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작품 ‘그게 다예요’, 동아연극상 희곡상 수상 쾌거
새로운 감각을 이끄는 상상력의 지평은 문학과 기술의 융합에서 비롯돼
"불안정성은 불안하지만 불확정성은 자유를 준다는 걸 잊지 말길"

오늘날 우리는 문학, 기술, 예술, 혁신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과거와 현재, 전통과 혁신이 뒤섞이며 새로운 시각과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해진 시점에서 독창적인 창작의 길을 개척하며 문학과 기술을 넘나드는 사람이 있다. 강동훈(연극영화학과 16) 씨가 그 주인공이다.

 

▲ 강동훈(연극영화학과 16)씨는 틀에 갇히지 않고 독창적인 창작을 하는 작가다. 그는 첫 데뷔작 '그게 다예요'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 ⓒ 강동훈 동문
▲ 강동훈(연극영화학과 16)씨는 틀에 갇히지 않고 독창적인 창작을 하는 작가다. 그는 첫 데뷔작 '그게 다예요'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 ⓒ 강동훈 동문

강 씨는 제60회 동아연극상에서 첫 데뷔작 <그게 다예요>로 희곡상을 수상하고 DAC(두산아트센터) 아티스트로 선정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작품 <그게 다예요>는 한국 근현대사의 흐름을 따라 한국 전쟁을 겪은 조모와 조부로 대표되는 조부모 세대, 모모와 연이로 대표되는 젊은 세대가 공유된 아픔을 통해 진정한 가족이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첫 작품부터 희곡상을 수상하며 성공적인 데뷔를 한 강 씨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단절'되는 '끝'이 '연결'의 '시작'이 되는 순간

작가님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후 현재 글을 쓰고 있는 강동훈이라고 합니다. 현재는 사운드울프라는 스타트업에서 아트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첫 데뷔작부터 동아연극상 희곡상을 수상하셨어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기뻤어요. 작업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고민의 결과물을 이렇게 인정받을 수 있어서 기쁩니다.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동기부여도 됐고요. 

 

데뷔작 <그게 다예요>에 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그게 다예요>는 드레스 한 벌을 중심으로 세대를 건너뛰는 가족 이야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조부모님 세대와 현재 젊은 세대가 연결되는 과정을 통해 '우리 모두는 어떻게 연결돼 있는가'를 이야기하고자 했어요. 

 

▲ 강 씨의 데뷔작 '그게 다예요'의 연극 포스터. 해당 작품은 드레스 한 벌을 중심으로 세대를 건너뛰는 가족 이야기를 다뤘다. ⓒ 강동훈 동문
▲ 강 씨의 데뷔작 '그게 다예요'의 연극 포스터. 해당 작품은 드레스 한 벌을 중심으로 세대를 건너뛰는 가족 이야기를 다뤘다. ⓒ 강동훈 동문
 

초반부에 '각자의 삶 한가운데 뚫려 버린 구멍'이 등장하는데요. 이 '구멍'이 바로 두 세대를 잇는 유일의 매개체예요. 작품에서 '구멍'은 각 세대의 주인공들이 가족을 잃었다는 공통의 아픔을 의미합니다. 단절에서 연결로 이어지는 순간을 꼭 조명하고 싶었어요. '구멍' 하면 떠오르는 단절과 공백의 끝이 결국 역설적으로 연결의 시작이 된다는 거죠. 6.25 전쟁을 겪은 조부모 세대와 현재의 세대가 공유하는 '구멍'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며 진정한 가족이 되는 이야기를 그려내고 싶었습니다. 

 

작품을 쓰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대학 생활 중에 스스로에 관해 이유 모를 깊은 멀미를 느끼던 때가 있었어요. 혼자 깊게 생각하다 보니 '지금 무엇이 문제며, 나는 무엇에 의지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하게 됐죠. 자연스럽게 조부모님이 떠올랐고, 그분들의 역사적 배경을 생각하다 보니 한국 근현대사를 다루게 됐습니다.

'상실'에 대해 설정할 때 조부모님 세대의 상실은 필연적으로 겪어야 했던 것이고,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상실은 다음 세대가 맞이할 상실을 의미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전쟁 같은 조부모님 세대의 필연적인 상실만큼 현재 겪는 상실이 역사적이고 거대하진 않지만 우리는 그들처럼 무언가를 상실하고 있다고 느끼잖아요.

시대가 주는 거시적인 상실 속에도 개인의 삶이 있고, 그 삶 속 상실이 모두 '존재'한다는 걸 느끼게 됐어요. '드레스 메이커'로 조부모님 캐릭터를 설정하게 된 것도 그들의 거시적인 상실뿐 아니라 시대와 무관한 개개인의 삶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고요. 

 

'사랑, 평화, 다정함'을 그려내는 '융합'의 가치 

작품이 두 세대 간 가족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가치가 있나요. 

 '사랑, 평화, 다정함'의 가치를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아름답고 유용한 가치들이죠. 그러나 일상에서 해당 가치들을 찾으려고 노력하거나 지키려고 노력하는 순간들이 드물었어요. 가치들을 조명하는 작품도 많지 않았고요. 

냉소적일 수도 있지만 제가 글을 쓴다고 해서 이 가치들이 완벽히 전해지기는 어렵죠. 그러나 글을 통해 사람들이 가치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고, 그 노력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알리고 싶었어요. 우리가 단단하고 고결하게 살아가도록 돕는 '사랑과 평화 그리고 다정함'이라는 가치를요.

 

서로 다른 분야인 '기술'과 '문학'을 잇는 작가님만의 연결고리는 무엇인가요.

글을 쓰는 것은 문학적인 영역도 있지만 논리의 영역도 매우 크다고 생각해요. 학창 시절 상상력의 지평을 열어주거나 자극을 주는 것은 이론적인 과목이었어요. 그것이 현재로서는 기술이고요. 과학 기술을 활용해 얻는 지식과 느낌은 좋은 책을 읽는 것만큼이나 새로운 영감과 자극이 돼요. 

기술을 소비하면서 얻는 새로움이 상상력의 지평을 넓혀주죠. 기술을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느냐는 작가가 동시대성을 갖추기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은 가장 빠르게 변화하잖아요. 앞서가는 것에 관심을 갖다 보면 더 나은 감각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저는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뒤처지는 건 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야기가 필요한 이유는 이야기만이 할 수 있는 정확한 것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 수단이 유용해지려면 이야기를 과장하지 않고 정확하게 전달해야 해요. 저에게 새로움이라는 가치가 중요한 이유죠.

 

작가님 아이디어의 원천이 궁금합니다.

저는 잡식한 사람이에요. 책과 영화를 많이 보고 여행도 많이 다니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려고 노력해요. 어떤 경험이라도 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여러 경험이 섞일 때 영감을 많이 받거든요.

 

▲ 강 씨는 작품을 쓸 때 여러 분야의 것을 겹쳐 보며 새로운 시각을 조명하기 위해 노력한다. ⓒ 게티이미지
▲ 강 씨는 작품을 쓸 때 여러 분야의 것을 겹쳐 보며 새로운 시각을 조명하기 위해 노력한다. ⓒ 게티이미지

작품을 쓸 때도 전혀 다른 것들을 겹쳐서 생각해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다른 것들의 싱크를 맞추는 일을 통해 영감을 얻어요. 싱크가 다르면 다를수록 재밌고요. 전혀 다른 포지션에 있는 것들을 겹쳐 보면 그 안의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게 되고, 새로운 내용을 조명할 수 있게 되거든요. 

 

새로운 도전, 창작으로 가득 찼던 재학 시절 

작가님의 한양대 재학시절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나요.

연극영화과 특성상 밤을 많이 샜어요. 우리 과는 연극 관련 작업도 그렇고 공부도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낮에는 공부하고, 밤새서 작업하고 만들었죠. 

그렇게 늦게까지 하다 보니 일과가 10시쯤 끝났습니다. 일찍 끝나는 날에는 동기들과 노천극장에 갔어요. 저녁 시간의 노천극장은 낮과는 또 다른 분위기예요. 그곳에 있는 모두가 나름의 이유로 지치고 힘들어서 누워있죠. 낮에는 시끄럽고 북적이던 노천극장이 누워 있는 학생들로 채워지던 그 풍경과 대비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요.

 

재학 시절 도움이 된 활동이 있나요.

과 교수님이 '창작'에 집중하셨어요. 우리 학교 연극영화학과의 특별한 점은 연극 창작을 매우 중요시한다는 것이에요.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지만 창작해 본 경험이 현재의 저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교양 수업을 다양하게 들었어요. 과학기술 관련 수업은 거의 다 들었고, 생뚱맞아 보이는 음대 수업도 많이 들었습니다. 듣고 싶은 수업이 있으면 따로 메일을 보내서 청강도 많이 했고요. 전공을 가리지 않고 듣다 보니 전공과 무관한 분야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야를 가질 수 있게 됐습니다.

 

한양인에게 격려와 조언 한마디 해주신다면요. 

저 역시 아직 어리지만 경험을 바탕으로 한 마디를 전한다면, 각자의 시야가 좁아지지 않게 늘 노력했으면 좋겠어요. 대학생들이 전공이 정해지고 나서 하는 가장 큰 고민은 '어떤 진로를 가져야 할까'잖아요. 직업을 가장 후회 없이 선택하는 방법은 본인들의 시야를 넓혀서 정확하게 찾는 일이에요.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전공에 맞추거나, 짜인 길을 통해 정하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불확실성은 불안하지만 불확정성은 자유를 주잖아요. 내가 선택할 것이 많아져야 더 자유롭고 덜 불안하다고 생각해요. 시야를 확장해 본인이 할 수 있는 것들을 넓히는 선택이 대학생의 특권이자 필요한 노력이에요. 그 시야를 넓히는 걸 최우선으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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