등한 강대국인 미국을 향해 끊임없이 도발하는 것은 ‘힘의 논리’에서 매우 비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은 교수는 “기존 분석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다른 관점에서 좁힐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이번 연구를 시작했다”며 “마음, 관념, 감정의 차원을 다루는 ‘존재론적 안보’ 이론으로 연구의 공백을 채웠다”고 말했다.

 

'공포'가 아닌 '불안'

국가도 정체성을 유지해야 산다

은 교수가 제시한 ‘존재론적 안보’는 국가가 물리적 생존만큼이나 일관된 자기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론이다. 그는 이를 생명체의 ‘항상성(homeostasis)’에 비유했다. 외부 변화에 맞춰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려는 것처럼 국가도 ‘자전적 서사(autobiographical narrative)’를 일관되게 유지해 실존적 불안을 해소하려 한다.

 

▲ 은 토토사이트 3 3는 ‘힘의 논리’로는 설명되지 않는 북한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 키워드로, 정체성이 흔들릴 때 느끼는 ‘불안’을 제시했다. © 게티이미지
▲ 은 교수는 ‘힘의 논리’로는 설명되지 않는 북한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 키워드로, 정체성이 흔들릴 때 느끼는 ‘불안’을 제시했다. © 게티이미지

국가는 때로 자전적 서사를 지키기 위해 물질적 손해를 감수하는 비합리적인 선택을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은 교수는 북한이 물리적 안보와 더불어, 자국의 정체성 서사를 미국에 의존해 존재론적 안보까지 위협받는 ‘이중의 안보 취약성’에 놓여있다고 분석했다.

 

'미제(美帝)'라는 적이 필요한 북한의 딜레마

논문에 따르면 북한 정체성의 핵심은 ‘우리식 사회주의’와 ‘불굴의 혁명 정신’이다. 이 서사는 북한이 ‘미제’라는 외부의 거대한 적에 저항해 건국됐고 지금도 굴하지 않고 맞서고 있다는 이야기로 완성된다.

이는 정권 유지와 자부심의 원천이지만, 역설적이게도 ‘미국’이라는 적대적 타자가 없으면 정체성이 흔들리는 딜레마를 낳는다. 은 교수는“북한이 미국에 대한 적대적 언행을 멈추면 오히려 정체성의 혼란으로 불안이 증폭된다”며 “이런 측면에서 미국을 향한 북한의 적대적 행동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합리적 선택이다”고 덧붙였다.

 

관계 개선, '서사의 힘'을 인정하는 것부터

은 교수는 "북미 관계 개선의 실마리는 북한의 자전적 서사 안에 있다"고 말했다. 북한을 '악의 축'이라 비난하고 고립시키는 것은 오히려 그들을 기존의 서사에 더 집착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은 교수는 “대화의 문을 열기 위해선 도덕적 가치판단을 유보하고 북한을 ‘합리적 협상이 가능한 대상’으로 발화하는 실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북미 관계에 대해 은 토토사이트 3 3는 “양자관계의 정체성 불안의 정도가 매우 다르다"며 “북한의 '자전적 정체성 서사'가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이해하는 것에서 북미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 게티이미지
▲ 북미 관계에 대해 은 교수는 “양자관계의 정체성 불안의 정도가 매우 다르다"며 “북한의 '자전적 정체성 서사'가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이해하는 것에서 북미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 게티이미지

특히 은 교수는 2018년 북미 관계가 극적으로 전환됐던 사례를 예로 들었다. 그는 "당시 미국은 일관되게 북한을 합리적인 대화 상대로 인정하는 '똑똑하다(smart guy)' 등의 표현을 구사했다"며 "이는 실용적 접근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론과 현실을 잇는 고뇌 속에서

 

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이론과 현실의 간극을 메우는 과정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존재론적 안보 이론을 북미 관계에 적용하고 이론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이 과정에서 ‘실존적 불안의 비대칭성’과 같은 새로운 개념이 정립되기도 했다. 은 교수는 “특히 이번 연구는 현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분석틀을 마련했다는 데서 학자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은 교수는 한반도 문제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고정관념의 틀에서 벗어난 ‘상상’을 강조했다. 그는 “상상은 단순한 공상이 아니라 문제의 보이지 않는 면을 깊게 들여다보는 작업이다”며 “단순히 연구자뿐 아니라 모두가 각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용하길 바란다”고 마지막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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