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인기에서 피지컬 체험으로 확장되는 문화 빅데이터 기반 한류 순환 구조 분석
한류 콘텐츠의 확산 방식이 디지털 공간을 넘어 피지컬 체험으로 확장된 뒤 다시 디지털 영역으로 순환되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온라인에서 형성된 관심과 참여가 실제 방문과 체험, 소비로 이어지며, 이 과정에서 콘텐츠와 브랜드에 대한 가치 인식이 더욱 강화되는 구조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분석은 한국문화정보원(KCISA)이 발간한 문화정보 이슈리포트 2025-9호에 수록된 〈케이팝 데몬 헌터스〉 분석 보고서를 통해 제시됐다. 해당 보고서는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사례로, 최근 한류 콘텐츠가 문화 빅데이터 기반의 확산 구조를 통해 오프라인 공간까지 확장되는 과정을 구조적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를 집필한 이준 문화콘텐츠학 박사(와이즈 토토대학교 ERICA 문화콘텐츠학과 강사)는 최근 한류 콘텐츠의 확산이 단순한 조회 수나 시청 지표에 머무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댓글, 숏폼 반응, 밈, 이용자 제작 콘텐츠와 같은 비정형 데이터와 플랫폼 통계, 관람 기록, 관광 이동량 등 정형 데이터를 결합해 분석함으로써 디지털 관심이 실제 행동과 공간 방문으로 전환되는 흐름을 보다 정밀하게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이러한 확산 구조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사례라고 분석했다. 작품은 공개 이후 글로벌 시청과 음악 소비, 숏폼 참여를 중심으로 온라인 확산이 이뤄졌으며, 이후 테마파크 협업, 전시, 팝업 투어 등 오프라인 공간으로의 확장이 연속적으로 이어졌다. 이를 두고 보고서는 디지털 확산, 참여 확대, 피지컬 체험, 브랜드 가치 강화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가 형성됐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는 에버랜드와 국립중앙박물관 방문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도 함께 제시됐다. 분석 결과, 디지털 환경에서 형성된 사전 관심과 참여 경험이 오프라인 체험 만족도와 세계관 이해도를 높이고, 콘텐츠 IP에 대한 긍정적 인식으로 연결되는 경향이 확인됐다. 이는 디지털 접점에서 축적된 경험이 실제 공간 체험의 몰입도를 강화하는 구조가 실증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문화 빅데이터를 정형 데이터, 비정형 데이터, 하이브리드 데이터로 구분해 설명했다. 스트리밍 수치나 방문 기록과 같은 정형 데이터뿐 아니라, 숏폼 반응과 팬 커뮤니티 담론, 세계관 해석 과정에서 생성되는 비정형 데이터가 한류 확산을 설명하는 핵심 지표로 작동하고 있으며, 이러한 데이터가 전시와 체험 공간 기획의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도 함께 짚었다.
보고서가 특히 주목한 지점은, 이 같은 한류 확산이 디지털에서 피지컬로의 이동에 그치지 않고, 다시 디지털 영역으로 환류될 때 비로소 강력한 가치 창출의 순환 구조가 완성된다는 점이다. 연구에 따르면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경우 디지털 참여가 피지컬 체험으로 전환되는 과정과 동시에, 피지컬 체험이 다시 디지털 해석과 재확산으로 이어지는 현상이 병렬적으로 작동했다. 이 과정에서 팬의 참여는 소비를 넘어 세계관을 해석하고 재구성하는 행위로 전환되었으며, 이러한 참여에서 해석으로의 전환이 콘텐츠 가치 인식을 한층 강화한 것으로 분석됐다.
에버랜드에서 진행된 〈케이팝 데몬 헌터스〉 컬래버레이션과 국립중앙박물관의 뮷즈 사례는 이 순환 구조가 가장 선명하게 발현된 사례로 제시됐다. 보고서는 대중문화 콘텐츠인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전통문화의 공간과 맥락을 만났을 때, 체험을 넘어 문화적 해석과 의미화가 촉진되며 더 강한 가치 창출이 이루어졌다고 분석했다. 즉, 전통문화와의 결합이 디지털 콘텐츠의 상징성과 해석 가능성을 확장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작동했다는 것이다.
반면, 이른바 '케데헌 8경'으로 불리는 장소들 가운데 대표적 공간으로 언급되는 남산타워의 경우, 디지털–피지컬–디지털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되지 않은 사례로 이준 박사는 설명했다. 남산타워 방문은 피지컬 체험 단계에서 주로 소비되며, 이후 디지털 콘텐츠로 재전환되는 흐름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준 박사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남산타워가 국립중앙박물관이나 에버랜드 사례와 달리 디지털 콘텐츠로 다시 확장·해석될 수 있는 서사적·문화적 장치를 충분히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피지컬 단계에서 순환이 멈출 경우, 단발적 방문이나 체험은 가능할지라도 지속적인 가치 창출과 확산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준 박사는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케이팝 데몬 헌터스〉 효과를 일회성 이벤트로 끝내지 않기 위해서는, 디지털–피지컬–디지털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의도적으로 설계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피지컬 공간에서의 경험이 다시 디지털 콘텐츠와 해석, 참여로 환류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향후 한류 확장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주요 단서”라며, 이번 사례가 한류 확장의 미래를 가늠할 중요한 증거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준 박사는 "한류 콘텐츠는 더 이상 디지털에서 소비되고 끝나는 대상이 아니라, 피지컬 공간과 문화적 해석을 거쳐 다시 디지털로 환류되는 복합적 구조를 갖고 있다"며 "문화 빅데이터는 이러한 변화의 경로를 읽어내고, 콘텐츠 정책과 산업 전략을 설계하는 데 강력한 분석 도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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