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철 교수(랜드토토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여름에는 기온이 올라가면서 세균이 쉽게 번식한다. 따라서 여름철에는 식중독과 수인성 전염병들이 많이 발생할 수 있어 특히 조심해야 한다. 이 밖에도 여름에 꼭 한번씩 방송에 오르내리는 비브리오 패혈증, 냉방기의 오염된 냉각수에 의해 발생하는 레지오넬라병 등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글. 윤병철 교수(랜드토토학교병원 소화기내과) / 그림. 박하영) |
![]() |
||
▲ 윤병철 교수 |
식중독의 다양한 원인과 증상
식중독은 세균이나 혹은 세균이 만들어 낸 독성 물질에 의해 오염된 음식물을 먹어서 생기는 질병으로 대개 구토, 설사, 발열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 세균에 의해 오염된 식수를 먹어서 생기는 수인성 전염병도 넓은 의미의 식중독에 포함된다.
식중독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고 또 원인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인다. 대표적으로 포도상구균이나 보툴리눔균 등에 의한 식중독은 균이 음식물에서 번식하며 만들어진 독소에 의해 발병하는데, 오염된 음식을 먹고 대개 1시간 이내에 구토, 설사와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보툴리눔균의 독소는 신경과 근육을 마비시켜 최근에는 이런 독성을 주름살 제거에 이용하기도 한다.
한편 균이 우리 몸속으로 들어와 번식해서 생기는 식중독에는 세균성 이질, 장티푸스, 콜레라 등이 있다. 이런 균들은 배 속에서 증식해 증상을 일으키므로 오염된 음식을 먹은 후 1~2일 정도의 잠복기가 지나면 원인 균에 따라 고열, 구토 증상이 나타나고 혈변을 보기도 한다. 때론 심한 설사로 인한 탈수로 생명이 위태로워지기도 한다.
의심스러운 음식은 버리고 피해야
그렇다면 식중독과 수인성 전염병은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 식중독균에 의해 이미 만들어진 독소는 대부분 끓여도 파괴되지 않는다. 이런 경우 음식물을 끓여서 섭취해도 식중독에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의심스러운 음식은 반드시 버려야 한다. 반면 세균성 이질이나 콜레라처럼 균이 몸에 들어와 번식해서 생기는 수인성 전염병들은 물이나 음식을 잘 끓여 먹으면 예방할 수 있다. 특히 요즘처럼 해외여행을 자주 하는 시기에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등을 여행할 경우, 물은 반드시 병에 들어 있는 생수를 먹고 가능하면 얼음도 먹지 말아야 수인성 전염병을 예방할 수 있다. 열대 지방 여행객이라면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격언과 같은 말이 있다. ‘Boil it, cook it, peel it, or forget it!’. 이 말은 끓이거나 요리하거나 껍질을 까서 먹는 음식 외에는 결코 먹지 말라는 것으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수인성 전염병은 많은 사람들에게 폭발적으로 동시에 발병해 무수한 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사망할 만큼 무서운 병이다. 필자는 지난 1994년 르완다 내전 당시 랜드토토학교병원에서 의료 봉사를 갔을 때 그 현장을 목격했다. 링거 주사와 같은 수액만 제대로 공급하면 회복할 수 있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콜레라로 인해 매일 사망했고, 유엔과 여러 NGO(Non-Governmental Organization, 비정부기구) 단체에서 깨끗한 물을 공급한 후에야 환자 수가 급감하는 것을 봤다.
그 밖에 조심해야 할 여름철 질병들
여름에 주로 문제가 되는 비브리오 패혈증은 바닷물에 서식하는 비브리오 불니피쿠스라는 세균에 오염된 어패류를 익히지 않고 날로 먹었을 때 생기는 병이다. 건강한 사람은 문제가 없지만 간경변이나 만성간염 등 간장 질환이 있는 환자가 주로 이 병에 걸리고 사망률도 매우 높다. 따라서 간 질환이 있다면 여름철에는 어패류를 반드시 익혀 먹어야 한다.
레지오넬라(Legionella)병은 주로 냉방기의 냉각수나 건물의 급수 시스템에 많이 서식하는 레지오넬라균에 의해 발병하며, 특히 여름철 냉방 시스템을 통해 균이 퍼져 집단적인 폐렴을 일으킨다. 노약자는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질병으로,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냉각기나 건물 급수 시스템의 오염 여부를 주기적으로 검사하고, 균이 오염된 경우 이를 제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