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9일 자 「“정답 없는 여자" 헤다로 돌아온 이영애… "나도 모르는 내 모습에 희열”」 기사
4월 9일 자 <한국일보>는 배우 이영애(독어독문학과 89) 동문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동문이 32년 만에 무대 연기로 관객들과 만난다. 이 동문은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개관 25주년 기념작으로 공연되는 ‘헤다 가블러’의 타이틀 롤을 맡는다. 헨리크 입센의 1890년 작 ‘헤다 가블러’의 헤다는 학문적 성취에만 관심이 있는 테스만과 결혼해 권태로운 일상 속 자유를 갈망하며 자기 파괴적 면모를 보이는 복합적 캐릭터다.
이 동문은 지난 8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헤다 가블러’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이 동문은 본인이 맡은 ‘헤다’에 대해 “매력이 다양해 여배우라면 누구나 하고 싶어 할 캐릭터”라며 “이런 독특한 역할을 통해 내가 모르는 나 자신의 새로운 색깔이 나올 때 희열을 느낀다”고 말했다. 덧붙여 “영화·드라마를 하며 좀 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좋은 무대를 올리고 싶다는 목마름이 있었다”며 “하반기에 방영될 ‘운수 좋은 날’ 촬영을 마치고 ‘조금 더 열심히 할걸’ 생각하던 차에 ‘헤다 가블러’를 제안받았다”고 말했다.

‘헤다 가블러’ 제안을 수락하게 된 이유로 이 동문은 “20·30대 때보다 결혼·출산·육아 경험이 자양분이 된 지금 시점이 잘 맞았다”며 “과거와 현재, 남성·여성을 떠나 현대인이 공감할 부분이 있는 인물이 헤다”라고 말했다.
이 동문은 32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게 된다. 그의 연극 출연은 32년 전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개관작인 김상수 극작·연출의 ‘짜장면’이 유일하다. 이 동문은 “20대였던 당시 지하철역에서 사람들에게 전단지를 나눠 주고 포스터도 붙이며 재미있게 작업했던 것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며 “관객과 호흡했던 그 경험이 영화·드라마 연기를 하면서도 계속 남았다”고 회상했다.

이 동문과 ‘헤다 가블러’와의 만남은 김미혜 연극영화학과 명예교수와 함께 시작됐다. 김미혜 교수는 입센 권위자로, 이 동문은 연극영화학과 박사과정 재학 시 김 교수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교수님과 연극을 많이 보러 다니면서 연극에 더 많이 빠지게 됐는데 입센 작품 이야기를 나누다 헤다를 하고 싶다고 이야기한게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번 ‘헤다 가블러’는 2005년 영국 런던에서 공연돼 올리비에상 베스트 리바이벌 연극상을 받은 영국 극작가 리처드 이어의 각색본을 토대로 한다. 관객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동시대성을 염두에 둔 선택이다.

‘헤다 가블러’는 극적인 전개보다 세밀한 심리 묘사가 주된 작품이지만 이번 공연은 가로 16m, 세로 10m의 거대한 세트에 영상을 활용해 스펙터클하게 표현할 예정이다. 헤다 역시 기존에 알려진 안하무인 격인 모습보다는 조금 더 새로운 면모를 끌어낼 예정이다. 이 동문은 “헤다는 하나의 색깔을 갖고 있는 인물이 아니며 정답이 없는 여자”라며 “밝은 모습이 있어야 이번에 더 어두운 모습이 보일 수 있기에 기존에 알던 헤다의 색깔을 바꿔 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