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자의 체헐리즘' 연재, 남형도 머니투데이 기자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해, 한 사람이라도 세상에 관심을 가지도록
"나답게 살아가기 위해 치열한 자기 고민을 멈추지 않길"
세상의 이면을 단순히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기자가 있다. 개 농장의 철창 안에서 개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임산부 체험복을 입고 무거운 숨을 내쉬며 길을 걷는다.
남형도(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06) 동문이 택한 취재 방식은 '목격'이 아니라 '체험'이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때로는 상처를 입으면서도 그는 한걸음 가까이 다가간다. 누군가는 멀리서 바라보는 이야기들을, 그는 주저 않고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기록한다. 그 경험은 살아 숨 쉬는 이야기로 독자들에게 전달된다.
누군가의 삶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그 삶을 살아봐야 한다는 믿음. 경험을 통해 단 한 사람이라도 더 깊이 알게 되기를 바라는 간절함. 세상을 깊이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그의 기사는 단순한 글을 넘어 하나의 경험이 된다. 남 씨를 만나 그의 신념과 동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마음으로 새긴 세상, <남기자의 체헐리즘>
기자님의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에서 일하고 있는 남형도 기자라고 합니다. 한양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06학번이고, 2010년에 기자가 돼 벌써 16년 차입니다.
<남기자의 체헐리즘> 연재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하고 계십니다. 이 기획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처음에는 지체장애인분들의 현실을 잘 알리고 싶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연재를 시작하기 전에도 기자로서 장애인과 관련한 취재를 많이 했었거든요. 쓰다 보니 장애인을 향한 관심이 부족한 사회를 냉정하게 인식하게 됐어요.
열심히 취재했는데 아무도 안 보는 기사는 영향력이 없잖아요. 영향력 있는 기사를 쓰고 싶어서 '사람들이 왜 안 보는지, 어떻게 하면 보게 할지'에 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그럼 휠체어를 직접 타보고 기사를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남기자의 체헐리즘>이 시작됐죠.
기획의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일상에서 관찰하고 생각하는 것을 좋아해서 평상시에 계속해서 생각합니다. 뉴스에 나오는 사건부터 일상을 살아가면서 한 번쯤 들어볼 이야기다 싶은 것들도 전부 메모해 두죠. 불쑥 떠오르는 이야기들을 꾸준히 기록하다 보면, 기사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야기들이 생깁니다. 특히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사회에 필요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면, 체험해서 그 효과를 더욱 극대화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사실 우리의 일상 속 대부분의 이슈는 서서히 잊히잖아요. 그러나 쉽게 잊혀서는 안되는 부분의 이야기들이 분명 있거든요.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히 추상적으로 알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근원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와닿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체험하면서 직접 느껴보는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기획이 있다면요.
모든 기획이 기억에 남지만, 굳이 뽑자면 힘들었던 체험이 기억에 남아요.

한 번은 롯데타워 창문을 닦는 체험을 한 적이 있어요. 건물의 창문은 늘 달려 있는 것이고 항상 깨끗하게 유지된다고 생각하지만, 거기서 일하시는 누군가의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체험을 해봤죠. 70층부터 내려오는 매 순간 생명의 위협을 느꼈어요.
오후가 되면 햇빛을 온몸으로 맞으면서 더위와 싸우고, 흔들리는 곤돌라에서 버티던 모든 순간들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현장에 머물고 계신 분들이 매일 겪는 위협을 우리는 너무 모르고 지나간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체험할수록 들어요.
체험을 하고 나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집니다. 예전에는 그저 멋있다고만 생각했던 고층 건물을 보면, '저건 누가 닦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죠. 제가 경험에 관한 기사를 쓰면 독자들도 생생한 기록을 통해 저와 비슷한 생각과 감정을 느껴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한 분씩 더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공감을 끌어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기획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은 무엇인가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분께 닿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가장 큽니다. 기사를 쓰다 보면 냉정한 현실과 마주해야 해요. 기사가 의미를 지니는 순간은 많은 분이 보고, 느끼고, 기사로 하여금 변화가 만들어질 때잖아요. 스스로 아무리 잘 썼다고 생각해도, 독자분들이 봐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사를 쓰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그것을 사람들이 많이 보게끔 하는 것은 여전히 난제입니다.
그래서 항상 '사람들의 관심사는 무엇인지, 최근 이슈는 무엇인지, 이슈에서 어떤 부분을 조명할지, 어떤 식으로 체험을 해볼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요. 일상 속 이야기를 담는 직업이다 보니 고민의 끝이 없어서 하루 종일 생각에 빠져 있을 때도 있죠. 수많은 고민 끝에, 결국 제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전해질 때 큰 뿌듯함을 느낍니다. 그 뿌듯함이 세상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게 하는 동력이에요.

"왜 세상은 이렇게 폭력적이며 아름다운가"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신가요.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알리고, 그것에 관해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더불어 사는 세상이잖아요. 나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문제일지라도 함께 바라보고 공감해야 사회가 온전하게 존재할 수 있고, 그 사회에 사는 우리가 온전할 수 있어요. 서로의 이야기에 집중하며 이해하는 태도가 필요한 이유죠.

작게라도 저의 시선을 기록하고, 무관심에 질문을 던지고, 비상식적인 일을 조명하고, 그런 일들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경고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제 기록을 통해 느낀 시선으로 세상을 한 번 더 바라볼 수 있다면, 그런 노력들이 모여 더불어 사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봐요.
현재 네이버 뉴스 포털 구독자 수 1위를 굳건히 지키고 계세요. 기자님의 3x3 토토사이트가 지닌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 이야기를 읽어주시고, 함께 공감해 주셔서 감사해요. 이 질문에는 한강 작가님의 "'왜 세상은 이렇게 폭력적이며 아름다운가"라는 한마디로 대답하고 싶어요. 저 역시 한강 작가님과 비슷하게 느끼며 살아가고 있거든요.
제가 쓰는 이야기들은 결국 사람에 관한 이야기예요. 기사를 쓸 때마다 다짐하는 한마디가 있는데요. 바로 '진심을 다해서 쓰자'에요. '이 사람은 이걸 정말 잘 알리고 싶구나'라는 마음이 느껴지게끔 하는 것이죠. 진심이 담긴 사람 이야기는 공감의 연결고리가 되잖아요. 남의 이야기가 마치 내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죠. 그런 공감의 힘으로 저의 기사를 많이 봐주시는 것 같아요.
"치열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통해
온전한 나로서 존재하길"
기자님께 한양대 재학 시절은 어떤 추억으로 남아있나요.
경험을 많이 해보고 싶었고, 그만큼 경험했던 때였어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방송도 해보고, 다큐멘터리도 찍으면서 재밌는 대학 생활을 했죠. 고등학교 때까지는 막연하게 공부를 위한 공부를 하는 느낌이었는데, 대학교에 와서는 제가 원하는 것들을 할 수 있어서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마지막으로 한양인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짜인 경험이 아니라 스스로가 짜보는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해보면 좋겠습니다. 저는 방송 활동뿐 아니라 직접 기획해서 만들어갔던 것들이 기억에 많이 남고, 도움이 되더라고요. 여러분들도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적극적으로 추진해서 '나만의 활동'으로 만들어봤으면 좋겠어요.
학교 수업뿐 아니라 대학생 때 꼭 해봤으면 좋겠는 것이 있어요. 바로 '자신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에요. 중앙도서관에 가서 혼자 메모하고 생각하는 시간이 그때는 낭비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돌이켜 보니 나를 나답게 만들어줬던 소중한 시간이에요.
물론 사회에서 요구하는 활동들이 있으니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기가 부담스러운 것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행복하기 위해 살잖아요. 여러분 자신의 행복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스스로를 깊이 이해하고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무엇을 하고 싶고, 잘하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꼭 가져보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