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온기’의 ‘쪽티비 스포츠토토’, 한양대병원과 업무협약 체결
전국 40곳에 ‘쪽티비 스포츠토토’ 설치, 400여 명의 자원봉사자 활동 중
“외롭고 우울한 이들에게 위로 전하는 사회적 심리안전망 만들고파”

한양대병원은 지난달 16일 사단법인 '온기'와 '쪽티비 스포츠토토' 설치 및 운영 관련 업무협약을 맺었다. 한양대병원 본관 2층에 쪽티비 스포츠토토을 설치해 내원 고객과 직원들의 고민 상담을 받고 있다. 쪽티비 스포츠토토은 우편함을 통해 익명의 고민 상담을 받아 손 편지로 답장해 주는 비영리 활동이다. 현재 전국 40곳에 쪽티비 스포츠토토이 설치돼 있고, 20대에서 70대에 이르는 40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직접 답장을 작성하고 있다.

 

▲ 사단법인 온기의 대표 조현식(국제학부 10) 씨는 '온기우편함'으로 외롭고 우울한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 조현식 동문
▲ 사단법인 온기의 대표 조현식(국제학부 10) 씨는 '쪽티비 스포츠토토'으로 외롭고 우울한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 조현식 동문

사단법인 온기의 대표 조현식(국제학부 10) 씨는 2017년 대학생 신분으로 처음 쪽티비 스포츠토토을 만들었다. 7년째 상실과 좌절에 빠진 이들에게 위로의 손길을 건네고 있는 조 씨로부터 '온기'에 담긴 진심을 들었다.

 

손 편지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기적을 꿈꾸다

온기는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됐다.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圭吾, Keigo)의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는 과거 고민 상담 편지에 손 편지로 답장해 주는 미래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조 씨는 "이 책을 읽고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소설 속의 판타지를 현실로 옮겨보자는 생각으로 온기를 만들었다"고 설립 계기를 밝혔다. 그는 이어 "외롭고 우울한 순간에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 큰 위로가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첫 쪽티비 스포츠토토은 2017년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의 돌담길에 세워졌다. 조 씨는 '온기 우체부'로 불리는 10명의 자원봉사자와 처음으로 손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지금은 서울시, 경기, 부산시, 전주시, 대구시, 제주도 등 총 10개 지역에 40개의 쪽티비 스포츠토토을 설치했으며 400여 명(오프라인 180명, 온라인 220명)의 온기 우체부들이 활동하고 있다. 첫 주에 50통으로 시작한 쪽티비 스포츠토토은 지금까지 총 9000여 통의 손 편지를 보냈다.

 

▲ 삼청동 돌담길에 2017년 처음 세워진 쪽티비 스포츠토토은 현재 전국 40여 곳에 설치돼 있다. ⓒ 조현식 동문
▲ 삼청동 돌담길에 2017년 처음 세워진 쪽티비 스포츠토토은 현재 전국 40여 곳에 설치돼 있다. ⓒ 조현식 동문

온기우편함의 목표로 조 씨는 "기본적으로 사회 구성원의 우울감을 완화하는 것이다"며 "장기적으로는 전국에 설치해 우리 사회의 심리적 안전망으로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기억에 남는 사연으로 조 씨는 최근에 받은 한 편지를 꼽았다. 삶을 포기하려 한다는 사연을 우편함에 넣었던 사연자는 "진심 어린 손 편지 덕분에 꺼져가던 삶의 촛불이 다시 커졌다"고 큰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누군가의 삶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 조 씨가 느낀 가장 큰 보람이다.

조 씨는 온기우편함 외에 '온기 레터'라는 뉴스레터도 발행 중이다. 온기우편함에 왔던 고민 중 공개에 동의한 고민과 답장을 엮어 뉴스레터 형태로 발행하는 것이다. 조 씨는 "온기우편함에 고민을 보내지 못한 사람들도 일상에서 위로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뉴스레터를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 한양대병원 병원장인 이형중 의학과 교수가 쪽티비 스포츠토토에 편지를 넣고 있다. 한양대병원은 상급 종합병원 중 최초로 쪽티비 스포츠토토을 설치했다. ⓒ 한양대병원
▲ 한양대병원 병원장인 이형중 의학과 교수가 쪽티비 스포츠토토에 편지를 넣고 있다. 한양대병원은 상급 종합병원 중 최초로 쪽티비 스포츠토토을 설치했다. ⓒ 한양대병원

불특정다수를 위해 거리에 설치됐던 온기우편함은 최근 병원으로 확장 중이다. 한양대병원과 지난달 협약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조 씨는 "우편함이 가장 필요한 곳이 어디일지 고민했다"며 "병원의 환자들과 그 가족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고립됐기에 누구보다 위로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병원 내 설치된 우편함을 통해 환자와 가족들은 물론 교직원들까지 우편함을 이용할 수 있다.

조 씨는 한양대병원을 시작으로 다른 대형병원과 암센터 등으로 쪽티비 스포츠토토을 확장할 계획이다. 병원 외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도 우편함을 설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결실로 조 씨는 현대중공업이 세운 울산시의 복합문화공간 '현대예술관'과 협약을 체결했다. 이 외에도 극장 체인인 CGV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교보문고와 투썸플레이스 등 서점과 카페에도 쪽티비 스포츠토토을 설치할 예정이다.

 

누구나 위로받을 수 있는 사회적 심리안전망이 목표

7년 동안 비영리 단체를 운영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조 씨는 "처음에는 아무런 후원도 없고 수익도 없었다"며 "부업을 하면서 번 돈으로 우편함 사업을 이어갔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버텨온 끝에 최근에는 개인 후원금도 많아졌고,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이 사회적 의무들을 충족하기 위해 수행하는 활동)의 일환으로 기업과 협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 쪽티비 스포츠토토은 각종 단체와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병원, 극장, 문화시설, 카페 등으로 설치 지역을 확장하고 있다. ⓒ 조현식 동문
▲ 쪽티비 스포츠토토은 각종 단체와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병원, 극장, 문화시설, 카페 등으로 설치 지역을 확장하고 있다. ⓒ 조현식 동문

가장 어려웠던 점에 대해 조 씨는 "수익이 전혀 없었기에 무작정 버텨야 했던 게 가장 힘들었다"며 "앞으로도 계속 버텨야 하지만, 사회구성원들을 위한 심리지원 활동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남을 돕는 일이기에 자신이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에 대한 고민도 컸다. 그는 "여전히 내가 '온기'를 대표할 만큼 따뜻한 사람인가에 대해 고민하지만, 이 일이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확신은 생겼다"고 소신을 밝혔다.

후배 한양인에게 조 씨는 "한 가지 길을 선택해서 가다 보면, 생각보다 어려운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며 "그럴 때 너무 멀리 보면 포기하기 쉬우니, 오늘에 최선을 다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무언가를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목표를 이뤄가는 과정이기에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버티면 언젠가는 목표를 이루게 된다"고 덧붙였다.

 

▲ 조 씨는 쪽티비 스포츠토토을 삶의 의지를 북돋아 주는 사회적 심리안전망으로 성장시키는 게 목표다. ⓒ 조현식 동문
▲ 조 씨는 쪽티비 스포츠토토을 삶의 의지를 북돋아 주는 사회적 심리안전망으로 성장시키는 게 목표다. ⓒ 조현식 동문

그의 목표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그가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진심'을 지키는 것이다. 조 씨는 "누군가에게 따뜻한 진심을 전하고 싶어서 온기우편함을 시작했다"며 "진심이라는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는 온기우편함을 확장하는 것이다. 전국 200개가 목표라는 그는 "전국 어디서나 온기우편함을 볼 수 있고, 우리 사회에도 심리적 안전망이 있음을 널리 알리는 게 목표다"고 말했다. 끝으로 조 씨는 "이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많은 기업이 다가와 주면 좋겠다"고 수줍게 바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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