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채옥 레프리 토토사이트(공대·생명공학)
단편적인 기술의 가능성이 아닌 전인류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해
앤드류 니콜(Andrew Niccol) 감독의 영화 '가타카(Gattaca, 1997)' 속 미래사회는 시험관 수정을 통해 우성인자들만을 골라 완벽한 아이를 탄생시킬 수 있는 세상이다. 부모의 진정한 사랑으로 자연출산을 통해 태어난 주인공 빈센트(에단 호크 役)는 태어날 때부터 열성인자를 지닌 존재로 낙인 찍힌 채 살아간다. 영화 속 내용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영국 하원이 지난 3일(현지시간) 세계 최초로 부모 외에 제3자로부터도 유전자를 받을 수 있는 이른바 '디자이너 베이비' 관련 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상원의 표결을 남겨 둔 지금, '디자이너 베이비' 관련 기술과 그 보다 더 중요한 윤리문제에 관해 윤채옥 교수(공대·생명공학)와 함께 생각해봤다.
한 명의 아기, 두 명의 엄마
영국에서 통과된 '디자이너 베이비' 관련 법안은 영화 속 내용처럼 열성인자를 제거하고 우성인자를 골라 '무결점 아기'를 만들어내는 것과는 목적이 다르다. 이는 철저하게 유전병 치료를 목적으로 진행하는 시술을 위한 것이다.
여성의 난자에서 아기의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미토콘드리아에 문제가 있을 경우 태어날 아이가 뇌졸중, 간질, 실명 등에 걸리기 쉽다. 이러한 유전질환은 신생아 5000명 중에 한 명 정도로 발생한다. 이 같이 미토콘드리아에 문제를 지닌 여성이 유전병이 없는 건강한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방법은 건강한 난자를 제공받는 방법뿐이다. 건강한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후 미토콘드리아만 제공 받아 진짜 엄마의 핵을 삽입한 후 체외수정을 통해 아이를 갖는 것이다. 유전자의 99% 이상은 난자의 핵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므로 미토콘드리아를 제공받아도 99% 이상 자신의 유전자를 가진 아이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결국 타인의 유전자가 아주 조금일지라도, 부모가 '세 명'인 아이가 탄생하는 것이다. 윤 교수는 "디자이너 베이비 기술의 근간은 이미 상당한 연구가 이루어진 '핵치환 기술'과 동일하다"며 "이론적으로 보았을 때 기술의 문제로 아이가 잘못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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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이상의 문제점
'3부모 수정'을 통해 미토콘드리아 유전병을 완벽하게 치료할 수 있지만 이는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윤 교수는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안전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드러나는 문제점이 없다고 이를 안전하다고 여기는 것은 지나치게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해요.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기에는 아직 우리가 모르는 부분이 많아요. 과학자로서 생각할 때 이런 부분은 항상 주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비단 기술의 안정성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유전자 조작과 관련된 연구는 사회적으로 금기시 되어 왔다. 윤 교수는 이번 법안 통과로 인해 유전자 관련 기술의 빗장이 풀리는 것을 염려했다. "영국에서 통과된 법안이 우생학적으로 더 나은 유전자를 취합하는 것을 허락한 것은 아니지만 갖고 있는 유전형질을 교체했다는 것은 하나의 큰 터닝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유전자 변형 식품(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처럼 뛰어난 아이를 만들어내는 미래로 가는 빗장이 풀리는 것이 아닐까 걱정됩니다. 뛰어난 아이가 '만들어 진' 미래는 결코 밝지 않을 거에요. 사회는 각각의 요소가 필요합니다. 모든 사람이 뛰어나 CEO가 되고, 석학이 된다면 사회는 굴러갈 수 없겠죠. 또한 생명탄생마저 빈익빈부익부 문제와 결부될 것입니다."
윤리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3부모 수정'과 달리 단순히 유전자를 사용하여 질병을 치료하는 연구는 지금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잘못된 유전자를 교정시켜 유전 질환을 치료하거나, 바이러스를 없앨 수 있는 유전자를 집어넣는 방법이다. 윤 교수는 "현재 실제로 임상실험이 이루어진 유전자 치료만 2000건이 넘는 등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굉장히 다양한 유전자 치료가 있다"며 "유전자 치료는 향후 다양한 연구개발과 상품화 등을 통해 더욱 활발하게 이용되고 발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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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류적 차원의 고찰이 필요해
'3부모 수정'은 단순한 치료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치료 목적으로 시작한 지금의 유전자 변형이 미래의 어떤 사태의 시발점이 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윤 교수는 마지막으로 '디자이너 베이비' 문제에 대해 더 큰 관점으로 바라볼 것을 강조했다. "단순히 개인의 행복과 치료를 넘어서 전인류가 공존하고 유지될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서로 토론과 이야기를 나눠야 하며, 기술을 담당하는 과학자뿐만 아니라 사회학자, 윤리학자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합니다. 인류의 발전과 지속을 위한 명확한 합의점을 찾기 전까지는 반드시 조금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것 입니다."
박종관 기자 pjkko@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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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보민 기자 marie91@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