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8일 자 「판도라 상자 속 위험의 개인화」 기사

김인아 의학과 교수는 7월 18일 자 <한겨레>에 칼럼 ‘판도라 상자 속 위험의 개인화’를 기고했다. 인간의 생존에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인류는 무엇으로부터, 어떤 방식으로, 그리고 얼마나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인간의 필요에 따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해왔다. 오랜 시간 불이나 열로 상징되는 에너지를 전환하거나 이동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석탄과 성냥을 거쳐 전기의 세상이 되었다. 전기를 만들고 저장하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이어졌다. 인류 최악의 사고라는 체르노빌 원전에서의 폭발 사고가 발생한 것은 1986년이다. 많은 노동자들이 죽어간 탄광에서 캐낸 석탄을 사용해 전기를 만드는 발전소에서 김용균이 사망한 것이 2018년이었다. 그리고 2024년 전기를 저장하는 배터리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23명이 사망했다.

김 교수는 “급격하게 늘어나는 노동력 수요를 채우기 위해 아이들까지 저임금으로 데려다 일을 하게 만들었던 그 잔인함이, 지금의 대한민국에서는 이주노동자들에게 그대로 투영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노동시장에서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사회적 안전망 안에서 관리하기 어려운 노동자들을 그때그때 쓸 수 있도록 만든 것이 인력공급업체라면 약 200년 전 공장법 적용이 안 되는 노동자들을 쓰던 시절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석탄 발전소에서 사망한 하청업체의 노동자였던 김용균의 죽음이 위험의 외주화의 비극적 결과였다면, 배터리 공장에서 사망한 이주노동자들의 죽음은 위험의 개인화가 이루어진 노동시장의 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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